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원호성 기자] 처음에는 그냥 남자처럼 편한,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냥 윗집 아랫집으로 같은 집에 살고 있다 뿐이지 그렇게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이였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가 내 가슴 속에 '동네친구'에서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여주인공 덕선(혜리 분)의 유력한 남편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정환(류준열 분)은 언제부터 덕선을 '동네친구'에서 '여자'로 바라보기 시작했을까? 그래서 한 번 정환이 덕선을 바라보는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류준열에게 혜리는 어린 시절부터 같이 놀았던 '동네친구'이자, 지금은 복권에 당첨되어 벼락부자가 된 아버지 때문에 윗집과 아랫집으로 나누어 같이 살고 있는 친구. 하지만 류준열이 처음부터 혜리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아니, 류준열은 오히려 처음에는 혜리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고 때로는 약간 싫어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혜리를 싫어하는 류준열의 태도는 '응답하라 1988' 첫 회에서부터 드러난다. 류준열은 부엌에서 상추를 씻고 있는 혜리를 보자 무표정하게 무릎으로 밀어서 넘어트리고, 서울올림픽에서 혜리가 우간다 피켓을 들고 입장하는 순간 동네주민들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는데 혼자 팔짱을 끼고 관심도 없다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류준열은 떡볶이집에서 만난 혜리가 동룡(이동휘 분)의 '특공대'(특별히 공부도 못하는 대가리)라는 말에 발끈해 돌아보자 "지도 바로 돌아보지 않았냐?"며 혜리를 비웃고, 수학여행에서 혜리를 만나자 품에 집에서 가져온 양주를 건네주며 밤 12시에 숙소 밖으로 가지고 나오라고 시키며 "안 나와도 죽고 건드려도 죽고 잃어버리면 진짜 죽여버린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이런 류준열의 태도가 180도 변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경주 수학여행부터다. 류준열은 혜리의 부탁에 동룡(이동휘 분), 선우(고경표 분)와 함께 쌍문여고 장기자랑 무대에 올라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로 1등을 차지해 혜리에게 '마이마이'를 건네주고 밖에서 이야기를 하던 중, 쌍문고 선생님에게 그 모습을 들켜 도망가다가 으슥한 건물 사이로 숨는다. 그 때 류준열은 자기 가슴에 얼굴을 묻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혜리를 보며 혜리가 '동네친구'가 아닌 '여자'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낀다. 결국 그날 밤 류준열은 혜리 생각에 잠을 쉽게 못 이루고,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뒤 어머니(이일화 분)에게 혼나던 혜리가 뒤에서 자신을 끌어안자 당황하기까지 한다.
경주 수학여행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은 혜리를 향한 류준열의 마음을 확실하게 '동네친구'에서 '짝사랑 상대'로 바꿔놓게 된다. 다리에 쥐가 났다고 하자 고양이 흉내를 내던 혜리를 보고 화를 내는 대신 미소를 짓고, 만원버스에서 혜리가 시달리는 것을 보자 슬그머니 그 뒤로 자리를 옮겨 혜리가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게 사람들로부터 지켜준다.
그 후 혜리를 향한 류준열의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간다. 잠이 들고 초콜릿 CF 속 이미연이 혜리가 되어 자신의 품에 안기는 꿈을 꾸기도 하고, 혜리가 독서실에서 밤 늦게 돌아오는데 비가 내리자 독서실 앞에서 기다리다 우산을 건네주기도 한다.
하지만 류준열은 무조건 혜리가 좋다고 들이대는 그런 남자도 아니다. 혜리가 고경표를 좋아하는 모습을 그저 묵묵히 혼자 속 태우며 지켜보고, 심지어 고경표를 좋아한다고 혜리가 '별이 빛나는 밤에'에 보낸 엽서가 반송되자 그 엽서에 다시 우표를 붙여서 보내주는 배려심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혜리를 향한 류준열의 사랑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고경표가 좋아하던 상대가 혜리가 아닌 혜리의 언니 보라(류혜영 분)이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혜리가 고경표에게 울먹이며 화를 내고 돌아선 것. 고경표와 혜리 사이를 신경쓰느라 입맛도 떨어졌던 류준열은 혜리가 고경표에게 차이는 모습을 보고도 입이 찢어져라 미소를 지으며 혜리를 향한 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27일 방송될 '응답하라 1988' 7회에서는 이제 혜리가 고경표에게 차인 것을 알게 된 류준열이 본격적으로 혜리에게 애정공세를 펼치기 시작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눈치없는 혜리는 그런 류준열의 자상함이 단지 '마니또 게임' 때문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응답하라 1988'은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 2015년 현재의 모습을 등장시켜 시청자들에게 덕선(혜리 분)의 남편이 누구일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7년 후인 2015년 현재 덕선은 이미연이 연기를 하고 있고, 덕선의 남편으로는 김주혁이 등장했다. 이미 '응답하라 1988'의 열렬한 팬들은 김주혁의 모습이나 말투가 정환(류준열 분)과 판박이라며 류준열과 혜리가 결국 결혼하게 된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고, 이는 유력한 남편후보였던 선우(고경표 분)가 보라(류혜영 분)에게 고백을 하며 심증에서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과연 류준열이 평소 개소보듯하던 '동네친구' 혜리와 첫사랑을 이룰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tvN '응답하라 1988'은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에 이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쌍팔년도(1988년) 서울 쌍문동, 한 골목 다섯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왁자지껄 코믹 가족극으로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7시 5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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