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수한 객원기자] 직장인들은 대학생들에게 늘 "다양한 경험을 쌓으라"고 조언한다. 여러 좋은 기회 중 교환학생은 단연 첫 손에 꼽힌다. 대학교끼리 협약을 맺고 일정 기간 동안 학생을 맞바꾸는 이 제도는 특히 해외학교의 경우 비용이 적게 들어 '대학생의 특권'이라고 불린다.
스포츠산업은 북미, 유럽 등 해외 시장의 규모가 한국의 그것과 차이가 현격하다. 그래서 체육으로 진로를 준비하는 이들 중 유학을 고민하는 비율이 많다. 그런 학생 중 하나인 권채은 씨를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 미디어스터디 '스미스'가 만났다. 미국 대학교의 운동부 어시스턴트로 활동 중인 그의 생활을 담았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재학 중인 권채은입니다. 현재는 미국 조지아주 케네소주립대학교(Kennesaw State University) 스포츠매니지먼트 전공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 교환학생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첫째는 역시 영어입니다. 오랫동안 영어를 꾸준히 배워왔기에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말로 뱉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깨달을 수 있는 순간들이 점점 생기더라고요. 대학생 신분일 때만 누릴 수 있는 교환학생 기회를 이용해 영어를 배워보고 싶었고 서투르더라도 자신감만은 꼭 얻어 나중에 취업을 위해 공부 할 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둘째는 스포츠입니다. 한국과 비교도 할 수 없이 큰 규모를 지닌 해외 스포츠산업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현장 에서 일하며 관중일 때는 눈으로 볼 수 없었던 백스테이지를 접하는 것 자체만으로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 스포츠분야에 종사 중인 분들 그리고 지역팬들과 소통하면서 영어 실력도 늘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 현지 생활은 어떤지.
“지난 학기 같은 경우 적응하는 데만 시간을 다 써버린 것 같아요. 현재는 잘 적응해서 누구보다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요즘은 운동부 일과 교내 학술 심포지엄 준비로 잠을 못 자고 있는데 그래도 외국인 신분으로 이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합니다."
- 교환학생을 가기 위한 전 준비 과정을 설명한다면.
“한양대는 교환학생을 성적순으로만 뽑아서 공인어학성적과 학점을 챙겼습니다. 성적을 맞추고 원하는 학교 지망 순서대로 리스트를 써내면 성적순으로 파견교 배정을 받게 됩니다. 이후로는 교환학생 비자(J-1 비자)를 받기 위한 과정들(여러 서류 작업, 대사관 면접)을 진행하고 필수 건강검진을 받으며 파견교 측에서 요구한 서류를 준비했습니다."
- 처음으로 학교에 갔을 때 기분은 어떠셨나요?
“솔직히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일단 학교가 너무 커서 놀랐고,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이때까지는 자신감도 없고 무서워서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했어요. 학교에 가니까 비로소 제대로 실감이 나더라고요. 여행 온 게 아니었다는 걸요!”
-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일 구할 때였던 것 같아요. 지금 일하는 운동부 어시스턴트도 미국에서 일을 구하기 시작하고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얻게 된 거였어요. 프로축구단, 교내 스포츠마케팅팀, 교내 행사 운영 스태프 등 5번 정도 일자리 지원에서 모두 탈락했습니다. 이유는 1년 이상 근무할 수 없는, 교환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이었어요. 이력서나 포트폴리오 등 기본적인 구직 서류들은 준비 해온 상태였어서 이렇게나 오래 걸릴 거라고 전혀 예상을 못했습니다. 저의 신분에 대해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저를 받아준 운동부분들께 감사하죠. 정말 마지막 희망으로 운동부를 찾아간 거였고 당시 채용을 하고 있지도 않았는데, 무턱대고 찾아간 제게 기회를 주셨습니다.”
- 교환학생의 장단점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언어 능력 향상, 다양한 문화 경험은 제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저한테 휴식을 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한국과 다르게 경쟁적인 요소도 많이 없고, 이 나라 자체가 굉장히 여유가 넘쳐요. 본인에게 쉼을 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어요. 그리고 자유가 보장된다는 점이 있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데 관여하거나 제약을 걸 사람이 없어요. 모든 교환학생의 순간들이 다 저의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거죠!
하지만 생활하는 데 한계가 너무 많습니다. 차 없이는 거의 나갈 수가 없고 갑자기 병원 갈 일이 생기면 그때가 제일 힘들죠. 이곳의 의료시스템을 모르니까 필수 건강보험이 있는데도 적용되는지 알 방법이 없고, 찾아낸다 해도 당장 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금전적인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한국 학비를 내고 미국대학에서 공부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맞지만 이외에는 모두 자기 부담입니다. 생각 이상으로 미국 대학에서 요구하는 돈이 많은데 기숙사비, 식비, 보험비 이런 것들은 의무로 부담해야 합니다.”
- 외국어 사용 능력에 있어 교환학생이 큰 도움이 되고 있나요?
