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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예능'이 나가야 할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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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예능'이 나가야 할 자세
  • 안은영 편집위원
  • 승인 2014.04.29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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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안은영 편집위원] 국민MC 신동엽·강호동·유재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상파 방송과 종편(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의 예능국장들은 어떤 고민에 빠져있을까. 이들 모두 직업상 예능인이기 이전에 국민이다. 국민이면서 밥벌이로써의 예능인이다. 이 비감한 딜레마가 곧 ‘웃어야 하는 자의 슬픔’이다.

진도건, 마라도건, 세계 어디건 대한민국 국적을 소지한 사람 모두를 모독하는 항해였다.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을 겪고 있다. 어떤 형용사도 필요치 않다. 책임은 책임대로, 단죄는 단죄대로 기필코 하자.

▲ 예능MC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 [사진= Mnet KBS SBS 방송화면 캡처]

하는 동시에 이를 악물고 무릎을 세워 살아가는 일이 막중하다. 생활을 저버리고 바닷가에 나가 통곡할 수만은 없다. 슬픔은 전이되고 길고 긴 통곡은 공기 중에 퍼져 최면을 낳는다. 살아있는 우리, 2주 동안 울지 않을 수 있나. 분노를 삭힐 수 있었나, 그 어떤 뉴스가 위로가 되었나.

진도 앞바다에 공기탱크를 지고 물갈퀴를 신은 채 뛰어드는 잠수부들만큼이나 직업적 사명이 요즘처럼 야속한 사람은 또 있다. 웃겨야 사는 사람들, 바로 예능인이다. 웃기는 것이 사명인데 남들 웃기는 건 고사하고 스스로 웃음이나 날까. 단전에 있는 힘껏 힘을 모아 끌어올려본들 통 크게 웃어질까.

위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함께 걸어주는 것, 손을 잡아주는 것, 그것도 아니면 그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위로의 목적은 함께 슬픔의 잠수정에 빠져보자는 게 아니다. 이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기운을 주기 위함이다. 할 수 있다면 나와 너와 진도 앞바다를 위해 조금이라도 힘이 있는 사람들이 기운을 내주어야 한다.

찰리 채플린의 시대는 냉혹했다. 그래서 그의 코미디는 빛날 수 있었다. 그는 용기 있었고, 스스로를 산화했고, 무엇보다 시대를 정확히 읽었다. 우리는 사고 이전처럼, 천지분간 없이 웃어도 '으하하하' 맞장구를 쳐줄 수는 없다. 하지만 풍자와 해학 그리고 촌철살인의 위트는 그 어떤 정치가의 선동보다 힘을 낼 수 있다. 가장 신랄하고 가장 아프게, 가장 힘 있게 코미디를 펼쳐주길 바란다.

4월과 5월. 공기가 훈풍을 실어나르는 계절. 팽목항의 울음이 탱천한 요즘, 페스티벌이 속속 취소되고 있다. 당연하다. 축제라니 당치 않다. 그런데 요즘처럼 위로가, 노래가 절실한 때가 있었나. 다큐멘터리에 BGM(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음악 말고 가수들은 웅크리지 말고 나와, 사망자와 실종자의 넋을 기려주길 바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송가를, 그 울림이면 족하다. 외롭고 긴 통곡의 무게를 당신들의 위로에 실려 덜어낼 수 있도록 용기를 내주기 바란다.

▲ 바흐의 삶과 죽음을 그린 모던발레 '멀티플리티시' 공연 중 죽음과 바흐의 대면. 27일 공연 직전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세월호 사고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작은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사진=유니버설발레단]

나치의 공습으로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영국 국민들에게 국왕 조지 6세는 차분하고 실질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Keep calm and Carry on”. 동요하지 말고 맡은 바 본연에 충실하라. 이 캐치프레이즈는 국민들에게 엄청난 위로와 용기가 된다.

리더는 침묵했(하)지만 우리는 기필코 힘을 낼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해학과 눈물과 송가로 범벅된 메시지다. '두 눈 부릅뜨고 살아가자'는 위로와 다짐의 메시지는 막막한 바다에 새로운 깃발이 될 것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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