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이세영 기자]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힘겹게 버티던 한화 이글스 불펜이 차례로 무너져 개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윤규진과 권혁이 차례로 난조를 보이자 김성근 한화 감독이 칼을 빼들었다. 선발로 뛰던 배영수(34)를 불펜으로 돌린 것. 이 선택이 향후 한화 마운드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관심이 쏠린다.
그간 필승계투조로 활약하던 윤규진은 최근 등판하지 못하다가 결국 18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지난 4월 11일 어깨 통증으로 1군 명단에서 빠진 뒤 올해 두 번째 2군행. 이번에 1군에서 제외된 원인도 어깨 부상이었다. 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당분간 마운드에 설 수 없는 윤규진이다. 설상가상으로 또 한 명의 필승조인 권혁도 최근 잇따라 적시타를 맞는 등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윤규진이 이탈하면서 불펜 한 자리가 다시 비게 됐다. 김성근 감독의 선택은 배영수였다. 최근 불펜으로 뛴 적이 별로 없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노련한 투구에 높은 점수를 줬다.
배영수는 올 시즌 21경기에서 4승 5패 1홀드 평균자책점 5.71을 기록 중이다. 구원 등판 했을 때는 5경기에서 1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찍었다. 8월 두 차례 구원 등판에선 각각 3이닝 무실점,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해 김성근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최근 페이스가 좋았던 점도 불펜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배영수의 구위다. 한창 전성기를 지냈을 땐 시속 150㎞를 넘나드는 속구를 아무렇지 않게 뿌렸지만 이제는 140㎞ 초중반에서 형성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임팩트 있는 투구를 펼쳐야 하는 불펜 투수의 특성을 비춰봤을 때 배영수가 지속적으로 호투를 펼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배영수가 선발에서 불펜으로 옮겨 선발진의 개편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에스밀 로저스, 미치 탈보트, 안영명, 송은범(31) 등이 고정 선발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송창식은 지금처럼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스윙맨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이 상황에서 송은범이 다시 호투를 펼쳐야 한화 앞문이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1일 구원 등판에서 1⅔이닝 2실점을 기록, 난조를 보였던 송은범은 선발로 복귀한 뒤 두 차례 마운드에 올랐지만 3⅓이닝 4실점, 2⅓이닝 5실점(4자책)으로 여전히 아쉬운 면모를 보였다. 시즌 중반 두산을 상대로 호투를 펼치기도 했지만 다시 초반 안 좋았던 사이클로 돌아간 모양새다.
마운드 대수술에 들어간 한화는 배영수와 송은범이 앞뒤에서 잘 버텨주길 바라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지난 시즌 이후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될 당시 우려됐던 요소가 한꺼번에 노출됐기 때문. 두 투수 모두 잘 던지다가 한 번에 무너지는 아킬레스건을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각각 21억 5000만원(3년), 34억원(4년)이라는 거액을 주고 영입했기에 김성근 감독 입장에서 출전시키지 않을 수도 없다. 김 감독의 선택이 진퇴양난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배영수와 송은범이 절치부심해 반등해야만 한다.
최근 5연패 늪에 빠지며 6위 자리도 안심할 수 없는 한화. 마운드 대수술을 선언한 김성근 감독의 결단이 성공으로 귀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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