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강두원 기자] "이번 시즌 FC서울의 공격의 중심은 수비다."
지난 25일 센트럴 코스트 마리너스(호주)와의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리그 첫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둔 FC서울 최용수(41)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예상과는 달리 굳은 표정으로 질문에 답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답변은 '공격적인 스리백(3 Backs)'에 대한 내용이었다.
최 감독은 "그동안 팀의 가장 적합한 전술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해 왔다. 이번 시즌 내세우게 될 스리백 역시 오랜 기간 생각해 온 수비 전술 중 하나다"라며 "이번 경기는 특히 공격적인 스리백을 가동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공격적인 스리백'. 스리백이라 함은 수비 전술 대형의 하나인데 공격적이다? 언뜻 와닿지 않는다. 스리백이면 스리백이지 공격적인 스리백은 또 무엇인가.
최용수 감독이 이번 시즌 팀에 불어 닥친 상당한 출혈을 메우기 위해 가장 노력하는 부분은 공격의 핵 데얀의 빠진 공격진도 아닌 새로운 수비전술에 대한 실험이었다.
최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새로 영입한 스페인 출신 수비수 오스마르를 김진규, 김주영과 함께 배치하며 스리백을 내세웠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공격 전개, 즉 빌드업 과정을 스리백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 감독이 언급한 '공격적인 스리백'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스리백은 보통 두 명의 스토퍼로 하여금 상대 공격수를 1대1로 대인 마크하고 센터백으로 하여금 커버링을 담당하게 하는 수비 전술로 측면 수비의 공격가담을 중요시하는 포백(4 Backs)보다 수비적인 성향이 강한 수비대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이 내세운 스리백은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의 시발점 역할까지 수행했다. 이날 서울의 스리백은 빌드업 과정의 시작은 물론, 단번에 전방 공격수에게 연결하는 패스 또한 선보였다.
특히 오스마르의 패싱력이 돋보였다. 오스마르는 192cm의 장신임에도 스페인 출신답게 준수한 패싱력을 선보였다. 후방에서 찔러주는 왼발 전진 패스는 마치 리버풀의 다니엘 아게르(덴마크)를 보는 듯했다.
서울이 스리백부터 공격 전개를 시작함으로써 가장 빛을 본 부분은 김치우와 차두리가 배치된 윙백이었다. 수비진에서 시작된 패스가 고요한 혹은 고명진에게 연결되고 공간으로 빠져 들어간 윙백들에게 연결되며 센트럴 코스트의 측면을 자주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추가골도 오스마르로부터 시작된 패스가 고명진에게 연결되고 측면 공간을 돌파한 김치우에게 연결돼 얻어졌다.
중앙 미드필더 3명 역시 패스 전개의 부담에서 벗어나 최 감독이 주문한 압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경기 내내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만약, 공격의 시작이 스리백이 아닌 미드필더에서 시작됐다면 상대의 압박에 자주 막히고 공격의 도화선 역할을 해야 하는 측면 윙백들이 고립될 수 있다.
패스도 패스이지만 공격 시에 수비수들이 감하게 전진하며 힘을 보탰다. 전반 13분 오스마르가 공격 과정에서 흘러나온 볼을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연결한 것이 그를 잘 대변해주는 장면이었다.
최 감독 역시 오스마르를 비롯한 수비진을 칭찬했다. 최 감독은 "좌우 측면에 위치한 윙백들의 공격력을 배가시키기 위해 수비에 공격적인 역할도 함께 부여했다. 새로 영입된 오스마르가 기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좋은 호흡을 보여줬고 스페인 출신 선수답게 질 높은 패싱력을 보여줬다. 2-0으로 앞선 시점에서 집중력을 잃고 실점위기를 자초하는 모습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조금 더 가다듬고 보완해서 더욱 단단한 수비진을 구축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 서울은 지난 시즌의 서울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3년 연속 K리그 득점왕에 올랐던 FW 데얀, MF 하대성, DF 아디 등 3인방이 빠졌지만 대체 선수의 영입은 미미했다. 그러나 최용수 감독은 공격적인 스리백을 포함해 다양한 전술 변화를 시도하며 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시즌 초반이라 다소 손발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부족한 부분을 좀 더 보완한다면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최 감독의 발언이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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