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다.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소속팀에서도 붙박이 주전 자리를 보장받기 힘들었던 이태양(24·한화)과 이재원(27·SK)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는 지난 28일 서울 도곡동 KBO 회의실에서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기술위원회를 열고 최종 엔트리 24명을 확정해 발표했다.
박병호, 김민성 (이상 넥센), 황재균(롯데), 오재원(두산), 이재학(NC) 등도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두 선수와는 입장이 다르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름이 거론됐던 선수들인 반면 둘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퓨처스리그가 더욱 어울리던 2군 출신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 한화의 '태양', 올스타 이어 대표팀까지 ‘인생역전’
9위 한화의 유일한 희망, ‘에이스’ 이태양이 대표팀에 승선했다. 2014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골수 한화팬이 아니면 이름도 몰랐던 이 선수가 반전 드라마를 썼다.
2010년 입단 후 3년간 2군에 머물렀던 그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조금씩 기회를 얻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31경기 60.2이닝을 던져 승리없이 3패만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올해도 시작은 2군이었다. 그러나 곧 콜업돼 4월 한달을 불펜에서 보냈다. 유창식의 부상, 외국인 선수들의 심각한 부진 속에 5월부터 선발 투수가 됐다. 그리고 ‘소년가장’으로 거듭났다.
경기 초반 대량실점으로 무기력한 패배를 거듭하던 한화는 이태양이 등판하는 날만큼은 끈끈한 경기력을 보였다. 한화팬들은 그가 나서는 날만큼은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었다.
꼴찌팀의 외로운 에이스는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이름을 알리며 감독 추천선수로 생애 첫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영광까지 누렸다.
이태양의 발굴은 한국 야구로서도 반가운 일이었다. 리그에 우완 정통파 투수가 메말라가는 가운데 192cm의 큰 키로 구속 140km대 중후반대 강속구를 내리꽂는 이태양은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였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선발과 구원 어디에 갖다놔도 임무를 100% 완수할 수 있는 이태양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태양은 한화에서는 유일하게 대표팀에 발탁되며 팀에도 큰 기쁨을 안겼다.
이태양은 이달들어 이날 발표 때까지 4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7.40으로 주춤한 페이스를 끌어올려야만 한다. ‘국가대표’의 피칭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줘야만 한다.
◆ 드디어 만개한 이재원, 10년만에 태극마크
아픔만 가득했다. 인천고 재학 시절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했던 이재원은 없었다. 류현진을 거르고 뽑은 선수라는 꼬리표만이 따라다닐 뿐이었다. 좌투수만을 상대하는 대타요원 이재원은 그렇게 재능을 잃어가는 듯 했다.
2014 시즌. 마침내 잠재력이 폭발했다. 타율 0.386. 4할을 치던 초반의 매서운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수위 타자 자리는 이재원의 것이다. 정교함은 물론이고 11개의 홈런에 70타점까지 더하며 8위로 처진 SK의 희망으로 활약하고 있다.
야구팬들도 이재원의 활약에 큰 박수를 보냈다. 2007년 이후 7년 연속 팬 투표로 이스턴리그(삼성,롯데,두산,SK) 포수로 뽑혔던 강민호를 제치고 베스트 11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기쁨은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합류까지 이어졌다. 온전히 실력으로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그는 고3이던 2004년 청소년 대표팀 이후 10년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한국은 제6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아쉽게 4-5로 패했다. 장소는 인천 문학구장이었다.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곳 역시 같은 곳이다.
먼길을 돌고 돌아 국가대표가 된 이재원은 자신의 고향이자 홈구장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10년 전의 아픈 기억, 2군을 전전하던 시련을 한꺼번에 깨끗이 날려버리려 한다. 신이 나서였을까. 그는 28일 문학 넥센전 첫 타석에서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프로 9년차 이재원이 이제야 비로소 성공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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