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스포츠Q(큐) 글 나혜인·사진 손힘찬 기자] 한국 배우 이세영, 일본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가 청춘의 사랑을 통해 두 나라를 연결한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감독 문현성)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는 문현성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세영, 사카구치 켄타로, 홍종현, 나카무라 안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운명 같던 사랑이 끝나고, 모든 것을 잊은 여자 홍(이세영 분)과 후회로 가득한 남자 준고(사카구치 켄타로 분)의 사랑 후 이야기를 그린 감성 멜로드라마. 공지영 작가와 츠지 히토나리 작가, 한국과 일본의 두 남녀 작가가 집필한 한일합작 로맨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코리아', '임금님의 사건수첩', '서울대작전' 등 장르 구분 없이 도전적인 작품을 선보여 온 문현성 감독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첫 멜로 드라마를 세상에 내놓는다. 여기에 대한민국 대표 로맨스 장인 이세영,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지도와 팬덤을 갖춘 일본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가 멜로 합을 맞춰 기대를 모은다.
◆ 9년간 간직한 사랑 이야기
문현성 감독은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동경했던 장르가 멜로 드라마였다. 그동안은 이런 작품을 연출할 기회가 없었다"며 "첫 작품인 '코리아'가 끝나자마자 같이 작업하는 동료들과 여러 원작을 찾아봤는데 저희 작가가 이 원작을 소개해줬다. 그때 제목이 너무 와닿더라. 내용도 제가 상상했던 러브스토리와 닮아 있었다. 그래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됐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예전에 연애를 하면서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만약 나와 헤어졌던 사람을 우연히 다시 만난다면 나는 어떤 상태일까 이런 혼자만의 생각들을 가끔 했다. 그래서 원작의 내용이 제 상상과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원작과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원작은 문학적인 아름다움과 재미가 풍부한 편이라면, 저는 원작의 감정선과 정서감을 최대한 살리면서 영상적인 아름다움을 가미하고 싶었다. 거기에 음악적인 아름다움도 있다. 원작과는 다른 편곡으로 색다른 감흥을 선사해 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10년 가까이 준비한 작품인 만큼 배우들이 느끼기에도 문현성 감독의 애정이 대본 곳곳에 묻어 있었다고. 이세영은 "정말 오랜 시간 준비하신 만큼 세심하게 감정선을 다 들여다 보시고 고민을 많이 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셔서 준비할 때도 감독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사카구치 켄타로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일본 남자와 한국 여자가 만나는데 국가가 달라서 문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음에도 애정이라는 공통 인식이 있었다. 감독님이 굉장히 아름다운 이야기를 권해 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캐스팅 과정에 관한 비화도 펼쳐졌다. 문현성 감독과 이세영은 '서울대작전'으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문현성 감독은 "'서울대작전' 촬영장에서 세영 배우님이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 혼자 자연스럽게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떠올렸다. 그때는 캐스팅 제안을 드리지 않았고 '서울대작전'이 끝나고 정식 프러포즈를 했다. 그때부터 작업이 술술 진행됐다"고 전했다. 홍종현에 대해서는 "사석에서 만난 뒤 민준을 떠올리게 돼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사카구치 켄타로, 나카무라 안의 캐스팅 과정일터. 문현성 감독은 "저희 일본팀과 캐스팅 리서치를 하다가 사카구치 켄타로님을 알게 됐다. 그때가 코로나 시기여서 영상 통화부터 했다. 온라인 미팅을 하는 동안 준고랑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며 "칸나 캐릭터는 접근할 때 등장신이나 시퀀스를 떠나서 입체적인 존재감이 느껴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는데 나카무라 안 배우님을 처음 뵀을 때 그런 에너지와 아우라를 느꼈다"고 답했다.
이와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릴리 프랭키가 출연자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문현성 감독은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이라며 "마침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작품과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제가 직접 설득하고 사카구치 켄타로 배우님이 옆에서 추임새도 넣어 주셨다. 두 분이 세 번째 만남이셔서 특별히 부탁을 드렸다"고 전했다.
◆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의 작대기
홍은 준고의 옆에서 커져가는 외로음을 견디기 어려워 이별을 고한다. 준고는 운명적인 사랑이 끝난 뒤에서야 후회로 가득한 시간을 보낸다.
