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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Q] '응답하라 1988'의 깨알 같은 디테일과 패러디…박보검·이창호 바둑기보 재현부터 '늑대의 유혹' 패러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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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Q] '응답하라 1988'의 깨알 같은 디테일과 패러디…박보검·이창호 바둑기보 재현부터 '늑대의 유혹' 패러디까지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2.15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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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15%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공중파 드라마의 아성을 무너트리고 있는 '응답하라 1988'의 가장 큰 강점은 공중파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힘든 깨알같이 꼼꼼한 디테일이다. 

약간의 시대적 오류들이 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응답하라 1988'은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시대인 1988년의 풍경을 그 어떤 드라마보다 충실하게 재현해냈고, 이 뿐 아니라 작품 속에서도 시청자들이 눈치챌 수 있는 깨알같은 패러디 코드들이 숨겨져있다.

▲ '응답하라 1988' 6회에서 최택 6단(박보검 분)이 중국 바둑대회에 한국 기사로 혼자 남은 모습과 바둑대회 모습은 최택 6단의 실제 모델인 이창호 9단이 2005년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보여준 모습과 당시 바둑기보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 '응답하라 1988' 6회에서 최택 6단(박보검 분)이 중국 바둑대회에 한국 기사로 혼자 남은 모습과 바둑대회 모습은 최택 6단의 실제 모델인 이창호 9단이 2005년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보여준 모습과 당시 바둑기보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 바둑기보까지 그대로 재현해내는 꼼꼼함

'응답하라 1988'에서 천재 소년 바둑기사로 나오는 택(박보검 분)의 실제 모델은 두말 할 필요 없이 한국을 대표하는 천재 바둑기사 이창호 9단이다. 어린 나이에 프로 바둑기사가 되어 천재로 주목받는 모습은 물론, '응답하라 1988'은 박보검의 모델이 이창호 9단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2005년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이창호 9단이 보여준 '기적의 5연승'을 극 중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응답하라 1988'의 쩌는 디테일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극 중 박보검이 우리증권배 세계바둑최강전에 출전해 이창호 9단의 '기적의 5연승'에 오마주를 바치는 장면에서 등장한 제2국 대결이 끝난 후의 모습은 바로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이창호 9단의 실제 기보를 그대로 바둑판 위에 옮겨놓은 모습이다.

또한 대국에 앞서 한국기사로는 유일하게 남은 박보검이 시끄럽게 떠들며 지나가는 중국기사들에 이어 통로를 걸어가는 장면 역시 2005년 농심배 당시 찍혔던 중국기사들의 모습과 이창호 9단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낸 것이다.

◆ 백담사에서 전두환과 마주친 안재홍…이미 5회에서 예고됐다?

▲ '응답하라 1988' 9회에서 등장한 정봉(안재홍 분)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만남은 이미 '응답하라 1988' 5회에서 바람에 날리는 신문지를 통해 예고된 바 있다. '응답하라 1988'은 9회에서 같은 방법으로 축구선수 황선홍과의 만남을 예고했다.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응답하라 1988' 9회에서 김성균과 라미란의 큰아들 정봉(안재홍 분)은 한 절에 템플 스테이를 가게 된다. 그리고 이 곳에서 안재홍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엄중하게 호위를 받는 한 인물과 마주한다. 안재홍이 간 절은 백담사였고, 안재홍이 마주친 인물은 대통령 퇴임 후 백담사에 은거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극 중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영화 '26년'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기하기도 했던 성우 출신 배우 장광이 연기를 맡았다.

이 장면은 1989년 1월 당시 한국사회의 큰 화제거리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백담사 은거를 재치있게 패러디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 장면에는 한 가지 비밀이 더 숨어 있었다. 바로 '응답하라 1988' 5회에서 이미 안재홍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만남이 예고된 것이다.

