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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만능맨 로티노, ’멀티노’라 불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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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만능맨 로티노, ’멀티노’라 불러다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4.25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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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1루수에 외야수비까지 소화, 타격 2위로 공격에서도 맹활약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외국인 맞아?”

넥센 히어로즈가 외국인 선수 비니 로티노(34) 덕에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선두를 질주중인 넥센의 중심엔 외국인 타자 로티노가 있다. 넥센의 경기를 보면 그의 활약상이 유달리 눈에 띈다. 외국인 타자의 고정관념을 깨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 후 1주일이 지났을 때만 해도 로티노는 ‘애물단지’였다. 로티노는 다른 외국인 타자들이 홈런포를 가동하며 리그를 주름잡을 때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첫 주 로티노의 타율은 0.125(16타수 2안타)에 불과했다. 홈 개막전이던 지난 1일에는 평범한 좌익수 뜬공을 놓쳐 3루타로 만들어주는 사고도 쳤다.

하지만 부진은 딱 거기까지였다. 한국야구 적응을 마친 로티노는 곧 본모습을 보여주며 숱한 이야기거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 ‘멀티노’ 로티노, 못하는 게 없네 

계속해서 좌익수로 출전하던 로티노는 지난 10일 목동 KIA전에서 주전 포수 허도환의 부상과 백업 박동원의 극심한 부진 속에 마스크를 착용했다. 결과는 대성공. 앤디 밴헤켄과 6.1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며 포수도 거뜬히 소화해내는 멀티플레이어임을 증명했다. 마이너리그에서 포수로 통산 305경기를 뛰어본 경험을 십분 활용했다.

로티노의 포수 출전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었다. 밴헤켄-로티노 배터리는 16일 잠실 LG전에서도 가동됐다. 외국인 배터리는 7이닝 무실점으로 첫 호흡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2경기 13.1이닝 무실점으로 찰떡호흡을 과시했다.

밴헤켄의 전담 포수가 된 로티노는 22일 목동 롯데전에서도 마스크를 썼다. 밴헤켄이 초반부터 난타당하며 연승을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염경엽 감독의 선수 가용폭을 넓혀줬음은 물론 허도환을 자극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로티노는 23일 롯데전에선 8회초 1루수로도 나왔다. 좌익수 대수비로 오윤이 투입되면서 1루로 자리를 옮겼다. 포수까지 거뜬히 해내는 로티노에게 1루 수비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진정한 유틸리티 플레이어 로티노의 진가를 알 수 있던 장면이었다.

◆ 본업에도 충실한 로티노, 명품 빨랫줄 송구 

로티노가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것은 외야수로서 역량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는 강력한 어깨로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 인상깊은 플레이도 몇 차례 기록했다. 본업인 좌익수 포지션에서 보여주는 송구 능력도 일품이다.

로티노는 2014 프로야구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29일 문학 SK전에서 1회말 2사 1,2루에서 나온 이재원의 좌전안타를 잡아 빨랫줄 송구로 2루 주자 김강민을 잡아냈다. 선취점을 틀어막은 넥센은 이후 김광현 공략에 성공하며 개막전부터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24일 목동 롯데전에서도 '한건'을 했다. 2회초 무사 만루 위기에서 정훈의 좌전 적시타 때 로티노는 홈이 아닌 3루를 택했다. 3루를 노리던 1루 주자 문규현은 아웃됐고 흐름을 끊은 넥센은 더 이상의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경기 초반 완전히 무너질 뻔했던 넥센은 로티노의 귀중한 보살로 승리할 수 있었다.

◆ 홈런 좀 없으면 어때? 타격 2위인걸!

야구에서 리그 정상급 타자들만이 기록하는 수치로 흔히 ‘3-4-5’를 이야기하곤 한다. ‘3’은 타율 3할, ‘4’는 출루율 4할, ‘5’는 장타율 5할을 뜻한다. 홈런은 하나뿐에 불과하지만 로티노는 꾸준한 맹타로 이 기록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 로티노는 24일 목동 롯데전에서 시즌 첫 2번타자로 나서 3안타를 치며 타격 2위로 올라섰다. [사진=스포츠Q DB]

로티노는 1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75, 출루율 0.417, 장타율 0.536, OPS(출루율+장타율) 0.953을 기록중이다. 특히 정교함이 빛난다. 로티노는 22일 목동 롯데전에서 규정타석을 채우며 타격 4위로 순위표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이틀간 4안타를 몰아치며 삼성 박석민에 이어 타격 2위로 올라섰다.

득점권 타율도 0.375로 높다. 좀처럼 삼진을 당하지 않는다. 쉽게 물러서는 법이 없다. 60타석에서 삼진은 단 3개에 불과하다. 염 감독은 끈질긴 로티노를 24일 롯데전에서 시즌 처음으로 2번 타순에 기용했다. 로티노는 3안타로 완벽히 응답했다.

도루는 하나도 없지만 발도 느리지 않다. 로티노는 24일 경기 4회말 주자없는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 평범한 3-유간 땅볼을 치고 전력질주해 내야안타를 만들어 냈다. 느린 발이었다면 평범한 범타가 됐을 타구였다.

◆ 고정관념을 깬 신개념 외국인 

복덩이도 이런 복덩이가 없다. 넥센팬들은 게시판을 통해 “이러다 로티노가 투수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멀티플레이어와 로티노의 합성어인 ‘멀티노’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진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여태껏 한국 무대에서 사랑을 받았던 외국인 타자들은 펠릭스 호세(전 롯데), 타이론 우즈(전 두산), 카림 가르시아(전 롯데·한화), 댄 로마이어(전 한화) 등 한 시즌에 서른번은 담장을 넘기는 타구를 만드는 거포들이었다.

2014 시즌 역시 호르헤 칸투(두산), 루크 스캇(SK), 루이스 히메네스(롯데), 조쉬 벨(LG), 브렛 필(KIA), 에릭 테임즈(NC) 등의 외국인 선수들은 각 팀의 중심타선에 포진해 각 팀의 대포를 담당하고 있다.

로티노는 여태껏 한국 야구팬들이 갖고 있던 외국인 타자에 대한 이미지를 뒤흔들고 있다. '외국인들은 거구고 홈런을 펑펑 날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수며 신개념 외국인 선수의 표본으로 거듭나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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