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박소현 객원기자] 각 구단마다 고유의 색깔이 있다. 경기장 외벽과 관중석, 전광판에 비치는 그래픽, 선수단이 착용하는 유니폼과 출시되는 굿즈 나아가 모기업의 철학이 느껴지는 분위기까지 여러 시각적 요소들이 팀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는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스포츠산업에서도 디자인이 역할이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 프로야구 KBO리그가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달성하고 프로축구 1부 K리그1도 2년 연속 유료관중 200만을 돌파한 배경에 예쁜 디자인이 크게 한 몫 했다는 사실을 스포츠팬들은 인지하고 있다.
스포츠산업 채용서비스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 대학생 기자단이 스포츠 아트 디렉터를 만났다. 역사에 남을 순간을 시각적인 언어로 전달해 특별한 경험과 감동을 선사하는 직업이다. 진완 디렉터에게 스포츠 아트 디렉터가 되는 방법, 좋은 디렉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물었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포츠 아트 디렉터 진완입니다.”
- 주요 업무는.
“팀의 시각적 브랜딩과 디자인을 책임지는 역할을 합니다. 구단 내 스프링 캠프, 이벤트 등 시즌 및 행사에 필요한 엠블럼과 MD를 기획해 디자인하며, 의뢰한 구단과의 소통을 일원화하기 위한 이미지 작업과 메인 콘셉트 이미지를 제작하는 일을 합니다.”
- 전반적인 프로젝트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벤트 시작 1~2주 전 의뢰를 받아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단과 그 라이선스를 보유한 업체와의 협의입니다. 이를 통해 기획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고 조율한 이후 디자인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요. 메인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구단과 업체에 공유하며 잘 반영됐는지 확인하고 수정하면서 전개합니다."
- 직업의 장단점.
“좋아하는 스포츠 분야에 참여하는 자체가 장점입니다. 그리고 구단이 이벤트를 기획했던 의도나 선수의 기록이 달성됐을 때 등 축하 받아야 하는 기쁜 일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단점은 다른 사람이 상상하는 것을 듣고 이미지를 통해 현실로 구현하는 직업이고, 프로젝트 과정 중 구단과 업체 등 거치는 단계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기에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 스포츠 아트 디렉터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쇼핑몰에서 일하면서 독학으로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체육학 전공이어서 디자인 관련 업무를 맡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체육에서 배운 지식을 디자인에 접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계기로 스포츠 구단 라이선스를 보유한 업체에 취직했고 마침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할 때 회사에서 그 라이선스를 활용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스포츠 아트 디렉터로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 스포츠 아트 디렉터가 되는 방법은?
"스포츠 분야는 취업문이 좁고 한정적이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영업 등 타 부서와의 소통과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포츠든 다른 분야든 디자인 외 타 부서와의 협업은 필수적이므로 처음부터 스포츠 분야에 진출하기 어려울 경우 디자인 직무와 관련된 실무 경험을 쌓은 후 자연스럽게 스포츠 분야로 이동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 가장 필요한 역량은.
“본인이 가진 생각을 스케치, 낙서 등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해 상대방에게 그림을 통해 이해시킬 수 있는 역량 그리고 프로젝트를 넓게 보는 시야 같아요. 디자인을 하다 보면 세세한 부분에 빠지기 쉬운데 프로젝트 전체를 보며 디자인을 굵직하게 전개할 수 있는 대담함도 필요합니다.”
- 작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소통입니다.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피드백, 제안 등 과정들이 서로 이해되고 만족스러울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죠.”
- 디자인 전공이 유리한지.
“체육 전공으로 졸업 후 디자인이라는 업을 하기까지 많이 고민했어요. ‘맨땅에 헤딩’으로 도전하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경기장 안 환호성 같은 표면적인 화려함에 빠지는 것이 아닌 선수가 기록을 달성할 때까지의 눈물과 땀, 힘든 과정을 볼 수 있는 시야가 있다면 전공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아이디어나 영감은 어디서 받는지.