이세영은 "저는 홍이 사랑이 참 많기 때문에 외롭다고 생각한다. 작품은 운명 같은 사랑을 꿈 꾸던 홍이 준고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외로운 타지 생활을 하면서도 준고를 보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이별하고, 우연히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많이 흔들린다"며 "운명 같은 사랑을 믿고 있기 때문에 사랑도 참 많다. 그래서 더 외로운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홍을 보고 느낀 바를 이야기했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준고에 대해 "두 사람이 5년이라는 시간동안 만나고 재회하는데 준고가 한 사람을 5년동안 생각하는 걸 보면서 굉장히 에너지가 많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5년 동안 준고 안에서는 다양한 감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후회, 슬픔 등의 감정을 다 가져가면서 5년 동안 사랑을 한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사랑의 진실일 거라고 생각했다. 애정은 아름답고 이쁜 것만 아니라 슬픔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면에서 정말 솔직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홍종현은 한결 같이 홍을 사랑하는 순애보를 지닌 민준 역, 나카무라 안은 준고의 옛 연인으로 뒤늦게 깨달은 사랑을 찾으려 하는 칸나 역을 연기한다.
홍종현은 민준을 "홍을 오랜 시간 좋아했는데 쉽게 고백하지 못하다가 결심하고 연애를 시작한다. 뜨거운 연애는 하니지만 소소한 행복을 공유하면서 이쁘게 잘 만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나타나서 홍이가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눈치 챈다. 그럼에도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든든하게 곁에 있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남자"라고 소개했다.
나카무라 안은 "칸나는 준고의 대학 시절 여자친구로 어떤 사건으로 인해 헤어진다. 헤어짐을 많이 후회해서 그가 다시 나를 봐줬으면 하고 집착하는 인물"이라며 "그럼에도 자신감이 많고 파워풀한 여성이다. 동시에 준고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것에 아파하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 '사랑 후에 오는 것들', 한일 협업 교두보 되길
문화와 언어가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한 데 모여 힘을 모은 만큼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들이 얽혔다. 특히 작품 밖에서도 서로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소통을 이어갔다고.
이세영은 "제가 켄타로 배우보다 일본어를 더 많이 했다. 준고는 말이 많이 없는 인물이라.(웃음) 초반에는 준고의 말에 리액션도 해야 해서 잘 들어야 하는데 외우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되니까 긴장도 됐다. 제가 홍이보다 더 외로웠다"고 토로하며 "그래도 도와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현장에서 작업할 때도 켄타로 배우와 같이 장난도 많이치고 서로 언어를 가르쳐 주면서 편안하게 촬영했다. 또 켄타로 배우가 저보다 한국어를 잘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얼음으로 팥빙수 만들어주세요"라는 한국어를 뱉은 사카구치 켄타로는 "이 말이 제가 이번 작품을 하며 처음으로 기억한 한국어다. 첫 촬영 끝났을 때 호수가 얼어 있어서 '이 얼음으로 팥빙수를 만들어달라'라는 말을 처음으로 기억했다"고 유쾌한 일화를 공개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에 공식 방문한 나카무라 안은 "이렇게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 일본과 다른 부분도 있지만 자극이 돼서 현장에서 잘 진행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작품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로케이션으로 진행됐다. 한국은 작품 속 사계절 중 겨울을 맡는다고. 문현성 감독은 "양국의 많은 분들이 서로 한국과 일본의 아름다운 풍경을 잘 아시지 않나. 많이 친숙하실 것 같아서 고유한 아름다움을 섬세하고 정서적으로 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팬미팅을 진행할 정도로 거대한 국내 팬덤을 지닌 사카구치 켄타로는 "이번에 한국의 도시적인 모습과 자연적인 모습이 많이 담긴 두 곳에서 모두 촬영했다. 한국에는 더 많은 좋은 곳이 있을 텐데 더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극중 현재 신을 촬영할 때는 슬픔을 동반하고 가슴 아픈 신이 많은데 차가운 한국의 도시 모습 현재의 신이 잘 어울렸다. 애처롭게 잘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해 궁금증을 더했다.
문현성 감독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 후에 오는 것들을 꿈꿨다. 그는 "한동안 이런 한일 협업이 없었다. 오랜만에 이런 협업 기회가 생겨서 배우, 스태프들에게 모두 좋은 부담이었던 것 같다. 좋은 선례가 되는 작품으로 남겨야 이런 흐름이 계속될 거라는 생각을 당연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신중하고 진지하게 임했다"며 "저희 현장에도 한국팀 일본팀이 한 데 어울려서 작업을 했다. 많이 다르긴 하다. 한국은 한국 방식이 있고 일본은 일본 방식이 있다. 저는 앞으로 서로 한 자리에 모여서 창작 작업을 하다 보면 굳이 우리가 분석적으로, 논리적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모두가 자연스럽게 장단점을 느끼면서 새로운 방식 혹은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앞으로도 많은 창작자들이 컬래버레이션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적극 추천한다"고 권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오는 27일 저녁 8시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되며, 라쿠텐 비키에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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