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프로농구 3년차 가드 이정현(25·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은 한국 농구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꼽힌다. 2023~2024시즌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정규리그 44경기에서 경기 당 평균 36분 43초를 소화하면서 22.8득점 6.6도움 3.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득점 순위 전체 5위이자 국내 1위다.
국내 선수가 평균 20점을 넘긴 건 2010~2011시즌 창원 LG 세이커스 소속이던 문태영(22점) 이후 13년 만이다. 국내 드래프트 출신으로 범위를 좁히면 2007~2008시즌 서울 SK 나이츠에서 뛴 방성윤(22.1점) 이후 16년 만이다.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한국 프로농구에서 국내 선수가 20점을 넘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정현은 김승기 소노 감독의 특별 조련 속에 맹활약했다. 김승기 감독은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정현은 농구 실력이 모자라지 않는다. 경기 리딩이나 근성과 투지가 좀 약했는데 그 부분들이 다 잘 채워졌다”며 “올해는 모든 부문에서 기량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다재다능하다. 빠른 돌파에 이은 높은 정확도의 슛이 장점이다. 지난 시즌 2점슛 성공률 54.7%를 기록한 그는 3점슛 능력(성공률 37.2%)도 뛰어나다.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이정현은 계량 부문 3관왕(도움·가로채기·3점슛)에 기량발전상, 베스트5 선정을 합쳐 5관왕을 달성했다. 지난 시즌 5라운드에서 프로 데뷔 처음으로 라운드 MVP(최우수선수)에 뽑힌 그는 6라운드에서는 처음으로 만장일치로 MVP를 받았다.
정규리그 MVP로도 손색이 없었지만 팀이 8위에 그친 영향이 컸다. 정규리그 MVP는 1위 팀 원주 DB 프로미의 가드 이선 알바노의 몫이었다.
이정현은 대표팀에서도 선봉에 섰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지난 5일과 7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벌인 일본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제일 활약상이 컸던 선수가 이정현이었다.
5일 1차전에서 3점슛 6개를 포함해 27점, 4리바운드, 4도움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82-84로 끌려가던 경기 종료 14초를 남겨놓고 왼쪽 측면에서 중거리포를 적중시켜 동점을 이끌었다. 한국은 경기 종료 0.9초를 남겨 놓고 하윤기의 결승 자유투를 앞세워 85-84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정현은 7일 2차전에서는 26점을 올리면서 2경기 모두 한국의 최다 득점을 책임졌다. 한국은 2차전에서는 80-88로 졌다.
이정현은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국제 대회 경험을 하며 발전하는 계기가 됐고, 앞으로 나갈 방향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며 "이제 다시 소속팀 경기에 집중해서 몸을 잘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준호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은 "이정현은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에서도 에이스"라며 “긴 3점슛 거리 등 공격 루트가 다양하고, 수비 집중력도 뛰어나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한국 남자농구는 이번 일본과의 2연전에서 1승 1패를 거두며 자신감을 찾았다. 한국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8강에 탈락하고 역대 최악인 7위에 그친 바 있다. 아시안게임 이후 안준호 감독을 선임하고 세대교체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일본은 현역 미국프로농구(NBA) 선수인 하치무라 루이(LA 레이커스), 와타나베 유타(멤피스)가 한국전에 모두 결장했지만 강팀이다. 귀화 선수 조시 호킨슨과 가와무라 유키, 히에지마 마코토 등 주전급 선수들이 대부분 한국전에서 뛰었다.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 랭킹에서 한국은 50위이고 일본은 26위이다.
이번 2연전을 통해 남자농구의 세대교체에 더욱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표팀 12명의 평균 연령은 24세였다. 변준형(상무)만 1996년생이었고 남은 11명이 모두 1999년∼2001년생이었다.
안준호 감독은 “이번 일본 원정에 나간 선수들은 한국 남자농구의 현재이자 미래"라며 "우리가 1996 애틀랜타 대회 이후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고 있지만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까지 중장기 계획을 갖고 차근차근 '우보만리'(우직한 소처럼 천천히 걸어 만 리를 간다는 의미) 자세로 전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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