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4년 총액 70억원. 삼성 라이온즈는 무성했던 소문대로 최원태(27)를 품었다.
2024시즌을 2위로 마친 삼성은 지난달 6일 FA(자유계약선수) 개장 전부터 마운드 보강을 예고했다. 원래 목표는 장현식(LG 트윈스), 김원중(롯데 자이언츠) 등 수준급 불펜 영입이었으나 경쟁이 과열돼 플랜B로 선회했다. 선발 최대어로 꼽혔던 우완 최원태를 순위 경쟁팀(3위) LG(엘지)에서 데려왔다.
삼성은 6일 "최원태가 4년 총액 70억원(계약금 24억원·연봉 34억원·인센티브 12억원)에 사인했다"며 "최원태는 2017년 이후 KBO리그에서 1073⅓이닝(3위)을 책임지며 꾸준함을 증명한 선발이다. 패스트볼, 투심, 커터,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6개 구종을 다양하게 섞어 던질 수 있다. 안정적인 제구를 바탕으로 땅볼 유도 능력도 보유했다"고 발표했다.
최원태는 "명문 구단에 입단해 기쁘다. 박병호, 임창민, 김태훈, 전병우, 이재현 등 친분 있는 선수들이 많아 든든하다"며 "(라이온즈 파크가) 작긴 한데,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매 시즌 최소 150이닝 이상 던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날 아리엘 후라도(파나마)를 1년 100만달러(계약금 30만달러·연봉 70만달러)에 영입하면서 삼성은 데니 레예스(도미니카공화국)~후라도~원태인~최원태~이승현(좌완)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전원 20대 중후반의 최전성기를 내달리는 투수들이다. 방향성은 달라졌어도 마운드 보강이라는 1차 목표는 달성했다.
그러나 삼성의 고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A등급 타 구단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보상선수 1명(보호선수 20명 외)과 전년도 연봉 200% 또는 전년도 연봉 300%를 원소속팀에 줘야 한다. 최원태의 전년도 연봉은 4억원. 그러나 LG가 보상선수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 준주전급 자원의 출혈이 불가피하다. 삼성을 비롯한 대다수 팀이 최원태 영입을 망설인 이유이기도 했다.
관건은 삼성이 보호선수 20명에 누구를 넣고 뺄 것인지다. FA를 영입한 팀은 계약 승인 공시로부터 3일 이내에 보호선수를 제외한 보상선수 명단을 영입한 FA의 전 소속 구단에 제시해야 한다. 즉, 삼성은 오늘까지 보호선수 20명을 결정해야 한다.
일단 삼성은 2일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김현준이 규약에 따라 자동 보호되는 걸 고려해 6일 영입을 확정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20명은 빠듯하다. 삼성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국내 선수 28명을 엔트리에 포함했다. 최소 8명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져야 하는 상황.
그 와중에 변수가 발생했다. 삼성은 지난 주말 베테랑 마무리 오승환의 보호선수 명단 제외 논란에 휘말렸다. 보호선수 20명을 계산했을 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된 오승환이 이번에도 빠질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SSG 랜더스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사례가 반복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이종열 삼성 단장이 진화에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8일 이 단장은 "오승환을 보호선수 명단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최종 결정은 (구단) 대표님께서 하시겠지만, 오승환은 우리와 함께 갈 것이다. 올 시즌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고, 상징성과 기량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보호선수 명단에 넣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오승환의 잔류가 확실시되면서 남은 자리는 단 19명. 삼성은 원태인, 이승현(좌완), 황동재, 김재윤, 임창민, 최지광, 김윤수, 김태훈(이상 투수), 강민호, 이병헌(이상 포수), 이재현, 김영웅(이상 내야수), 구자욱, 김지찬, 이성규(이상 외야수)를 명단에 넣을 것으로 보인다. 1라운더 출신 이호성, 육선엽도 보호선수로 묶어야 하는 투수 유망주들이다.
20명 중 18명의 윤곽이 잡힌 가운데 명단 포함이 불투명한 자원들은 이승현(우완), 이상민, 이승민, 최채흥(이상 투수), 김재성(포수), 이창용, 양도근, 안주형(이상 내야수), 윤정빈, 김성윤(이상 외야수) 등이 있다. 대부분이 보호선수 20명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백정현(투수)과 박병호(내야수) 등 투타 베테랑들의 보호 여부도 딜레마로 꼽힌다. 올 시즌 성적은 아쉽지만 만약 LG가 이들을 지명할 경우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좌완 백정현과 거포 박병호는 모두 LG의 약점을 메울 수 있는 자원들이다. 다만 LG 역시 샐러리캡(연봉 상한제) 문제를 안고 있어서 고액 연봉자이자 서비스 타임이 짧은 백정현(4억원), 박병호(7억원)를 지명하는 데 부담이 있는 건 변수로 꼽힌다.
삼성이 오늘까지 보호선수 명단을 제시하면 LG는 3일 이내에 보상선수를 지명해야 한다. 늦어도 12일에는 삼성과 LG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두 팀의 수싸움이 비시즌 최고의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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