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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김연아, 그녀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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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김연아, 그녀뿐이랴!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2.21 0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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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오스! 김연아]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한 역대 여성 스포츠 스타들은 누구?

[스포츠Q 민기홍 기자] “대체 한국남자 늬들은 뭐하니?”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피겨퀸’ 김연아의 2대회 연속 메달 획득을 보고 여성들이 이렇게 따져 묻는다면 한국남성들은 “음메 기죽어”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선사한 주인공은 ‘빙속여제’ 이상화(25)와 심석희(17) 박승희(22) 김아랑(19) 조해리(28) 공상정(18)의 여자쇼트트랙팀 등 10, 20대의 여성들이었다. 김연아와 심석희의 은메달과 박승희의 동메달을 포함하면 이번 소치에서 21일 현재까지 한국이 거둬들인 메달은 모두 여성들의 성과였다.

 

 

특히 김연아가 21일 새벽(한국시간) 유럽의 견제와 러시아의 홈 텃세 속에 금메달은 놓쳤지만 무결점 연기로 은메달의 신화를 이뤘을 때 전 국민들은 아쉬움 속에서도 한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요즘 팍팍한 살림살이도, 그리고 시끄러운 정국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이날만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못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사실 이번 소치올림픽의 이상화와 여자쇼트트랙팀 그리고 김연아처럼 국민들에게 행복과 감동 바이러스를 듬뿍 선사해준 여성 스포츠스타들은 그동안 적지 않았다. 한국스포츠역사에서 여성의 역할과 비중은 무척 컸기 때문이다. 한국여자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구기 종목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 메달(동)을 안겨줬으며, 한국여자핸드볼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구기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의 개가를 이뤘다. 한국여자핸드볼은 4년 뒤인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도 연거푸 제패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국의 세계 스포츠 정복사는 여성들에 의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특히 김연아 등 소치영웅들처럼 대한민국에 엄청난 감동을 전해준 여성스포츠스타의 계보를 따져보면 손에 넘친다. 한국스포츠의 전성기랄 수 있던 1980년대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빼놓을 수 없는 이는 먼저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47)다. 그녀는 19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3관왕에 오른 데 이어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1980년대의 김연아’로 통할 만큼 뭇 남성들의 크나큰 사랑을 받았다. 앳된 얼굴에 수줍은 미소로 남심을 흔들었던 최윤희가 유현상(60)과 결혼한다는 소식에 다들 멘붕에 빠졌던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많은 여성스포츠스타가 배출됐다. 그 가운데 한 명이 현정화(45)다. 그녀는 1987년 뉴델리 세계선수권대회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양영자(50)와 짝을 이뤄 금빛 스매싱을 날렸고 19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단식 챔피언에 올라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당시 그녀의 송곳같은 스매싱이 성공할 때마다 국민들은 유쾌 상쾌 통쾌함을 느꼈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날카로운 눈매, 승리를 할 때마다 한 손을 불끈 쥐고 지르는 파이팅 구호 등 그녀의 보이시한 매력은 남성들의 마음을 요즘 유행어로 “들었다 놨다”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양궁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따낸 ‘신궁’ 김수녕(43) 또한 국민들에게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 박세리

이들이 1980년대를 풍미한 여성스포츠스타라면 90년대에는 또다른 스타들이 등장해 명맥을 이어갔다. 1990년대 최고의 스포츠여왕으론 ‘골프여왕’ 박세리(37)를 빼놓을 수 없다. 1998년에 LPGA 투어에 참가한 박세리는 첫 해에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특히 US오픈 당시 박세리가 선보인 맨발의 샷 우승은 IMF한파로 어깨가 축 늘어졌던 국민들의 시름을 한 방에 날려주는 쾌거였다. 그것은 스포츠 그 이상의 감동과 희망을 국민들에게 ‘진하게’ 전했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국민을 감동으로 전율케 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장미란(31)이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태극마크를 단 장미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세계역도선수권대회 4연패(2006~2009년)의 눈부신 성적으로 국민들을 열광케 했다. 장미란은 평소 덩치와 달리 조곤조곤 속삭이듯 말하는 여성스런 모습을 보이다가 무거운 중량의 바벨 앞에만 서면 포효하듯 번쩍번쩍 들어올려 놀라움을 자아냈다. 또 수영선수 박태환과 오누이처럼 알콩달콩 지내는 모습은 팬들을 훈훈하게 했다.

▲ 장미란

사실 우리를 행복하게 한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어디 이들뿐이랴.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 2관왕, 1998년 나가노올림픽 2관왕 등 한국 올림픽 역대 최다관왕인 여자 쇼트트랙의 전이경(38),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의 주인공인 한국여자핸드볼팀 등 많은 여자선수들이 국민들에게 가슴 벅찬 기쁨과 감동의 눈물을 선물해 줬다.

하지만 여성스포츠 스타들이 혁혁한 성적을 올렸음에도 지도자로서 발을 붙이기는 무척 어려운 것이 국내 스포츠계의 현실이다. 사실 여자감독이 활약하는 것은 일부 종목에 불과하며 미국 등 스포츠선진국과는 다른 양상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앞으로는 현역 시절 세계를 호령했던 여성 스포츠스타들이 지도자로서도 활짝 꽃 피운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아무튼 김연아를 비롯한 소치영웅들에게 그리고 과거의 수많은 스포츠스타들에게 당신들이 있어 동시대를 사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행복했노라고 말해줘야 할 듯하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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