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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감독직, 12년 '독이 든 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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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감독직, 12년 '독이 든 성배'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4.24 0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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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김성근 감독 이후 12년동안 6명이나 경질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김기태 감독까지 자진 사퇴하면서 LG 감독직이 '독이 든 성배'가 되고 말았다.

LG는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경기가 끝난 뒤 김기태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김기태 감독은 삼성전이 열린 대구구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조계현 수석코치가 김 감독을 대신해 경기를 운영했다. LG는 처음에는 김 감독이 개인 사정이 있어 나오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미 이날 경기 직전에 사퇴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LG 감독직이 누구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는 어려운 자리가 됐다는 점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감독의 무덤'이 됐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김성근 감독을 경질하고 이광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광환 감독은 1994년 LG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지도자였기에 기대가 컸다.

그러나 LG는 2003년 60승2무71패의 초라한 성적만을 남기고 6위에 그쳤고 결국 이광환 감독은 1년만에 물러났다. LG 감독의 수난시대이자 LG의 암흑시대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LG는 2004년 해태 출신의 이순철 감독을 영입했지만 역시 성적이 좋지 못했다. 2004년과 2005년 모두 6위에 그쳤고 결국 2006년 6월 경질됐다.

그 다음이 바로 김재박 감독이었다. 김재박 감독은 LG 출신의 스타 유격수이자 현대를 최강으로 이끌었던 검증된 지도자였다. 그러나 2007년 부임한 김재박 감독도 첫 해 5위에 이어 2008년 8위, 2009년 7위에 머물렀다. LG는 당연히 경질했고 김재박 감독 역시 이후 현장에 돌아오지 못했다.

김재박 감독까지 경질한 LG는 2010년 두산 2군 사령탑이던 박종훈 감독과 계약을 맺었다. 박종훈 감독과 계약을 맺은 것은 오랜 기간 부진에 빠져있었던 팀의 리빌딩을 위해서였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를 가꿨던 박종훈 감독이었기에 LG는 이례적으로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 등 총 5년간 12억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박 감독의 LG 생활은 2011년을 넘기지 못했다. 2010년에는 초반 한때 1위로 치고 올라가기도 했지만 다시 성적이 떨어지며 57승 5무 71패로 6위에 그쳤다. 2011년 역시 60승(59승 2무 72패)을 넘기지 못하고 6위에 머물렀고 결국 2년만에 사톼했다.

그 뒤를 이은 것이 2011년 11월 부임한 김기태 감독이었다. 한신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요미우리에서 코치로 활약한 뒤 박 감독의 부름을 받고 LG에 온 김기태 감독은 2군 감독만 맡아봤을 뿐 1군 감독은 처음이었다. 박 감독에 이어 파격적인 깜짝 선임이었다.

첫 해인 2012년에는 57승 4무 72패로 7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는 74승 54패의 기록으로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 팀을 11년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 가을야구에 나간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도 유광잠바(LG가 가을야구를 할 때 팬들이 입고 나가는 점퍼)를 준비해도 좋다"고 출사표를 던졌지만 시즌 초반 연패에 늪에 빠져 끝애 조기 퇴진의 길을 걸었다. 올시즌은 김기태 감독의 마지막 계약 시즌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LG는 조바심만 냈다. 감독을 기다려줄줄 몰랐다. '두산 화수분 야구'를 가꿨던 박종훈 감독을 데려와 팀 리빌딩을 계획했다면 최소 3년 이상은 기다려봤어야만 했다.

그러나 서울 라이벌 두산이 계속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늘 조바심을 냈다. 팬들의 기대치도 만만치 않아 성적이 나지 않는 것에 대해 늘 불만을 품었다. 여러가지 복합요소가 LG 감독직을 독이 든 성배로 만든 셈이다.

지금 LG의 문제는 감독 하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병규(9번)는 벌써 40세고 박용택(35) 역시 30대 중반이다. 30대 중후반의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어 LG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 선수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조인성(39)의 SK 이적으로 인해 마땅한 주전 포수도 없다.

마음놓고 LG의 리빌딩을 책임질 수 있는 지도자를 차기 감독으로 선임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 감독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면 또 다시 앞선 감독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것이 야구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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