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Tip!] ‘세월호 침몰’이후 ‘안전’이란 두 글자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깊숙이 자리하게 됐다. 특히 한국은 오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굵직굵직한 스포츠 축제가 연이어 펼쳐져 어느 때보다 스포츠체육 시설에 대한 ‘안전’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스포츠산업협회는 이와 관련해 ‘스포츠시설 안전, 제대로 준비하는가’라는 주제로 50여 명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했다. 이번 포럼은 정부와 지자체, 스포츠 관계 기관은 물론이고 소방방재청, 응급의료센터까지 스포츠산업과 안전 분야 전문가들이 한데 모인 이례적인 일로 국민적인 이슈인 ‘안전’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스포츠Q 신석주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지난해 8월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 설치·운영하는 레저스포츠 시설을 점검하고 레저스포츠 시설 운영과 응급사태 대응체계에 관련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세월호 침몰 사태’로 인해 ‘안전’이 화두로 떠오르며 스포츠시설에 대한 안전 문제도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됐다.
이 시점에서 한국스포츠산업협회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스포츠시설 안전, 제대로 준비하는가‘라는 주제로 ‘제80회 스포츠산업 포럼’을 열고 스포츠시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포럼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차관을 비롯해 대한체육회 백승일 사무처장,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산업 박영옥 실장,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백수일 관리소장 등 지자체 관계자, 프로구단, 민간 스포츠시설 기업, 의료계 관련 업계까지 총망라해 50여 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현 스포츠시설 안전관리를 진단하고 대비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전문가들은 우선 ‘안전’ 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현장 상황을 고려한 스포츠시설의 안전 관리 예방책과 정부 차원의 법적인 테두리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입장을 같이 했다.
◆ 정부차원 안전관리 매뉴얼 보급 필요
현재 스포츠시설은 ‘안전 사각지대’라 해도 무방하다. 스포츠레저시설에 대한 안전관리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체시법)이 유일한데 이 법률은 체육시설의 설치와 이용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안전관리에 관한 근거 규정이 미약한 수준이다.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정책개발실 성문정 실장은 ‘체육시설의 안전관리 현황과 개선방향’이란 주제로 한국 스포츠레저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부재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성 실장은 “현재 체육시설에 대한 안전기준은 안전관리요원 배치, 보호 장구의 구비 등이 제시돼 있지만 구체적인 규정은 빠져 있고 법적 근거가 미약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체육단체나 협회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드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 실장은 ‘설치검사 기준 및 안전진단 매뉴얼의 부재’를 가장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규모 민간 체육시설업의 안전관리 취약함을 지적했다.
그는 “체육도장이나 실내골프연습장, 수영장 등은 민간체육시설업에 대한 안전검사. 안전진단 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러한 장소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적용에서도 제외돼 안전이라는 테두리가 없는 실정이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성 실장은 체육시설의 안전관리에 관해 법적 절차가 아무것도 없음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가까운 나라’ 일본체육시설협회를 예로 들었다.
일본의 경우 ‘안전안심우량시설인정’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체육시설업체는 이 제도에서 인정받기 위해 일본체육시설협회가 인정하는 스포츠구급치료사, 상급체육시설관리사 및 공인 스포츠프로그래머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또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항시 배치하고 종사자에게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안전점검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성 실장은 일본과 유사하게 “체육시설 설치기준을 제정하고 우수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계류 중인 레저스포츠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3장에 레저스포츠안전관리 부분을 별도의 장으로 만들어 설치기준을 제정하고 설치검사, 안전감사, 교육 등 규정하고 이를 체시법 별도의 장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육시설 안전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고, 배치 의무화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일본의 상급체육시설관리사 제도와 같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성 실장은 “전국에 3000~4000개가 넘는 공공시설과 4만여 개가 넘는 체육시설이 있다. 하지만 이 시설들에 대한 안전 규정은 전혀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체육시설들을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안전관리 기준에 대한 규정 제정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상급체육시설 관리사
일본 체육시설협회에서 양성하고 있는 이 제도는 공공체육시설을 민간 사업자에게 맡기기 위해 마련된 지정관리자제도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체육시설관리사와 체육시설운영사의 2개의 자격을 취득하고 1년 이상 체육시설의 관리 운영에 관련된 업무실적이 있어야 한다.
◆ 매뉴얼은 있지만 훈련은 없다
스포츠산업의 실무자들이 참석한 이번 포럼은 어느 때보다 스포츠 시설 현장 안전관리에 대한 실용적이고 적합한 방안들이 많이 나왔다.
특히 프로야구를 포함해 축구, 농구, 배구 등 한국 프로 스포츠 관계자들이 대부분 참석해 관중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축하고 있는 구체적인 안전 매뉴얼을 활용하는 방안들을 설명했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매뉴얼보다 위기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훈련과 정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자로 나선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관리사무소 백일수 소장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야구단 내부적인 안전교육을 포함해 관중과 함께하는 안전 예방 캠페인 등 구단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발표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별 비상사태에 대한 사전 예방법 및 사고발생 시 대응 요령 매뉴얼을 제시하며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밝혔다.
넥센 히어로즈의 조태룡 단장 역시 현장 안전관리 현황과 실행하고 있는 안전관리 과정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프로야구에서 발생했던 안전사고의 사례를 들어 경기장 시설 내에서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새로 신축되는 구장들의 안전관리 추진 방안을 제시했다.
조 단장은 “안전관리에서 전문성, 통제력, 실행력이 핵심적인 요소다. 비상상황 시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구단뿐만 아니라 안전업체 등 경기 관련자들이 체계적인 방식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비상계획 모의 실습훈련이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조례 도입의 필요성과 구장 운영권의 프로구단 귀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안전관리 개선을 위한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조 단장은 “현재 프로구단은 안전보다 편의성이 우선되고 있다. 야구장은 많은 관중이 안전하게 야구를 즐기기 위한 곳이다. 이 때문에 안전이 어느 것보다 항상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취재후기] 안전에 관련된 매뉴얼은 수만 가지나 될 정도로 많다. 하지만 정작 매뉴얼을 시행할 전문가는 부족하다. 이것이 한국스포츠시설 안전의 현실이다.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스포츠시설 관련 구체적인 매뉴얼 마련도 시급하지만 이와 관련한 전문 인력 양성이 더욱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 자리가 다양한 스포츠 현장에서 활약하는 50여 명의 전문가가 함께 토론했다는 데만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발전적인 계획들을 세우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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