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최)채흥이 형은 좋은 자극제였다. 2020년 좋은 경기력을 보여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다. 따라잡으려고 열심히 한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같이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았던 투수라 아쉽다. 그래도 가서 잘 됐으면 한다.”
지난 13일 2024 신한 쏠(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가한 원태인(24·삼성 라이온즈)의 말이다. 올 시즌 리그 최고 토종투수로 올라선 그는 보상선수로 팀을 떠난 최채흥(29·LG 트윈스)을 치켜세우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대구상원고-한양대학교 출신 좌완 최채흥은 2018년 1차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했다. 이듬해 합류한 1차지명 직속 후배가 바로 경북고 우완 원태인. 2020년은 최채흥이 3년차, 원태인이 2년차 시즌을 보낸 시기다.
당시 최채흥은 26경기(146이닝) 11승 6패 평균자책점(ERA) 3.58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살짝 넘기면서 그해 토종 투수 중 ERA 1위에 올랐다. 9월 13일 잠실서 LG 상대로 완봉승을 챙기는 등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같은 해 원태인은 27경기(140이닝) 6승 10패 ERA 4.89로 아직 미완의 대기였다. 유망주 시절 삼성의 토종 에이스로 도약한 최채흥을 보면서 의지를 다졌다. 그 결과 이듬해부터 4년 연속 규정이닝과 동시에 3점대 ERA를 유지하는 정상급 자원으로 발돋움했다. 이 기간 46승(리그 1위)을 쓸어 담아 ‘푸른 피의 에이스’라는 칭호를 얻었다.
반면, 최채흥은 2020년 이후 그 시절의 경기력을 재현하지 못했다. 2021년 26경기 5승 9패 2홀드 ERA 4.56으로 다소 부침을 겪은 뒤 국군체육부대(상무)로 향했다. 지난해 6월 전역한 뒤에는 15경기 1승 7패 ERA 6.68로 부진했다. 올해 성적도 14경기 1홀드 ERA 6.30이 전부.
백정현, 이승현 외 1군 선발급 좌완이 없던 삼성은 최채흥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지난해 11월 일본 드라이브라인 훈련 프로그램, 4월 미국 애리조나 푸시 퍼포먼스 베이스볼센터에 보내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겨울에는 호주 프로야구리그(ABL) 파견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이적으로 최채흥과 삼성의 동행은 7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LG는 13일 “FA(자유계약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최원태의 보상선수로 최채흥을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LG는 A등급 최원태의 이적으로 보호선수 20명에서 제외된 최채흥을 마운드 보강 차원에서 영입했다.
LG는 "최채흥은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2020년 선발로 11승을 올리며 본인의 실력을 증명했다"며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던 2020년의 기량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 모습을 찾으면 젊은 선수로서 선발진 한자리를 담당해 줄 수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
LG는 선발 손주영을 제외하면 팀 내 토종 좌완 자원이 마땅치 않았다. 불펜 핵심 함덕주가 지난달 왼쪽 팔꿈치 수술을 받아 시즌 초반 결장이 확정적이고, 기대주였던 이상영이 음주운전 면허취소처분으로 1년 실격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통산 117경기 27승 29패 5홀드 ERA 4.59를 마크 중인 최채흥은 제 기량을 찾으면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자원이다. LG는 요니 치리노스(베네수엘라)~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베네수엘라)~임찬규~손주영으로 4선발 구상을 마쳤다. 최채흥이 5선발로 낙점되면 삼성으로 떠난 최원태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혹은 함덕주, 이상영이 빠진 좌완 불펜 역할도 기대해 볼만하다.
동지에서 적이 된 최채흥이 친정팀 삼성과 만나는 순간은 내년 KBO리그의 흥미로운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 1차지명 출신인 원태인과 최채흥의 선발 맞대결이 성사될 경우 큰 화젯거리가 될 수 있다. LG 이적을 계기로 재기를 꿈꾸는 ‘11승 출신’ 최채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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