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올림픽 경험이 없으면 어떠랴. 올림픽‧아시안게임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자체로 ‘신궁’으로 공인받은 것을. 임시현(21‧한국체대)-전훈영(30·인천시청)-남수현(19·순천시청)이 금자탑을 세웠다.
홍승진 총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특설 사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 1988년 서울 대회부터 2024년 파리 대회까지 단체전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했다.
40년간 이어온 10연패로 한국 양궁은 1984 LA 올림픽부터 이어진 미국 수영의 남자 400m 혼계영 (10연패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특정 나라의 특정 종목 독주는 이밖에 1988년 시작된 중국 여자 탁구 단식 9연패, 같은 기간 중국 여자 다이빙 스프링보드 9연패 등이 있다.)
일각에서 나온 우려의 시선을 보란 듯이 떨친 점이 고무적이다. 셋 다 올림픽은 첫 출전이었다. 임시현이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차지한 에이스라지만 전훈영과 남수현은 지난해까지 성인 국제이벤트에서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여자 대표팀이 올해 월드컵 1,2차 대회 단체전에서 중국에 연이어 밀리는 바람에 ‘아홉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무려 4회나 여자 단체 결승에서 한국에 고배를 든 중국은 칼을 갈았다. 이번에도 역시나 한국의 결승 파트너였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9연패를 합작한 안산-강채영-장민희도 ‘올림픽 초짜’였고 언니들의 대업을 이어간 바 있다. 내로라하는 궁사들을 모조리 제치고 태극마크를 단 임시현-전훈영-남수현은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이 마치 당연하게 여겨지는 중압감을 결국 이겨내고야 말았다.
국가대표 선발 과정을 살펴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대한양궁협회는 매년 3차례 선발전을 치러 남녀 각 8명씩을 뽑는다.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또 한 번의 경쟁을 거쳐야 한다. 8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의 평가전을 더 치러 남녀 각 3명씩을 가린다. 즉, 실력으로 오롯이 총 5차례에 걸친 승부에서 생존한 자가 양궁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셈이다.
지난 도쿄 대회에서 3관왕을 일군 슈퍼스타 안산(광주은행)이 국가대표 3차 선발전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이 한국 양궁 시스템의 공정함과 레벨을 보여주는 사례다. 안산과 9연패를 함께 했던 도쿄 올림픽 멤버 강채영(현대모비스), 장민희(인천시청) 역시 태극마크 수성에 실패했다.
여자 대표팀의 산뜻한 스타트로 한국은 양궁에서 이어온 초강세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국은 1972년 뮌헨 올림픽부터 나온 총 46개의 양궁 금메달 절반이 넘는 27개를 독식하고 있다. 남은 4개의 금메달(혼성, 남자 단체, 남녀 개인) 가운데 한국은 최소 절반 이상을 목표로 한다.
한편 지난해 김진호 이후 37년 만에 아시안게임 양궁 3관왕을 거머쥔 임시현은 올림픽에서도 3관왕에 도전한다. 만일 이번에도 3관왕을 차지하면 아시안게임-올림픽까지 메가스포츠이벤트에서 2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사상 초유의 업적을 남긴다.
임시현은 지난 25일 랭킹라운드에서 세계신기록(694점)을 작성하며 참가 64명 가운데 1위에 올랐을 만큼 컨디션이 최고조다. 여자 개인전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김우진(청주시청)과 짝을 이룰 혼성전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다. 김우진 역시 남자 랭킹라운드에서 686점을 쏴 1위에 자리했기 때문에 가능성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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