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보이지 않는 작은 별이었던 저를, 영웅시대가 발견해 줬습니다."
별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다. 빛으로부터 찬란함을 빌려 빛을 낸다. 과거의 임영웅은 아직 빛을 얻지 못한 '작은 별'이었다. 그런 임영웅을 영웅시대가 찾아냈다. 영웅시대는 빛이 되어 임영웅에게 반짝임을 선사했다. '작은 별' 임영웅 곁에 모인 빛들은 별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스타디움에 입성한 임영웅과 10만 영웅시대. 임영웅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로 뻗어있던 빛들은 상암벌에서 다시 하나로 연결돼 은하(Galaxy)를 완성했다.
영국 극작가 닉 페인의 작품 중 '별무리(Constellations)'라는 희곡이 있다. 작품은 평행우주이론을 통해 두 남녀의 만남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두 사람은 어느 우주에서나 '반드시' 만나게 되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조금씩 다른 결과, 다른 우주를 마주한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다.
닉 페인은 25살의 젊은 나이에 '별무리'를 써내며 영국 3대 연극상 중 하나인 이브닝 스탠다드 어워드에서 최고 연극상 최연소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리고 임영웅은 25살, 첫 앨범 '미워요'를 발매하며 작은 별이 됐다. 언젠가 영웅시대와 만날 그날을 기다리면서.
이곳에도 다중우주가 존재한다면 임영웅과 영웅시대는 '별무리'의 롤란드와 마리안처럼 그곳이 어떤 우주든 '반드시' 서로를 발견하고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이런 낭만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임영웅의 두 번째 공연 실황 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임영웅의 2024년 5월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 실황과 비하인드를 담은 스타디움 입성기다. 당시 임영웅은 트로트 가수 최초로 스타디움에 올라 다시 없을 새 역사를 썼다. 특히 콘서트 사상 전례 없는 '잔디 훼손 최소화' 연출을 택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진행시키며 가요계는 물론 스포츠계의 호평까지 얻었다. 여기에 댄스, 힙합 등 다채로운 장르와 연기 도전을 더해 첫 스타디움을 빈틈없이 채웠다. 영화는 콘서트 실황 무대뿐만 아니라 임영웅의 상암벌을 둘러싼 이슈들을 각 챕터로 꾸며 임영웅과 제작진의 비하인드를 풀어낸다.
◆ 톱은 '그냥' 탄생하지 않는다
언론 시사 전날인 21일 현존하는 최고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디 에라스 투어' 유럽 일정을 마무리하며 팝 황제 마이클 잭슨의 웸블리 스타디움 기록을 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솔로 가수가 단일 투어로 8번 공연한 사례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최초다. 직전까지는 마이클 잭슨의 '배드 투어'(1988)가 최고 기록이었다.
이와 함께 오스트리아 빈 공연 취소에 대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입장이 전해졌다. 빈 공연은 테러 위협으로 인해 3회차가 모두 취소됐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빈 사태 이후 내 모든 에너지를 런던 공연을 보러 온 약 50만명의 관객들을 보호하는 데 쏟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연 취소의 슬픔 속에서도 팬들의 안위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극한의 시련 앞에서도 "공연 만은 취소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진 가수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도 공연 전까지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공연 취소라는 선택지는 고려도 하지 않는다. 그가 이토록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공연을 이어가는 이유는 '팬들과의 약속'이기 때문. 테일러 스위프트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 공연을 위해 계획하고, 티켓을 사고, 일정을 조정해서 온다. 내가 어떻게 공연을 취소할 수 있겠는가"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태도는 영화 속 임영웅의 태도와 겹쳐 보인다. 임영웅은 상암벌 공연 당시 폭우를 뚫고 영웅시대와의 약속을 지켰다.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공연 2일 차는 일찍이 비 소식이 있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지붕이 없는 개방형 구조라 꼼짝없이 물세례를 맞아야 했다. 비 오는 날 진행하는 야외 공연은 어려움이 많다. 무대 장비가 물에 취약하다는 문제점도 이지만 가수의 안전이 가장 큰 위협을 받는다. 안무를 하다가 살짝만 미끄러져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감전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이에 공연을 취소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의가 오갔다. 하지만 임영웅의 결정은 "GO!"였다. 이유는 단 하나,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어려운 발걸음을 한 팬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것. 다행히 객석 위로는 지붕이 덮여 팬들이 비를 쫄딱 맞는 일은 최소화할 수 있었다. 우산을 쓰고 관람하기 어려운 환경인 만큼 5만여 명분의 우비도 준비했다.
이는 팬들의 일상을 존중하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서울에서 단 이틀 동안 진행되는 공연에는 전국 각지의 영웅시대가 모였다. 서울 및 근교에 거주하는 팬들은 공연장에 비교적 쉽게 오갈 수 있지만, 타지역 팬들은 공연 관람을 확정한 후부터 바빠졌다. 차편을 예매하고 숙소를 예약하는 것은 당연, 자녀 등과 동행하기 위해 본인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연이 취소되거나 변경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팬들의 몫이 됐다. 그렇기에 임영웅은 위험을 감수하고 팬들 앞에 서길 결심했다.
임영웅은 시사 후 진행된 무대인사에서 우중 공연에 대한 질문에 "저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비 오는 날 러닝하거나 축구하는 걸 좋아하고 비 오는 걸 보는 것도 좋아한다. 공연 때도 비가 왔는데 좋은 타이밍에 특수효과처럼 와 줘서 좋은 무대 연출이 됐다"는 너스레로 답했다.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던 임영웅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영화를 보고 난 뒤여서 그랬을까. 이런 너스레마저도 영웅시대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줬으니 됐다는 진심으로 들렸다.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오는 28일 CGV 단독 개봉한다.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쿠키영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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