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스포츠Q 이세영 기자] “전반기에 잘 친 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힘이 많이 들어가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하다보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만루의 사나이’ 황재균(28·롯데 자이언츠)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승부를 뒤집는 만루 홈런을 터뜨리며 조용했던 사직벌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황재균은 후반기 들어 전반기의 기세를 잇지 못했다. 전반기 85경기에서 타율 0.306에 22홈런 65타점을 기록한 황재균은 3루수로서 수비 부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장타를 터뜨렸다. 이른 시점이었지만 ‘3루수 골든 글러브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이야기도 오갔다.
전반기를 마감하는 올스타전에선 홈런 레이스에서 에릭 테임즈(NC)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 가공할 힘을 자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황재균의 앞날이 활짝 열릴 것 같았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황재균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이날 전까지 23경기에서 타율은 0.302로 좋았지만 1홈런 9타점에 그쳤다. 장타력이 완전히 실종됐다.
황재균이 진단한 부진 원인은 멘탈이었다. 그는 18일 KBO리그 사직 LG전이 끝난 뒤 “전반기에 좋은 기록을 낸 게 오히려 마음의 짐이 됐다”며 “타격할 때 잘 쳐야겠다는 부담감이 밀려와 힘이 많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날도 황재균은 홈런을 치기 전까지 3타수 무안타 삼진 2개로 침묵했다. 상대 선발 헨리 소사의 강속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수비에서도 한 차례 실책을 범해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그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만루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황재균은 오지환의 연속 실책으로 롯데가 2점을 낸 8회말 1사 만루서 소사의 초구 시속 154㎞짜리 속구를 강타, 왼쪽 담장을 넘겼다. 홈 팬들의 환호를 불러일으킨 한 방이었다. 통산 6번째 만루포.
황재균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져온 롯데는 다음 타자 짐 아두치의 백투백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팀 역전승에 크게 기여한 황재균은 아두치와 하이파이브하며 활짝 웃었다.
경기 후 황재균은 “소사의 속구가 좋아서 초구부터 변화구를 버리고 속구를 과감하게 공략하려했다. 이점이 적중했다”며 “하나씩 차근차근 하다보면 더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 막판에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잘 살렸다”며 “마지막까지 수고한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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