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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던 고진영, 결국 '퍼펙트 2021' [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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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던 고진영, 결국 '퍼펙트 2021' [LPGA]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22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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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대회 포기를 고민할 만큼 아팠지만 한 차원 높은 클래스로 또다시 정상에 섰다. 2021년은 그야말로 고진영(26·솔레어)의 해였다.

고진영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 골프클럽(파72·6366야드)에서 열린 2021 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만 9개를 기록, 9언더파 63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대회 2연패, 올 시즌의 최종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고진영이 21일 2021 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올해의 선수상, 다승왕, 상금왕 모두 석권했다. [사진=AP/연합뉴스]

 

완벽한 해피엔딩. 이번 대회는 유독 많은 게 걸려 있었다. 올 중순까지 랭킹 1위를 달리던 고진영은 넬리 코다(23·미국·한화큐셀)의 가파른 성장세에 밀려 2위로 처졌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코다의 우승을 지켜봐야만 했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등 심적으로 지쳐 있던 고진영은 가장 조급할 만할 때 한숨을 돌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국내에서 충분히 쉬어가며 체력을 회복했고 퍼터를 교체하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즌 후반을 맞았다. 지난달 11일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하더니 24일 부산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도 임희정(21·한국토지신탁)과 연장 승부 끝에 정상에 섰다.

이번 대회는 더 많은 게 걸려 있었다. 올해의 선수, 상금왕, 다승왕 등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선 이번 대회에서 코다와 차이를 벌려야만 했다.

상황의 여의치 않았다. 지난 5월부터 이어진 왼쪽 손목 통증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이 여파로 충분히 연습을 하지 못했다.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영국)가 먼저 기권을 제안할 정도로 고진영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1라운드 11번 홀에선 손목 통증 때문에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하타오카 나사(일본), 코다, 셀린 부티에(프랑스)와 함께 공동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고진영은 초반부터 압도적인 기세로 타수를 줄여갔다. 전반 홀에만 버디 6개를 몰아치며 경쟁자들로부터 달아나더니 이후에도 한 타도 잃지 않아 결국 최종 라운드의 승자가 됐다.

아이언샷과 함께 티샷 모두 놀라운 감각을 보인 고진영은 시즌 5승째를 따내며 만족스러운 마무리를 지었다. [사진=AFP/연합뉴스]

 

1라운드 9번 홀 이후 63홀 연속 버디 찬스를 잡는 완벽한 아이언샷을 뽐냈다. 페어웨이 안착률도 무려 91.1%(51/56)로 티샷 정확도도 돋보였다.

하타오카의 매서운 추격을 뿌리치고 한 타 차이로 1위를 지켰다. 코다도 막판 스퍼트에 나섰으나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 공동 5위로 대회를 마무리하며 막판 모든 결과가 뒤집혔다. 63타는 고진영의 커리어 베스트 스코어.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무려 150만 달러(17억8000만 원). 역대 여자 골프 대회 사상 최대 규모. 고진영은 시즌 상금 350만2161달러로 상금왕 3연패를 차지했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2006~2008년) 이후 LPGA 투어에서 13년만이자 한국 선수로는 고진영이 최초다. 시즌 상금 300만 달러를 넘긴 사례 또한 2007년 오초아(436만 달러) 이후 올해 14년만이다.

또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도 고진영은 211점으로 1위가 됐다. 고진영이 올해의 선수가 된 것은 2019년 이후 2년 만에 두 번째다.

올해의 선수에 두 번 선정된 것 역시 한국 선수로는 고진영이 처음이다. 박인비(2013년)을 시작으로 유소연, 박성현(이상 2017년), 김세영(2020년)이 받았고 고진영이 2019년에 이어 2회 수상에 성공했다.

LPGA 투어 최대 우승상금 150만 달러를 챙긴 고진영(오른쪽). [사진=AFP/연합뉴스]

 

더불어 2016년 에리야 주타누간(태국) 이후 5년 만에 단일 시즌 5승을 달성하며 통산 12승, 박세리(44, 25승), 박인비(33, 21승)에 이어 김세영과 공동 3위에 올랐다.

고진영은 시즌 성적을 환산해 포인트를 매기는 레이스 투 CME 글로브에서도 2년 연속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고진영은 “연습을 많이 못해 지금 결과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며 “어제보다 조금 나아졌지만 80% 정도다. 대회 전에 연습도 거의 못 했는데 생각보다 샷이 똑바로 나갔고 퍼트도 잘 됐다”고 밝혔다.

압박감도 컸지만 고진영은 “어느 해보다 감정 기복이 심해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다. 그래도 캐디, 매니저 등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게 큰 힘이 됐다”며 “시즌 초반 슬럼프 때는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5번이나 우승해 2019년보다 더 기쁜 것 같다. 엄마가 부상도 있으니 부담 없이 즐기면서 하라고 말씀해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시즌 내내 강력한 경쟁자였던 코다 또한 고진영에 박수를 보냈다. “솔직히 얘기하면 오늘은 분명 ‘고진영쇼’였다. 그걸 지켜보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었다”며 “오늘 고진영은 그저 놀라운 골프를 했다. 모든 걸 해냈다. 이런 날엔 뒤에 앉아서 구경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다”고 말했다.

완벽한 마무리를 한 고진영은 23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다. “아직 내년 일정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고진영은 “당분간은 골프채를 멀리 놓고 골프 생각을 안 할 것이다. 배 위에서 감자 튀김을 올려놓고 넷플릭스를 보고 싶다.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다”는 소소한 희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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