'응답하라 1988' 5회의 첫 장면에서 라미란이 연탄을 골목길에 가져다 버리는 장면에서 신문지 한 장이 바람에 날아와 라미란이 버린 연탄 위 담벼락에 붙는다. 그리고 그 신문에는 "고개숙여 용서를 빕니다"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전두환 전 대통령, 전재산 헌납 은둔길에"라는 말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백담사 행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응답하라 1988'은 9회에서 다시 한 번 비슷한 방법으로 또 다른 인물과의 만남을 예고하고 있다. 바람에 날려서 골목길에 떨어진 신문에 '1989 유망주'라는 말과 함께 축구 국가대표 황선홍 선수를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황선홍은 1988년 건국대학교 재학 시절 이회택 감독에 의해 대표팀에 발탁되어 아시아선수권과 1990년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한국 축구대표팀의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떠오른다. 

전두환의 백담사 은거를 보여준 신문기사가 안재홍과 전두환의 조우로 이어졌듯이, 황선홍의 신문기사 역시 '응답하라 1988'에 이후 어떤 식으로든 황선홍이 등장할 것을 암시하는 예고가 될 것이다.

◆ 혜리가 입은 옷은 누구의 옷? '뮤직뱅크'에서 박보검이 입었던 옷

▲ '응답하라 1988' 9회에서 덕선(혜리 분)이 입고 있던 옷은 '뮤직뱅크' 8월 21일자 방송에서 박보검이 입고 있던 바로 그 옷이었다.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응답하라 1988' 9회에서 덕선(혜리 분)은 중국 바둑대회에 출전하게 된 택(박보검 분)을 돌봐주기 위해, 박보검을 따라 중국에 같이 가게 된다. 혜리는 이 바둑대회에서 그동안 '희동이'라고 부르며 무시하던 박보검의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되고, 또한 국제대회에서 식사도 제대로 안 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신경이 날카로운 박보검을 소리없이 챙겨주며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식사도 챙겨주고, 잠도 편안히 잘 수 있도록 손짓 발짓까지 동원해가며 호텔측과 교섭을 성사시킨 혜리의 배려 덕분에 박보검은 무난하게 중국 바둑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우승을 차지한 박보검은 혜리가 자신을 위해 애쓴 사실을 알고 비로소 미소를 지으며 혜리를 바라보고, 혜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게 된다.

이 장면에서 박보검은 혜리가 입은 분홍색 니트를 보고 "옷 예쁘다"고 환하게 웃고, 혜리는 그 말에 "이 옷, 너꺼야"라고 말해 박보검을 당황시킨다. 

이 말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지난 8월 21일 방송된 KBS '뮤직뱅크'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 KBS '뮤직뱅크'의 MC를 맡고 있는 박보검은 8월 21일 방송에서 분홍색 니트를 입고 MC를 봤고, 혜리가 박보검과 사진을 찍으며 입고 있던 옷이 바로 '뮤직뱅크'에서 박보검이 입었던 바로 그 옷이었다. "이 옷, 너꺼야"라는 혜리의 말에는 이런 사연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 안재홍과 이민지의 운명적 만남…'늑대의 유혹' 강동원, 이청아 만남 패러디

▲ '응답하라 1988' 10회에서 정봉(안재홍 분)과 미옥(이민지 분)이 만나는 모습은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과 이청아가 처음 만나는 장면을 그대로 패러디했다.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응답하라 1988' 10회에서도 인상적인 패러디가 등장한다. 덕선(혜리 분)의 친구인 미옥(이민지 분)이 비오는 날 운명적인 상대 정봉(안재홍 분)과 만나는 장면이 그것이다.

보글보글을 하기 위해 옆동네 오락실까지 원정을 갔던 안재홍은 드디어 혼자서 보글보글을 끝까지 클리어하고, 다시 돈을 넣고 이으려다 옆동네 양아치들과 싸움이 붙는다. 양아치들을 피해 정신없이 도망치던 안재홍은 마침 우산을 쓰고 길을 걷던 이민지의 우산 밑으로 뛰어들어 몸을 피하고, 이민지는 그 순간 '운명'을 느끼며 안재홍에게 사랑에 빠진다.

이미 잘 알려지긴 했지만, '응답하라 1988' 10회에 등장한 안재홍과 이민지의 운명적인 만남 장면은 강동원과 이청아가 주연을 맡은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다. 심지어 '응답하라 1988'은 이 장면에서 안재홍이 우산을 들어올리며 씨익 웃는 모습과 이민지가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안재홍의 손을 바라보며 두근거리는 모습까지도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과 이청아의 표정을 싱크로율 100%로 맞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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