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선수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한판승을 따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
국제유도연맹(IJF)은 2022년 6월 남자유도 81kg급의 이준환(22·용인대)을 이같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준환을 ‘코리안 번개(The Korean Lightning)’라고 소개했다. 이준환은 한국 남자유도에 혜성처럼 나타난 유망주. 177cm의 키에 튼튼한 몸을 지닌 그의 성인 국가대표 데뷔전은 화려했다.
2022년 6월 IJF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결승전에서 타토 그리갈라쉬빌리(조지아·세계랭킹 2위)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달 열린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에서는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나가세 다카노리(일본), 동메달리스트 샤밀 보르하슈빌리(오스트리아)를 꺾는 이변을 일궈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다.
![이준환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벨기에의 마티아스 캐세를 꺾고 동메달을 획득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2407/469062_528520_2322.jpg)
한국 남자유도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재목이라는 평가 속에 2024 파리 올림픽에도 진출했다. 결국 첫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까지 손에 쥐었다.
이준환(세계랭킹 3위)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81㎏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마티아스 카스(벨기에·세계랭킹 1위)에 안뒤축후리기 절반승을 따냈다. 이준환은 동메달이 확정되고 경기를 마친 후 눈물을 흘렸다.
이준환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유도를 시작했다. 이미 복싱과 수영 등을 경험한 후였다.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유도를 시작했다가 잘 맞아 그대로 계속해 선수가 됐다. 경민고 시절 2019년 중고연맹전에서는 자신의 체급은 물론이고 100㎏이 넘는 거구를 꺾는 활약 속에 무제한급에서도 우승했다.
![이준환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벨기에의 마티아스 캐세에게 승점을 따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2407/469062_528521_2410.jpg)
2022 순천만국가정원컵 전국유도대회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는 예선에서 결승까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한판승을 거두며 ‘한판승의 사나이’로 거듭났다. 그가 직접 밝힌 주특기는 업어치기.
그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라는 좌우명을 늘 가슴에 새기면서 묵묵히 훈련해 왔다. 쉴 때는 자동차 관련 영상을 보거나 피아노를 치면서 마음을 달랬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어떤 자세에서든 (공격에) 들어갈 수 있는 기술이 있으면서 모든 기술에서 한판승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각오를 세웠다.
다만 천적 그리갈라쉬빌리를 이번에도 넘어서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꼽힌다. 지난해와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모두 그리갈라쉬빌리에게 패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슨 인연인지 이번 올림픽 준결승에서도 또 만났고 연장 접전 끝에 안오금띄기로 절반패했다.
![이준환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벨기에의 마티아스 캐세에게 승리했다.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2407/469062_528522_2450.jpg)
이준환은 12년 만에 한국 남자유도 올림픽 81kg급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앞서 김재범이 2012 런던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여자 57㎏급의 허미미(경북체육회)의 은메달 이후 2번째 메달.
이준환은 동메달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경기 후 “항상 금메달을 목표로 살아왔으니 다시 4년을 준비해야 한다. 아직 제 실력이 상대 선수들보다 부족해 동메달에 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돌아가서 더 준비하겠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때는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자유도 김지수(23·경북체육회)는 여자 63㎏급 패자부활전에서 루비애나 피오베사나(오스트리아)에게 삼각조르기로 한판패를 당해 메달 수상이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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