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계약기간 1년에 보장 9000만원, 옵션 2000만원.
한화 이글스 유격수 하주석(31)이 원소속팀에 백기를 들었다. 8일 잔류 발표와 함께 이번 스토브리그 자유계약선수(FA) 중 가장 적은 총액 1억1000만원에 서명했다.
지난해 64경기 타율 0.292 1홈런 11타점을 마크한 하주석은 생애 첫 FA 신청으로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고자 했다. 그러나 FA 개장과 동시에 한화가 KT(케이티) 위즈에서 유격수 심우준(30)을 4년 총액 50억원에 영입하면서 일이 꼬였다.
돌아갈 곳이 사라진 하주석은 해를 넘길 때까지 새 팀을 구하지 못했다. FA 계약 후 다른 팀으로 보내지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일단 한화와 1년 계약을 체결하고 새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한화는 "하주석과 계약해 내야 선수층을 한층 더 강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주석은 "계약을 마쳐 새 구장에서 한화 팬 여러분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며 "겨우내 개인 운동으로 준비를 잘해온 만큼 책임감을 갖고 팀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2022년 연봉 2억원을 받았던 하주석은 지난해 7000만원보다는 2000만원 오른 연봉을 받게 된다. 마지막 자존심은 지킨 셈이다. 그러나 4년 동안 평균 4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될 심우준과 비교하면 격차가 매우 큰 상황. 새 시즌은 백업으로 시작할 확률이 높다.
커리어 내내 유격수로 뛰었던 하주석은 심우준과 험난한 경쟁을 앞두고 있다. 통산 156도루를 기록한 빠른 발과 안정적인 수비가 장점인 심우준은 김경문 감독이 선호하는 유형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유격수로 784이닝을 소화했던 기존 주전 이도윤, 265이닝을 책임진 센터 내야수 황영묵도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다.
하주석은 전성기 시절의 타격감을 회복해야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던 하주석은 상무(국군체육부대) 시절을 제외하면 12시즌 동안 한화 유니폼만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커리어 통산 두 자릿수 홈런을 세 차례, 100안타는 5회 달성해 타격에서는 분명 메리트가 있다.
한화 팬들의 성난 민심도 달래야 한다. 터질 듯 터지지 않았던 하주석은 십수 년 동안 한화 팬들에게 애증의 존재로 남아있다. 2018년 대전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하주석의 부활을 위하여!"를 외치고 건배하는 팬들을 직접 목격한 일화가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다.
하주석은 2022년 두 차례 논란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6월 헬멧 투척, 11월 음주운전 적발로 한화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배트를 부러뜨리는 다혈질적 모습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후 KBO의 70경기 출장 징계로 2023년을 통으로 날렸고, 지난해에도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화로 돌아온 하주석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팬 여러분 항상 죄송하고 감사드린다"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 "신구장에서 좋은 모습으로 곧 뵙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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