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김도훈(54) 전 라이언시티 세일러스(싱가포르) 감독이 황선홍(56)에 이어 임시 한국 남자축구 성인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건 이를 총괄하는 대한축구협회(KFA) 행정력의 부재를 나타낸다.
김도훈 감독의 임시 사령탑 발탁 소식을 전한 20일은,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전 대표팀 감독을 경질한 지 94일째 되는 날이었다. 대표팀은 3개월 넘게 정식 사령탑 부재에 놓여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 미국이 공동 개최하는 2026 FIFA(국제축구연맹·피파) 북중미 월드컵 개막(2026년 6월 11일)은 불과 2년 앞으로 다가왔다.
KFA는 “6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경기를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기로 하고 임시 사령탑에 김도훈 전 감독을 선임한다”고 20일 밝혔다.
대표팀은 내달 6일 싱가포르와 원정 경기를 치르고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홈 경기를 치른다.
김도훈 임시 체제는 정해성(66) 위원장을 필두로 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의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 협상 과정이 지지부진한 게 이유다. 당초 6월 예선 전까지 정식 감독을 선임하는 게 목표였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1순위 후보였던 제시 마치(51·미국) 전 리즈 유나이티드(잉글랜드) 감독은 캐나다 남자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했다. 정해성 강화위원장이 지난달 마치 감독을 영국 런던에서 직접 만나 연봉 등 세부 계약을 협의했지만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2순위였던 헤수수 카사스(51·스페인) 이라크 감독은 잔류해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셰놀 귀네슈(72·튀르키예) 감독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지만 KFA는 오보라며 선을 그었다.
대표팀이 임시 감독 체제로 A매치를 소화하는 건 지난 3월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 태국과의 월드컵 2차 예선 3·4차전을 치른 이후 2번째다. 황선홍 감독이 정식 사령탑 후보로도 꼽혔으나 U-23 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충격의 탈락을 하며 없던 일이 됐다.
KFA는 정몽규(62) 회장이 행정적으로 실망을 안겨 축구계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은 데 이어 정식 사령탑 선임까지 난항을 겪으며 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정몽규 회장이 사실상 선임 대부분에 관여한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내내 논란에 시달렸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3월 승부조작에 연루됐던 축구계 인사 100명을 사면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키웠다. 사흘 만에 철회되긴 했지만 정몽규 회장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정몽규 회장은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 선거에 출마, 당선됐다. KFA 회장 4연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선거에 출마한 게 아니냐는 비판 속에 놓여 있다.
임시 지휘봉을 잡은 김도훈 감독이 국가대표를 지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선수 시절 ‘폭격기’라고 불린 그는 K리그 전북 현대와 J리그 빗셀 고베, 성남일화에서 활약한 스트라이커다. K리그 통산 193경기에서 85골을 터뜨리며 활약했다. 국가대표로는 1998 FIFA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했다. A매치 72경기에 출전해 30골을 터뜨렸다.
2005년 성남일화 코치를 시작으로 인천유나이티드와 울산 HD에서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2020년에는 울산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021년부터 라이언시티의 사령탑을 맡아 18년 만의 싱가포르 프리미어리그 정상으로 이끌기도 했다.
김도훈 감독은 "처음 제의를 받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고, 많이 고민했다"며 "한국 축구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서 결정했고 시간이 좀 부족하지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가진 장점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6월 예선) 2경기에 대해서만 (감독직을) 결정했다”고 했다. 정식 감독으로 부임할 가능성은 없다는 의미다.
김도훈 감독은 6월 예선에 출전할 선수 명단을 오는 27일 발표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없이 보도자료로 공개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