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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해인이 빌런이라고?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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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해인이 빌런이라고?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9.18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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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해당 인터뷰에는 '베테랑2'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사람이 너무 반듯하다 보면 의심이 들기 마련이다. "세상이 나를 시험하는 것 같다"는 말을 심심찮게 내뱉는 현대 사회에서 말끔한 얼굴, 올곧은 자세, 모난 곳 없는 성격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너도 사람인데..."라는 생각과 함께 눈을 홉뜨게 된다. 때 묻지 않은 존재를 향한 질투라면 질투일 테고, 가지지 못한 성품에 대한 부러움이라면 부러움일 테다. 동시에 이유 모를 기대를 갖게 된다. 어쩌면 당신은 다르지 않을까. 의심과 믿음, 양가감정이 공존하는 이상야릇한 이들은 그 존재만으로 굉장히 매력적이다. '베테랑2' 개봉을 앞두고 마련된 인터뷰 자리를 위해 주름 하나 지지 않은 깔끔한 수트를 차려입은 배우 정해인(36)을 보곤 "인간이라면 저럴 수 없다!"며 혀를 내두른 류승완 감독의 말에도 이러한 속뜻이 내포돼 있으리라.

선한 역할을 연이어 맡는다고 해서 고착되는 이미지도 아닌데 정해인은 묘하게 정직한 분위기가 있다. 각진 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선한 얼굴은 등장만으로 '우리 편'이라는 확신을 주고, 약간의 반항이 묻어나는 표정도 젊은 패기처럼 보이니 '엄마 친구 아들'이 드라마 제목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미지만 그렇겠는가. "겁이 없다"는 이유로 위험천만한 액션을 자진해 소화하면서 상대 배우에게 주먹이 향할 때면 미안함 먼저 든다는 배우, 대상을 날카롭게 쳐다보는 것만으로 죄책감이 들어 컷과 함께 "죄송하다"는 말을 내뱉고 마는 배우, 해외 스케줄을 나갈 때도 매니저와 경호원을 피곤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개인 활동을 최소화하고 호텔방에 머무른다는 배우. 겉과 속이 소 하나 들지 않은 새하얀 찹쌀떡 같아 작은 의심도 훌훌 날아가 버린다.

그렇기에 정해인의 빌런은 그 어떤 시도보다 도전적이다. 1341만 '베테랑'을 탄생시킨 빌런 조태오(유아인 분)를 잇는 새로운 빌런이라는 허들도 있지만 결국 관객의 고정관념을 앞, 뒤통수가 모두 얼얼할 정도로 마음껏 배신하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관건. 그리고 황정민은 그런 정해인을 '럭키비키'(전화위복을 뜻하는 신조어)하다고 표현한다. '베테랑2'는 정해인의 정직한 용기가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다고.

정해인. [사진=CJ ENM 제공]
정해인. [사진=CJ ENM 제공]

◆ 정해인의 짜릿한 배신

정해인은 9년 만에 돌아온 '베테랑'의 속편 '베테랑2'에서 뛰어난 전투기술을 지닌 지구대 순경이자 '해치'라고 불리며 사적 복수의 큰 그림을 그리는 박선우 역할을 맡는다. 빠른 상황 판단과 위험 상황을 단번에 제압하는 기술로 눈도장을 찍고 서도철(황정민 분)이 몸 담은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로 스카웃되는 인물. 천진한 얼굴과 달리 부드러움과 섬뜩함이 교차하는 눈빛, 웃음으로 러닝타임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끔 만든다.

정해인은 빌런 도전에 대해 "배우는 늘 어떤 역할이든 도전하는 것 같다. 발전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해보는 것"이라며 "그동안 선한 역할을 자주 보여드려서 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으실 텐데, 이번 영화를 통해서 제대로 한 대 맞으실 것 같다. 내심 걱정되고 짜릿하기도 하다. 복잡한 심경"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일반 관객들에게서 '정해인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다'는 반응이 나오면 최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손익분기점(400만명)만 넘으면 좋겠다는 정해인의 작은 바람은 개봉 엿새 만에 달성됐다. 특히 실관람객 사이에서는 정해인이 연기한 박선우를 두고 "눈을 뗄 수 없는 역대급 빌런"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정해인. [사진=CJ ENM 제공]
정해인. [사진=CJ ENM 제공]

