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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겸 연출 추정화 "김윤석 유해진 김수로와 함께한 행복한 날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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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겸 연출 추정화 "김윤석 유해진 김수로와 함께한 행복한 날들"[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10.31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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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배우들의 대학로 연출가 상륙이 잇따르는 요즘, 여배우로선 이례적으로 연출, 작가를 겸업하는 인물이 있다. 추정화(42)다. 지난 5일 개막한 창작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 시즌2의 연출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추정화를 공연장인 대학로 유니플렉스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 2012년 초연된 이 작품의 시즌2 연출 제의를 받은 추정화는 제작사에 전면적 수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극이 바뀔 경우 노래까지 대대적인 수정에 들어가야 하는 현실적 문제로 인해 기존 노래들은 살리고, 1~2개의 추가 넘버를 만들면서 이에 어울리는 극의 보완을 선택했다.

 

“초연 대본도 좋았지만 아빠와 함께 만화방을 운영하는 유나를 사랑하는 세 못난 남자와 금수저 물고 태어난 한 남자라는 구도가 다소 진부했어요. 고민 끝에 1990년과 2015년을 배경으로 여주인공의 엄마가 담배가게 아가씨였고, 부모의 숨겨진 과거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바꿨어요. 부녀간 화해와 소통,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라는 이야기가 덧대지면서 힐링과 행복을 전달하는 작품으로 탈바꿈되더라고요. 희한할 정도로 기존 노래들이 극에 잘 어우러졌고요.”

자칫 잘못하면 노래와 이야기가 따로 놀 수도 있으나 장희영 최미소 이명화(유나 역), 김영철 서승원 염성연(현우 역) 등 출연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면서 시즌1과 비교했을 때 중층적 구조와 완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 배우 경력 18년...연출 겸업하며 뮤지컬 7편 무대 올려

1997년 뮤지컬 ‘넌센스’로 데뷔한 추정화는 배우로 활동하다 2013년부터 연출 겸 작가를 겸하기 시작했다. 창작뮤지컬 ‘달을 품은 슈퍼맨’ ‘발칙한 로맨스’ ‘사랑하니까’ ‘케미스토리’ ‘상하이의 불꽃’ ‘리멤버 독도 그리고 이야기’ 등 7편을 연출했다.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은 음악인데 노래로서 훌륭한 배우가 되진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뮤지컬 배우는 노래로서 폭이 넓어야 하는데 전 한계가 있었던 거죠. 부족한 뭔가가 늘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듯해요. 다른 길을 한번 가봐야겠다 싶던 참에 눈에 들어온 게 극작과 연출이었죠.”

 

학교와 극단에서 연극활동을 할 때 연출 등 스태프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추정화는 처음으로 해본 분야에서 재미를 느꼈다. 무엇보다 자신이 배우이다 보니 배우들을 어떻게 해줘야 편안해 하고, 의욕이 넘쳐나게 하는지를 정확히 알았다. 연출가로서 큰 장점이었다.

그는 지금도 틈틈이 배우로서 무대에 서곤 한다. 오랫동안 해 왔기에 놓을 수가 없어서다. 요즘엔 배우보다 작가, 연출가로서 섭외가 와 한편으론 서운하기도 하다.

“배우는 언제 어떻게 기회가 올지 모르니까 평소 많이 느끼고 생각하면 돼요. 예전엔 ‘이걸 꼭 해내야 해’ ‘저 역할을 내가 꼭 따낼 거야’ 같은 오기와 욕심이 많았죠. 그러면 내가 캐릭터보다 강해져서 좋은 연기가 나오질 않더라고요. 그걸 깨달은 지금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 부산 극단 현장 시절 선배 김윤석...서울예대 연극과 동기 유해진

부산에서 태어난 추정화는 92년 극단 현장에 입단했다. 그때 선배가 배우 김윤석. 방위로 복무 중이던 스물다섯 청년 김윤석은 부산지역 연극상을 휩쓸던 스타 연극배우였다. 극단엘 가면 통기타를 치며 늘 가수 김현식의 노래를 부르던 김윤석을 늘 볼 수 있었다.

 

다니던 대학을 접고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95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했을 때 동기는 배우 유해진 류승수였다. 유해진은 발레 재즈댄스 등을 잘 추고 패션 감각이 남달랐다. 특히 컬러 감각이 남달랐다.

“김윤석 오빠는 서울 유명 극단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로 연기를 너무 잘 했어요. 엄청 잘 될 거라고 여겼는데 늦게 뜬 편이죠. 해진 오빠도 대학시절부터 연기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였으나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어요. 그 오빠들이 국민배우에 등극해 신기하고 뿌듯하죠.”

서울예대 선배이기도 한 김수로는 대학로의 든든한 동지이자 멘토다. 두 사람은 김수로가 주연한 영화 ‘점쟁이들’의 첫 장면에 출연하면서 10년 만에 해후했다. 근황을 주고받은 뒤 헤어졌는데 추정화가 출연한 연극을 보러 김수로가 오며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다. 특히 추정화가 개발 단계였던 창작뮤지컬 ‘아가사’의 신인 작가와 연출가를 김수로에게 소개시켜 줘 무대에 올려지게 됐고 공연가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추정화는 “그들과 내 삶의 한 때를 보냈다는 게 대단한 영광”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 “배우이자 연출가 추정화는 마라톤에서의 페이스 메이커”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면, 공연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불리듯 배우 조재현 김수로는 공연 기획자로, 황정민 오만석 박희순 등은 연출가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대학로의 트렌드다. 늘 관객과 직접적으로 소통해온 배우로서 작품 전체를 디자인하고, 배우들을 컨트롤하는 연출을 시도했을 때 장점이 많아 보인다. 반면 어려운 점도 한두가지가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기술, 조명, 음향, 무대디자인 등은 잘 모르는 분야이므로 감독들한테 많이 의지해요. 약점을 오픈하면 선의를 갖고 도와주시더라고요. 배우들에겐 마라톤에서의 페이스메이커 노릇을 하는 거죠. 같이 달린다고 할까. 원했던 한 포인트를 찾기 위해 그들과 많은 얘기를 나눠요. ‘니 안에 가지고 있는 걸 끄집어내라’는 요구를 자주 하죠. 가끔은 화가 나서 ‘이렇게 연기 하라니까’란 요구를 해버리는데 가장 경계할 부분이고요. 전 배우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표현을 보고 선택해주는 사람이 돼야 하거든요.”

추정화는 웹툰, 영화로 인기를 모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각색과 연출을 맡아 내년 상반기에 개막할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이가 들어버린 아이돌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웹드라마 6개 에피소드의 시놉시스도 완성해 놨다. 뮤지컬을 염두에 둔 작업이다.

하루를 25시간으로 쪼개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그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배우, 스태프들과의 함께하는 즐거움이 강렬해서 버텨간다”며 “못난 사람들이 뭔가를 성취해가는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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