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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th BIFF] '협녀'에는 없고 '자객 섭은낭'엔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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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th BIFF] '협녀'에는 없고 '자객 섭은낭'엔 있는 것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10.0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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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스포츠Q 용원중기자]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인 대만의 거장 감독 허우 샤오시엔의 첫 번째 무협영화 '자객 섭은낭'이 공개됐다.

영화는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가 정치적인 이유로 다른 이와 결혼하고, 장군의 딸이었지만 여승에게 납치돼 자객으로 키워진 당나라 여인 섭은낭(서기))의 이야기다. 1000년 전부터 구전돼온 이야기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손길을 거치며 지극히 현실적일 법한 인간의 이야기로 탈바꿈한다.

죽여야 하는 남자를 죽이지 못하고 망설인 채 그의 곁을 떠돌아다니는 섭은낭의 알 수 없는 속내를 거장 감독은 압도적인 풍광과 스크린을 채우는 적막, 고뇌하는 인간의 얼굴로 설득력 있게 펼쳐낸다.

▲ 대만 거장 감독 허우 샤오시엔의 첫 무협 액션영화 '자객 섭은낭'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자객 섭은낭'에는 중국과 홍콩 무협영화에 필수적으로 등장했던 중력에서 자유로운 일명 와이어 액션을 비롯해 무림 고수의 결투 장면이나 불꽃 튀며 부딪히는 장검의 판타지, 정교한 합으로 완성된 화려한 액션이 존재하지 않는다. 섭은낭이 사용하는 단도와 수묵화처럼 담담한 액션, 여성 자객의 무표정한 얼굴이 액션 언어로 현실성의 강렬함을 찍어낸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장면을 컷으로 나눠찍지 않고, 그대로 훑어내는 롱 테이크 방식의 촬영방식을 통해 영화 속 인간들의 다양한 감정을 포착한다. 배우들은 관성화된 무협 액션연기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연기로 이에 호응한다.

2일 프리미어 시사 이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보통 무협소설을 보면 무술 실력이 많이 강조되고 후반부로 갈수록 많이 죽는 경우도 있다. 특정 목적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나오지 않나 싶다. 또 현실적인 상황과 동떨어져 있다"며 "그렇게까지 비현실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 국내 극장가 성수기 시즌에 개봉됐던 '협녀: 칼의 기억'은 '자객 섭은낭'과 비슷하게 여검객이 주인공인 무협 액션영화였다. 100억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했음에도 불과 43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과 평가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 타이틀 롤 섭은낭을 연기한 여배우 서기

‘협녀’를 연출한 박흥식 감독 역시 첫 무협영화 도전이었다. 대의와 과거 남자의 배신에 집중하는 맹인 여검객 월소(전도연)와 복수심에 가득 찬 여제자 홍이(김고은)의 활공 및 화려한 액션은 영화 전편을 숨가쁘게 수놓았으나 관객 반응은 차가웠다.

무협 액션영화는 장르의 속성상 판타지를 기본으로 한다. 수정주의 무협영화의 출발을 알린 '자객 섭은낭'은 무협영화를 낯설어하는 젊은 세대, 무협영화에 물린 중장년 관객을 다시금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동인은 판타지에 갇히지 않는 '현실성'과 '공감'임을 웅변한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 지를 ‘자객 섭은낭’이 오롯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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