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6승 9패 1홀드 평균자책점(ERA) 5.03. 올 시즌 오원석(23)은 SSG 랜더스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121⅔이닝에 그치며 3년 연속 규정이닝(144이닝) 달성에 실패했고, 순위 싸움이 중요한 후반기에는 1승 4패 ERA 7.20으로 크게 무너져 우려를 자아냈다.
야탑고등학교 출신 오원석은 2020 KBO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SK 와이번스(SSG 전신)에 입단했다. 좌완 정통파 선발 자원이라 신인 시절부터 ‘제2의 김광현’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2년차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왔다. 이듬해에는 규정이닝을 채우고 4점대 ERA(4.50)를 기록, 확연한 성장세를 보였다.
잘 나가던 오원석은 지난해부터 슬럼프를 겪기 시작했다. 개인 한 시즌 최다승(8승)을 달성했으나 ERA는 5.23으로 치솟았다. 올해는 이닝 소화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25번의 선발 등판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가 두 차례에 머물러 공개적으로 사령탑의 질책을 받았다. 변화가 불가피했는데, 갑작스럽게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게 됐다.
지난달 31일 SSG와 KT 위즈는 깜짝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SSG 좌완 오원석이 KT로, KT 우완 김민이 SSG로 향했다. 1차지명 출신의 투수 둘이 팀을 맞바꿨다.
서로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불펜 선수층이 얇은 SSG는 올 시즌 국군체육부대 전역 후 21홀드를 챙기며 스텝업한 김민을 높이 평가했다. 좌완 선발이 부족한 KT는 오원석의 풍부한 경험과 구위에 주목했다.
2015년부터 1군에 합류한 KT는 지난 10시즌 동안 늘 토종 좌완 선발에 목말라 있었다. 10승은 물론 2018년 금민철을 제외하면 규정이닝을 채운 사례조차 없었다. 더군다나 올 시즌 팀 내 최다승을 올린 엄상백(13승)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했다.
반면, SSG는 내부에서 오원석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트레이드를 성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재현 SSG 단장은 "오원석은 정말 내주기 아까운 투수"라면서도 "우리 팀의 미래와 전략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이 아끼는 투수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제 관건은 성장이 정체된 오원석이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을지에 달렸다. 오원석은 평균 시속 142.1km의 묵직한 패스트볼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할 수 있다. 올 시즌 112탈삼진으로 9이닝당 탈삼진 8.29개를 기록했다. 구위는 경쟁력이 충분하다.
문제는 제구다. 올 시즌 오원석의 9이닝당 볼넷은 4.81개로 정상급 투수들과 격차가 크다. 많은 볼넷이 투구수 증가로 이어지면서 경기 중반을 버티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원석과 이강철 KT 감독의 만남은 그래서 기대를 모은다. 현역 시절 10년 연속 10승 금자탑을 쌓은 이 감독은 KBO리그 최고의 투수 조련사로 불린다. 매 시즌 새로운 투수를 발굴, KT가 탄탄한 마운드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고영표, 소형준, 엄상백, 주권, 김민수, 박영현, 김민 등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그의 손을 거친 뒤 잠재력이 폭발한 사례가 많았다.
지난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오원석은 여전히 토종 20대 왼손 중 미래가 기대되는 자원으로 분류된다. 군문제를 해결해도 20대 중후반 나이다. 오원석의 도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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