"조용한 것을 좋아해 혼자 걷거나 음악을 들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편입니다.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들을 노트에 적고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그 노트를 참고해 디자인에 활용합니다."
- 디자인 역량을 키우기 위한 방법은?
"프로젝트는 항상 누군가의 의뢰를 통해 시작되기에 감정이 좋거나 나쁠 때도 일은 계속해야 해요. 감정에 따라 디자인이 바뀌지 않고 어떤 감정을 느끼더라도 흔들림 없이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기쁜 이미지나 화난 이미지 등 다양한 감정에 따라 이미지를 제작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런 연습이 자연스러워지면 어떤 감정을 느끼더라도 디자인을 잘 풀어낼 수 있어요.”
-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
"2019년 LG 트윈스의 MD 프로젝트를 맡았습니다. 하나의 키워드로 이미지를 작업하는데, 당시 유니폼 스트라이프 패턴에서 영감을 받아 ‘승리를 향한 길’이라는 의미를 담은 ‘로드 트윈스’ 키워드로 디자인을 전개했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야구장에 방문했을 때 그 결과물이 경기장 내 전광판과 대형 깃발, 배너에서 휘날리는 걸 보며 남모를 뿌듯함과 벅찬 감정을 느꼈습니다."
- 디자인 관련 자격증이 필수인지.
“자기소개에서는 서류에 드러난 모습으로 평가받는데 체육을 전공하다 보니 전문성을 어필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고 실무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이 많았어요. 그래서 지금도 계속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자격증은 스케치를 바탕으로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는 시각디자인기사입니다. 디자인 경험을 쌓기에 좋은 자격증이라고 생각해요."
-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 중요한 점은?
"모든 디자이너는 각자만의 색깔이 있고 그게 곧 포트폴리오의 강점이 돼요. 동시에, 트렌드에 맞는 작업과 자신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는 다양한 디자인도 추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유연하게 작업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 본인만의 강점은?
"소통할 때 2D 이미지로는 시간적, 구조적으로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3D와 모션을 활용해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이렇게 차원을 넘나들며 이미지를 제작해 상대방에게 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이 제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궁금합니다.
"2020년 박용택 선수의 은퇴 시즌에 플레이어 유니폼 프로젝트를 맡았습니다. '피날레: 대단원의 마지막 장'이라는 키워드로 구단을 설득했고, 박용택 선수와 직접 의견을 나누는 좋은 기회도 얻었습니다. 마침 '피날레'는 선수가 모자에 적어두었던 문구라 더욱 의미가 깊었어요. 선수가 은퇴를 기념하며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어 했고 이에 따라 유니폼 하단에 일일이 사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구단, 마케터, 업체, 디자이너 모두에게 만족스러워 기억에 남습니다."
- 도전적이었던 프로젝트는?
"모든 작업이 도전이지만, 특히 A라는 구단에서 뛰었던 선수의 기록 상품이나 플레이어 디자인을 제작했는데 그 선수가 다음 해 B팀으로 이적해 다시 디자인을 제작해야 할 때가 그렇습니다. 만약 제가 계약한 업체가 이적한 팀의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면 같은 선수의 디자인을 새로운 구단의 색깔에 맞춰 다시 만들어야 해요. 옮긴 팀에 맞게 선수를 새로운 방식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도전인 것 같습니다."
- 앞으로의 목표.
“다른 분야의 아트 디렉터는 많지만 스포츠 분야에 특화된 디자이너는 생소하다 생각해요. 앞으로 이 분야가 전문적으로 인정 받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는 것, 후배를 양성하는 것, 또 넓은 인력풀을 만들어 좋은 결과물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스포츠 아트 디렉터란?
"'드림 메이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꿈꾸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꿈꾸는 것을 이미지로 구현해 현실 속 존재로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 스포츠 아트 디렉터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각자의 활동에서 얻는 경험이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가 경력이 됩니다. 꼭 특정 분야가 아니더라도 현재 속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그 경험이 쌓여 의미 있는 경력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응원하겠습니다!”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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