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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종-태영 '형제의 전쟁', 챔프 위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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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종-태영 '형제의 전쟁', 챔프 위해 뛴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3.31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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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모비스 챔피언결정전 격돌…김시래-양동근 가드 대결도 관심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형제가 서로 자신들의 소속팀의 챔피언 등극을 위해 양보없는 경쟁을 벌인다.

평소에는 서로 웃으며 등을 두들겨주는, 더없이 사이좋은 형제지만 코트에서는 양보가 없다. 열기가 너무 뜨거워지면 서로 얼굴을 붉힐지도 모른다.

창원 LG에 이어 울산 모비스도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 합류하면서 형 문태종(39·LG)와 동생 문태영(36·모비스)이 맞대결을 갖게 됐다.

다음달 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1차전을 시작으로 7전 4선승제로 펼쳐지는 LG와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은 '형제 대결' 말고도 흥미거리가 많다.

지난 시즌 모비스의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던 김시래(25·LG)가 이번에는 모비스를 정조준한다. 문태영도 2년 전까지 자신의 팀이었던 LG를 상대하고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30·모비스) 역시 친정팀 LG을 상대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종규(23·LG)와 함지훈(30·모비스)가 벌이는 빅맨 '신구 대결' 역시 이번 챔피언결정전의 키포인트다.

▲ KB국민카드 2013~2014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창원 LG와 울산 모비스의 대결로 결정되면서 형 문태종(오른쪽)과 동생 문태영도 양보없는 '형제 전쟁'을 벌인다. 사진은 지난 7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두 팀의 맞대결에서 문태영에 앞서 리바운드를 따내고 있는 문태종. [사진=KBL 제공]

◆ 지난 시즌엔 동생의 승리, 이번엔 다르다?

형제의 맞대결은 지난 시즌에도 있었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이 아닌 4강 플레이오프였다.

지난 시즌까지 인천 전자랜드 소속이었던 문태종은 동생 문태영이 뛰고 있는 모비스와 4강에서 만났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모비스의 강력한 공격과 철통같은 수비에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3패로 물러났다. 동생 문태영의 승리였다.

당시 1차전에서 문태종은 6득점에 그친 반면 문태영은 20득점을 올려줬고 2차전에서는 문태종이 15득점으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다른 선수들의 공격이 풀리지 않으면서 58-93로 참패했다. 3차전에서 문태종은 24득점으로 맹활약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기엔 무리였다.

그러나 전자랜드의 문태종과 LG의 문태종은 확연하게 다르다. 전자랜드의 문태종은 '에이스'였지만 LG의 문태종은 굳이 에이스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문태종이 LG의 주득점원이긴 하지만 LG의 팀 구성이 워낙 탄탄하다.

신인 빅맨 김종규가 있고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28)과 크리스 메시(37)가 번갈아가면서 맹활약해주고 있다. 또 가드 김시래도 득점력을 갖추고 있어 문태종 혼자서 공격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또 LG는 모비스와 경기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상대 전적에서 3승 3패로 팽팽했거니와 지난 7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가졌던 마지막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80-67로 이기면서 득실차에 의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형과 동생의 자존심 싸움 2라운드야말로 진정한 진검승부다.

▲ 지난 시즌까지 모비스에서 뛰며 팀의 챔피언 등극을 이끈 김시래(왼쪽)가 이번에는 LG 소속으로 모비스와 상대, 양동근과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사진은 지난 1월 21일 맞대결에서 양동근의 수비를 제치고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는 김시래. [사진=KBL 제공]

◆ 김시래 보낸 모비스의 선택, 과연 옳았을까

전주 KCC는 2004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위해 외국인 선수 R.F. 바셋을 데려오는 조건으로 무스타파 호프와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모비스에게 넘겨줬다. 그리고 KCC는 챔피언결정전에서 4승 3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KCC는 미래의 포인트가드를 모비스에 내준 격이 됐다. 만약 KCC가 계속 1순위 지명권을 지키고 있었더라면 이상민(현 서울 삼성 코치)의 대를 잇는 최고의 포인트가드를 보유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선수가 양동근(33)이다.

공교롭게도 모비스와 10년 전 KCC의 모습이 닮아있다. 모비스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위해 로드 벤슨을 LG에서 데려왔다. 그리고 지난 시즌 모비스 챔피언 등극의 주역인 김시래를 LG에 내줬다.

양동근이 적지 않은 나이임을 감안한다면 양동근의 뒤를 잇는 포인트가드를 키울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모비스는 지난 시즌 챔피언 등극을 위해 김시래라는 미래를 내줬다. 이제 김시래는 지난 시즌 모비스에서 함께 뛰었던 양동근과 대결을 펼쳐야 한다.

챔피언결정전 경험이 한차례 밖에 되지 않은 2년차 김시래가 양동근과 매치업에서 다소 밀릴 수 있다. 하지만 김시래가 체력으로 밀어붙인다면 모비스의 선택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도 있다.

▲ 울산 모비스 함지훈(가운데)와 창원 LG 김종규(왼쪽)의 토종 빅맨 맞대결도 챔피언결정전의 백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1월 21일 두 팀의 맞대결에서 김종규 앞에서 훅슛을 시도하고 있는 함지훈. [사진=KBL 제공]

◆ 토종 빅맨 리바운드 대결, 챔프전 키포인트

농구는 골밑 싸움에서 승패가 결정된다. 이미 수많은 경기가 이를 증명한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리바운드에서 밀린 팀은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그런만큼 김종규와 함지훈이 벌이는 토종 빅맨의 리바운드 대결은 챔피언결정전의 '백미'다.

지난 7일 6라운드 맞대결이 리바운드 싸움에서 승패가 갈린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13점차로 이기면서 정규리그 우승의 발판을 놨던 LG는 당시 리바운드에서 38-27로 크게 앞선 것이 승리의 요인이 됐다.

이 가운데 김종규는 9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4개의 리바운드에 그친 함지훈과 골밑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김종규는 9개의 리바운드 가운데 수비 리바운드로만 7개를 걷어내며 모비스의 공격 실패를 고스란히 LG의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모비스는 함지훈이 김종규의 패기에 눌릴 경우 외국인 선수은 벤슨에게 골밑을 맡길 수 있지만 LG 역시 제퍼슨과 메시라는 좋은 센터가 있기 때문에 리바운드 싸움이 팽팽할 전망이다. 결국 김종규와 함지훈의 토종 빅맨 싸움에서 챔피언결정전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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