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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박혜정 은메달, 장미란·전현무와의 인연 [파리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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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박혜정 은메달, 장미란·전현무와의 인연 [파리올림픽]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8.11 2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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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박혜정(21·고양시청)은 안산 선부중 2학년이던 2018년 5월 국내 역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18 전국남녀역도선수권대회 여자 중등부 75㎏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97㎏, 용상 128㎏, 합계 225㎏을 들어 우승했다.

‘역도 황제’ 장미란(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고교 2학년 때 들었던 기록을 중학생이 해낸 것이다. 당장 ‘포스트 장미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실 박혜정은 중학교 1학년 때 살을 빼기 위해 역도를 시작했다. 삼촌의 권유가 있었다. 하지만 현역 선수 시절 장미란의 경기 영상을 보고 감동을 한 영향도 컸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kg 이상급에서 은메달을 따낸 박혜정이 시상대에 올라 밝은 표정으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kg 이상급에서 은메달을 따낸 박혜정이 시상대에 올라 밝은 표정으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미란은 전 세계가 아는 역도 레전드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 75kg이상급에서 인상 140kg, 용상 186kg을 들어 올려 합계 326kg으로 이전 기록보다 3.5kg 많은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바벨이 휠 정도의 무거운 무게를 잇달아 들어 올리는 모습은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그때 그의 나이가 26세였다. 장미란은 2004 아테네 대회부터 2012 런던 대회까지 금·은·동메달을 한 개씩 따냈다.

그 장미란의 길을 박혜정이 따라갔다. 박혜정은 늦은 나이에 역도를 시작했지만 재능이 있었고 승승장구했다. 선부중 3학년이던 2019년 10월 아시아 유소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81㎏ 이상급에 출전해 인상 110㎏, 용상 145㎏, 합계 255㎏을 들어 3개 부문 모두 유소년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2022년에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2023년에는 세계선수권대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을 일궈냈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kg 이상급에서 은메달을 따낸 박혜정이 용상 2차 시기에서 168kg에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kg 이상급에서 은메달을 따낸 박혜정이 용상 2차 시기에서 168kg에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세를 몰아 그는 처음 나선 올림픽에서도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새겼다.

박혜정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81㎏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31㎏, 용상 168㎏, 합계 299㎏을 들어 2위로 경기를 마쳤다. 세계랭킹 1위 리위윈(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혜정은 자신이 보유한 합계 한국 기록(종전 296㎏)을 3kg 늘렸다.

아울러 장미란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여자 역도 최중량급 한국인 메달리스트가 됐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kg급에 출전한 박혜정이 용상 2차 시기에서 168kg 도전을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kg급에 출전한 박혜정이 용상 2차 시기에서 168kg 도전을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박혜정이 올해 4월 당한 모친상 속에서도 일궈낸 기록이라 주목받는다.

박혜정이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24 국제역도연맹(IWF) 태국 월드컵 출전을 약 일주일 앞둔 시점에 어머니 남현희 씨가 세상을 떠났다. 장례를 다 치르고 태국으로 출국한 박혜정은 대회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30㎏, 인상 166㎏, 합계 296㎏을 들어 2위로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이보다 더한 감동스토리가 없다.

박혜정은 경기를 마친 뒤 “한국 가서 어머니에게 메달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는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서 어머니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엄마 생각이 났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박혜정과 방송인 전현무와의 인연도 화제가 됐다. 방송인 전현무는 박혜정의 올림픽 경기를 현장에서 생중계했다. 사실 전현무는 스포츠 중계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KBS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박혜정과의 인연이 됐다.

지난 6월 방송에서 박혜정은 “현장 중계가 왔다는 사실을 알면 ‘보여 줘야지’라는 마음이 든다”라며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겪는 서러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냈는데, 입국 날짜가 배드민턴 선수들과 겹쳤다. 배드민턴 쪽으로 기자들이 몰려 마음이 아팠다”고 아쉬워했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kg 이상급에서 은메달을 따낸 박혜정이 시상식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kg 이상급에서 은메달을 따낸 박혜정이 시상식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전현무는 역도 중계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실제로 파리에서 현장 중계를 했다. 박혜정은 전현무가 중계한다는 소식에 올림픽을 앞두고 “파리에서 좋은 성적을 낼 테니 마지막에 ‘믿었던 박혜정이 일냈다’라고 꼭 해달라”고 요청했다.

전현무는 11일 박혜정이 은메달을 획득하자 “믿었던 박혜정이 해냈습니다”라고 외쳤다. 이어 “믿었던 박혜정, 앞으로도 쭉 믿겠습니다”라며 “(2028년) LA 올림픽을 정조준해서 쉼 없이 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메달 색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박혜정이 지난 대회보다 나아졌다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4년 뒤가 더 좋아질 거다. 저는 끝까지 응원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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