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쇼트트랙 황제'가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안현수, 아니 이제는 러시아 선수 빅토르 안(29)이 된 그가 8년만에 올림픽을 제패했다.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은 15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벌어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1분25초325의 기록으로 당당하게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빅토르 안을 앞세운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1분25초399)까지 2위를 차지하며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을 축제 무대로 만들었다.
빅토르 안이 부른 '빅토리 찬가'에 러시아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치며 '빅토르'를 연호했다. 러시아에는 역대 최초의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을 안겼고 그로서는 남자 쇼트트랙 선수 최초로 4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간직하게 된 것이다.
2006 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이후 부상과 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갈등, 소속팀 해체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러시아 귀화를 선택했던 그다. 올림픽에서 재기함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지켜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소치올림픽을 준비해왔다.
토리노올림픽 3관왕 빅토르 안이 8년만에 돌아와 올림픽을 제패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미 1500m 종목에서 샤를 아믈랭(캐나다)과 한티안유(중국)에 이어 3위에 오르며 8년만에 메달을 따낸데 이어 이번에는 금메달까지 가져오면서 명실상부한 '쇼트 황제'의 재림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8년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1500m 종목에서 8년만에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자신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높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내친 김에 빅토르 안은 자신이 8년 전에 석권했던 1000m 금메달까지 가져왔다. 그리고레프와 함께 파이널A에 오르며 상대 경쟁 선수들을 견제하기가 쉬운 것도 빅토르 안에게 행운이었다. 초반에는 앞 선수를 바라보며 치고 나가기만을 기다리다가 막판 폭발적인 스퍼트로 모두를 추월하면서 결국 8년만의 황제 재림에 성공했다.
빅토르 안의 황제 재림과 맞물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노골드'가 아니라 '노메달' 위기에 빠졌다.
신다운(21·서울시청)은 이날 결승에서 반칙 판정을 받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지난 10일 1500m 준결승에서 넘어지면서 탈락한 그는 1000m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결승에 진출했지만 명예회복은 좌절됐다.
이에 앞서 이한빈(26·성남시청)은 준결승 레이스 도중 네덜란드의 싱키 크네흐트(동메달 1분25초611)와 부딪치는 과정에서 반칙 판정을 받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이 올림픽 전략 종목인 쇼트트랙에서 남자 선수들이 단 하나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던 것은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올림픽이 유일했다. 당시 남자 쇼트트랙이 메달을 거둬들이지 못하면서 한국 선수단은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순위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 상황이 12년만에 재연되고 있다.
이제 남자 쇼트트랙에 남은 종목은 500m와 5000m 계주 뿐이다. 500m는 한국의 전략종목이 아니고 5000m 계주는 이미 결승 진출에 실패한 상태다. 이미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하나씩 가져오는 러시아의 급성장과 비교돼 더욱 초라해진 남자 쇼트트랙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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