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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사대영'과 히딩크 '오대영', 같거나 다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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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사대영'과 히딩크 '오대영', 같거나 다르거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10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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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전까지 고작 8일, 수비라인 재정비·정신력 강화·사기 진작 급선무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홍명보 한국 월드컵 축구 대표팀 감독에게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바로 '사대영'이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가나와 가진 최종 평가전에서 조르당 아예우에게 해트트릭을 내주면서 졸전 끝에 0-4로 충격패를 당했다.

월드컵 대표팀의 0-4 패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브라질 전지훈련을 마친 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치른 멕시코와 경기에서도 0-4로 졌다. 전반 36분과 전반 45분, 후반 40분, 후반 44분 등 전후반 막판에 연속골을 내주며 대패했다.

◆ 8개월 시간 두고 '오대영' 오명 벗은 히딩크

가나와 평가전 역시 '총체적 난국'을 그대로 드러냈다. 중앙 수비는 여전히 헐거웠고 양 측면수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줄곧 수비에서 약점을 나타넀다.

또 전반 11분과 전반 44분, 후반 8분, 후반 44분 등 가장 집중해야 하는 전후반 시작 10분, 마지막 10분에 골을 허용하면서 홍명보 감독의 전지훈련 성과가 전혀 없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거스 히딩크 감독도 '오대영 축구'가 있었던만큼 홍명보 감독의 월드컵 대표팀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동정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01년 5월 30일 대구에서 벌어졌던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0-5로 져 멕시코와 호주를 연달아 물리치고 2승 1패의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골득실에서 밀려 4강에 오르지 못했다.

이후 곧바로 체코로 친선경기를 떠났지만 홈팀 체코에 0-5으로 무너졌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감독으로 재임하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에 0-5 패배의 아픔을 안겼던 주인공이어서 '오대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 무너진 중앙 수비라인, 박주영은 여전히 고립

히딩크 감독 때는 시간이 있었다. 체코와 0-5으로 패한 경기도 한일 월드컵 개막까지 8개월 정도가 남은 시점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8개월이라는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선수들의 체력을 향상시키고 조직력을 제대로 구축하며 반전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러나 홍명보호에는 8개월이 아니라 이젠 8일만이 남았다. 오는 18일에 러시아와 FIFA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러야만 한다. 해법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전혀 없다.

경기 내용도 나빴다. 지난달 28일 튀니지전에서 드러났던 모든 문제점이 한꺼번에 노출됐다.

중앙 수비진은 튀니지전 때처럼 여전히 종이 한장처럼 얇았다.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2명의 중앙 수비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아 곧바로 '심장'을 찔렸다. 튀니지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내준 장면과 가나전에서 두번째 실점을 하는 모습은 데칼코마니처럼 판박이였다.

또 양 측면 미드필더 역시 허둥지둥대면서 제대로 상대 측면 공격을 막지 못했다. 원톱 박주영은 여전히 고립됐다. 손흥민과 이청용이 스위칭을 하며 공격에서 활로를 뚫어보려고 애썼지만 효과는 한골로도 연결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축구라는 게 긴 시간을 활용해서도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우리 선수들은 짧은 시간에도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얻을 수 있다면 짧은 시간에도 변할 수 있다. 오늘 경기가 어떤 영향을 줄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가나전 포메이션.

◆ 기성용-한국영 안정화·참패 트라우마 탈출 시급

8개월만에 반전을 일으킨 히딩크 감독을 따라 반전을 일으키기에는 8일이라는 시간을 8개월처럼 쪼개고 또 쪼개 써야만 한다. 선수들의 자신감과 사기를 끌어올리고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에는 8일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다.

일단 기성용과 한국영의 중앙 수비 미드필드 라인의 안정화가 시급하다. 중앙 수비라인과 함께 중앙 미드필드 라인은 상대의 중앙 공격을 막아내는 이중 장벽이다. 하지만 조르당 아예우에게 전반 44분 실점한 장면은 이중 장벽이 하나로 얇아졌고 그나마 곽태휘라는 장벽은 상대 선수를 막다가 넘어져 구멍이 뚫려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기성용과 한국영이 너무 위로 치고 올라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 수비라인과 미드필드 라인의 간격이 벌어지면 그 사이로 상대 공격이 파고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프라인을 넘더라도 너무 많이 가서는 안되고 되도록이면 최소 한 명은 하프라인 밑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포백 라인이 더욱 안정되려면 서둘러 주전 측면 풀백을 결정해야 한다. 주전 경쟁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장점도 있지만 안정이 더 급선무인 수비에서는 주전을 빨리 확정짓는 것이 좋다.

여기에 두차례나 0-4로 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자칫 '사대영'이 '징크스'로 굳어진다면 가나보다 한두 단계 더 위인 러시아나 벨기에의 틈바구니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도전사에 중요한 8일이 찾아왔다. 이 8일을 가치있게 쓴다면 반전이 가능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3전 전패를 당했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또는 네덜란드에 0-5로 졌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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