박선우는 악을 대표하는 일반적인 빌런과 달리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섞여 있다. 죗값을 제대로 받지 않은 악인들을 대신 처리하는 사적 복수로 뒤틀린 정의를 표현하는 듯하다가도, 자신을 방해하는 이들을 장기 말로 사용하며 가차 없이 제거하는 극악무도한 악행을 저지른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가 희열, 짜증 외에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충격을 안긴다. 이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박선우는 악의 대표자가 아닌 신념을 표현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해인은 "연기를 하는 배우 입장에서 캐릭터를 이해하고 체화하는 과정을 가져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박선우라는 인물의 생각과 행동을 제가 가장 잘 알아야 하는데 너무 복잡하고 어렵고 이상한 캐릭터였다. 어떻게 보면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성향도 갖고 있다. 자기가 원하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까지 도구로 이용하며 가면을 쓸 줄 안다"며 "감독님께서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 어딘가 불쾌하고 껄끄러운 감정을 선사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박선우의 뿌리를 만들어서 감독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어렸을 때 그의 부모님이 범죄자에게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 등의 사연을 상상했는데 감독님께서는 '전사 없이 현재 상황과 현상, 장면에만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후 정해인은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데 타당한 목적, 명분이 필요한가?"라는 고민을 갖게 됐다. 목적과 명분의 옳고 그름은 그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는 것. 그는 "극중 유튜브로 대표되는 사이버 레커(렉카)가 자신이 가진 정보들로 범죄자를 심판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정보들이 진짜라는 것을 어떻게 판단하겠는가. 실제 세상에서는 가짜뉴스, 마녀사냥이 이뤄지기도 한다"며 "해치는 판결 집행자처럼 보이지만 왜곡된 집행자다. 사실이 아닌 정보, 매체를 통해 얻은 자극적인 정보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팽배한 사회의 중심에 서서 즐기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박선우는 스스로를 해치라고 부른 적이 없어요. 사람들이 그를 칭송하고 관심을 주는 거죠. 나르시시스트 기질이 있어서 관심을 받는 걸 즐기는 편인데 유튜브 채널 '정의부장'이 단두대에 올리는 인물을 처리하면서 쾌감을 느낀다고 생각했어요."

'베테랑2' 박선우 역 배우 정해인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베테랑2' 박선우 역 배우 정해인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실제 범죄자와 프로파일러의 상담 영상을 참고했다는 그는 "박선우가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시선을 참고하려고 했다. 그들은 시선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 일반적인 사람은 대화할 때 시선을 몇 초 마주치다가 빼고 다시 쳐다보곤 하는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범죄자들은 눈을 피하지 않는다. 심리학적으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닌 사람의 눈을 5~6초 이상 쳐다보면 불쾌감을 느낀다더라"라고 알렸다.

정해인의 시선 연기는 작품 전체의 서스펜스를 책임진다. 그는 "제가 안구를 조금만 움직여도 의미가 달라진다"며 "마스크를 쓰고 모자까지 쓴 상태에서 눈으로만 모든 것을 표현하려니까 답답하기도 하고 벽에 부딪혔다. 촬영하기 전부터 준비를 많이 했다. 작품을 준비하며 거울을 이렇게 많이 본 작품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평소에는 카메라에 얼굴이 어떻게 나오는지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연기하는데 이번 작품은 눈도 이상하게 떠보고 많이 노력했다. 현장 모니터링 당시에는 그동안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눈빛, 살면서 한 번도 지어보지 않았던 표정을 짓는 걸 보고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박선우의 미소에 대해서는 "잘 보시면 초중반에만 있고 후반에는 많이 없을 거다. 사회적 가면의 연장선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황과 인물이 장기 말처럼 움직이는 걸 보면서 즐기는 표정"이라고 밝혔다.

"박선우의 모든 행동은 계획적이에요. 서도철 형사의 아들을 구해주는 이유도 그의 아킬레스건이 아들인 것을 파악한 뒤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서 구해준 것이고요. 그러다 보니 연기하면서 들었던 생각이 '박선우, 정말 부지런하다.'(웃음) 모든 일들을 하려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다녀야 할 텐데. 부지런한 사람이 뭐 하나라도 더 하나 봐요. 그만큼 목적의식이 뚜렷한 거죠."

끝으로 정해인은 박선우는 "정의일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정의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박선우의 왜곡된 신념을 정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박선우를 정의로 만든 것은 그를 해치라고 칭하는 언론과 대중"이라며 "제가 생각하는 정의의 개념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 상식선의 행위를 하는 용기"라는 소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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