“본인 의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아무리 영어권 국가에 있더라도 본인이 영어를 들으려고, 말하려 하지 않으면 절대 늘지 않아요. 저 같은 경우 운동부 어시스턴트 경험이 외국어 사용 능력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쓰는 가벼운 프리토킹뿐만 아니라 스포츠 관련 내용으로 소통하다 보니 비즈니스 영어도 많이 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한국 대학과 강의 방식에 차이가 있나요?
“미국은 최대한 강의 시간을 짧게 여러 번 배정하는 시간표를 구성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한 전공당 시험이 3-4개씩 있는데 절대평가라 경쟁적이진 않아요. 한국의 강의 방식은 보통 일방향 수업인데 여기는 대부분이 다 토론식 수업이에요. 학생들이 손을 들고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 농구부 어시스턴트 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제 포지션은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운영 및 관리였습니다. 경기장 스카이박스 같은 고객 접대 공간인데 매 경기 다양한 분들이 오세요. 주로 총장님이나 선수 가족분들, 스폰서 기업 관계자분들을 접대하는 게 저의 주 업무였습니다. 체크인부터 F&B(음식과 음료) 관리, 고객 응대, 호스피탈리티 오픈부터 클로징까지 담당한다고 보시면 돼요. 경기 후반부턴 코트에 내려가서 VIP석 관리와 코트 뒷정리를 담당했습니다.”
- 보람찼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케네소주립대 남자농구팀이 제가 합류한 이번 시즌 지역 콘퍼런스에서 우승하면서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3월의 광란' 내셔널 토너먼트 진출권을 처음으로 따냈어요. 팀이 새로운 역사를 하나씩 써 내려가면서 학교 차원을 넘어 조지아주 전역이 축제 현장이 되는 모습을 보고 이게 대학 스포츠가 맞나 싶었어요.
내셔널 토너먼트 경기 가기 전주 일요일에 최종 68개팀의 토너먼트 브래킷 발표 행사가 열렸는데 그날 제가 매 경기 접대한 고객분들께 팀 전체가 인사 하러 왔는데 그때 선수들이 제게도 와서 '고맙다' 했을 때 정말 보람찼어요. 선수들에게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 될 수 있어서 기뻤고,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해 시즌 내내 발로 열심히 뛴 제 노력을 보상 받는 느낌이었어요.”
- 현재는 야구부와 육상부 어시스턴트라고요. 이전 업무와는 다른가요?
“기본적으로 야구와 육상은 근무 자체가 야외에서 진행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특히 육상부 업무가 확실히 차이 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선수 체크인 즉, 선수 검인 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명단에 등록된 선수인지 확인한 후 선수들의 경기 섹션과 레인 번호를 부여해 주고 있어요. 선수 검인이 끝난 후에는 심판 분들께 물을 가져다드리거나 경기 용품 정리 및 배치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 운동부 어시스턴트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우선 누구보다 가까이서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백스테이지 출입이 가능해 경기 운영 과정 전반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크레덴셜(출입증)을 받는데 이는 스포츠 분야 취업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또 하나의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단기 목표가 있다면?
“2026년 북미 월드컵 때 다시 여길 오는 것입니다. 조지아주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이 월드컵 경기장으로 선정됐어요. 친구들이 월드컵 때 오면 재워주고 차 태워줄 테니까 꼭 와서 같이 월드컵 보자고 해서 돌아가자마자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할 것 같아요!"
- 교환학생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이것만은 꼭 알고 가자’고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있을까요?
“모든 새로운 일이 다 그렇잖아요. 이상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교환학생이라 하면 기본적인 이미지가 해외 나가서 놀다 온다고 생각하시는 데 단순한 해외여행이라 생각하면 정말 큰 오산입니다. 장기간 거주를 위해 아예 다른 나라에서 적응 자체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이런 이미지에 많이 가려지는 것 같아요.”
- 권채은에게 교환학생이란?
“두 번째 스무살입니다. 일단 모든 게 처음이잖아요. 한국에서는 4학년인데 여기서 처음으로 대면 수업을 해봤어요. 거의 입학을 다시 한 거나 다름 없는 것 같아요. 지난 1년 동안 모든 순간들이 저한테는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처음 입학하고 나서 느꼈던 설렘 반 두려움 반의 감정이랑 너무 비슷해서 ‘두 번째 스무살’이라 표현해봤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본인이 어떤 활동을 시작하는데 있어 꼭 자신만의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남들이 해서, 그냥 해야 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봤으면 좋겠어요. 이 활동을 왜 해야 하는지? 왜 굳이 이 활동이어야만 하는지! 이유를 만든다면 아무리 남들과 똑같은 활동이라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환학생도 마찬가지로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주어진 시간에 본인이 얼마나 많이 움직이냐에 따라서 얻을 수 있는 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교환학생 전에 본인이 무엇을 얻고 싶은지 확실하게 하고 오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꼭 일을 구하겠다고 다짐하고 온 것처럼요!”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