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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김호중’ 누가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나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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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김호중’ 누가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나 [기자의 눈]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5.31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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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가수 김호중(33)의 잘못이 김호중 스스로만의 책임일까.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김호중이 31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 유치장에서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김호중의 음주운전 사실을 은폐한 혐의를 받는 이광득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소속사 본부장도 나란히 검찰에 송치됐다.

김호중은 이날 구속 당시 착용했던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절뚝이는 발걸음으로 호송차에 올라탔다. 취재진의 질문에는 "죄송하다"는 말만 남겼다. 차량에 탐승한 후에는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호송차에 탑승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호송차에 탑승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남경찰서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유치장 독방에 머물며 조사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은배 전 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장은 "유치장에서 잠만 잔다는 것은 자포자기한 심정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 차선에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이 과정에서 소속사 직원들과 합심해 증거를 인멸하고 매니저가 대리 자수를 하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이광득 대표는 매니저에게 대리 자수를 지시했으며 본부장은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하고 파손했다. 김호중은 당초 음주 사실 부인했으나 경찰 증거가 하나둘 드러나고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혐의를 시인했다.

그러나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전날까지 대형 콘서트를 강행하고 경찰 조사에 필요한 휴대전화 비밀번호 미제출 및 일부 제출, 음주량 거짓 진술 등 잘못을 뉘우치는 것으로 보기 힘든 행보를 이어갔다. 이에 법원은 24일 김호중과 이광득 대표, 본부장 등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호중의 팬덤은 음주운전 뺑소니, 증거인멸 등이 사실로 드러난 후에도 그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23일 열린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슈퍼 클래식 콘서트)에 참석한 팬들은 김호중의 무대가 끝난 뒤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가 하면 눈물을 훔치고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김호중. [사진=스포츠Q(큐) DB]
김호중. [사진=스포츠Q(큐) DB]

김호중의 SNS에는 그가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가수와 팬덤의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하나의 시련일 뿐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일부 팬들은 최근 단독 콘서트를 연 임영웅에게 엉뚱한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임영웅과 김호중은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함께 출연해 각각 1위,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한 팬은 임영웅을 향해 "동기인 호중이는 지금 구속됐는데 영웅이 너는 어찌 즐거울 수 있냐. 불쌍한 우리 호중이 한 번의 실수 가지고 생매장 당하고 있다"며 "아무리 돈을 벌고 싶고 공연하고 싶어도 지금 꼭 공연을 해야 했나. 영웅이는 반성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라. 친구 입장이 어떤지. 영웅이는 양심이 있으면 이번 공연으로 번 돈에서 호중이 위약금, 구속에 풀려나는 데 꼭 보태라"라는 질책의 글을 남겼다. 이 밖에도 김호중의 혐의를 직시하지 않고 그에 대한 책임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글들이 이어졌다. 

김호중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했을 지도 모른다. 그가 사고 이후 즉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인 후 죗값을 치렀다면 팬들의 말대로 한 번의 '실수'가 됐을 거다. 

하지만 '가정'과 '현실'은 다르다. 김호중의 죄는 용서의 범위를 벗어났다. 바닥에 엎지른 물을 주워담기 위해 집 전체를 불 지른 꼴이다. 그리고 그가 스스로 목을 조른 배경에는 소속사와 팬들의 책임이 있다. 범죄 불감증과 무조건적인 지지는 김호중을 위한 방패가 아닌 칼이 되어 돌아왔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김호중은 이날 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까지 추가돼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 등을 받게 됐다.

구속영장 신청 당시에는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파악하기 어려워 음주운전 혐의가 제외됐다. 하지만 경찰은 위드마크(Widmark·마신 술의 종류와 체중 등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 공식을 활용해 사고 당시 김호중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준(0.03% 이상 0.08% 미만)이었다고 보고 음주운전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김호중이 사고 직전 만취 상태로 비틀거리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자 바꿔치기 및 대리 자수도 이광득 대표와 함께 주도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고 범인도피방조에서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재적용했다. 경찰은 김호중이 매니저에게 "술을 마시고 사고를 냈다"며 대신 자수해달라는 내용의 통화 녹취를 확보한 상태다. 당시 전화를 받은 매니저는 김호중의 제안을 거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매니저 장씨의 허위 자수 과정에서 소속사 관계자들의 조직적·계획적 사건 은폐 및 조작이 있었음을 인지하고, 경찰서장을 팀장으로 교통·형사 합동수사팀을 운영해 범죄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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