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Tip!] 배우 정연주(25)는 3월 6일 개봉을 앞둔 단편영화 ‘리턴매치’에서 건강미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발랄한 캐릭터를 맡았다. 체대 출신인 자신과 달리 운동에 전혀 소질 없는 연하남(이지훈)의 대시를 받고 고민하다 결국엔 3판 선승제로 사귈지 말지를 담판짓는 강골미녀 채인 역할이다. 단언컨대 ‘리턴매치’는 정연주의 팔색조 매력을 주목하게 만든다. 아직은 캐스팅과 오디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타고 있는 데뷔 3년차 배우지만 점차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제 곧 뮤지컬 데뷔도 앞두고 있다는 정연주의 미래는 '무조건 직진'이다.
[스포츠Q 글 이희승기자ㆍ사진 최대성기자] 껌 좀 씹어 본 포스를 기대했는데 한없이 청초했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아 유난히 또렷한 발음으로 말했다. 예쁘장한 얼굴만 믿고 데뷔해 소속사에서 훈련시킨 대답따윈 없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데뷔작인 '늦은 밤'으로 2012년 클레르몽페랑 국제 단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송혜교에 이어 중국 최대 통신사의 휴대전화 모델로 발탁될 정도로 정연주의 가치는 연일 수직상승하고 있다. 선 고운 얼굴에 가정교육 잘 받은 조신한 말투가 대화 곳곳에서 묻어났다. '리턴매치’의 만능 스포츠우먼 ‘정연주’라는 이름을 치면 연관검색어로 ‘분노의 여고생’이 따라다닐 정도로 삐딱하고, 강렬한 캐릭터를 주로 선보여 왔던 정연주의 첫인상은 ‘반전’으로 다가왔다.
◆ 일주일간 5개 종목 특훈받으며 '체육인'으로 거듭나
“아오이 유우 닮았다는 말은 안 하시네요.(웃음) 친근함의 표시라고 듣고 넘기지만 ‘누구 닮았다’는 배우로서 고민하게 만드는 말임은 분명해요. ‘리턴매치’는 작년 여름에 치열하게 찍은 작품이에요. 모든 종목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체대 출신 설정 때문에 주저하긴 했는데, 타고난 체력과 집중력을 믿고 합류했어요.”
정연주는 영화에서 4살 연하의 남자 오기(이지훈)의 사랑고백을 받지만, 몸치인 그를 남동생으로만 여기는 인물이다. 생활체육 지도사를 꿈꾸는 인물로 수영부터 테니스, 탁구, 농구까지 능숙한 실력을 뽐낸다.
“모두 일주일 만에 습득한 결과예요. 초 스피드로 배웠는데 어렸을 적에 했던 무용이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돌이켜 보면 열정만 있고, 근성 없던 저를 다시 태어나게 해준 영화라 소감이 남달라요.”
‘리턴매치’는 정연주가 생애 최초로 운동하다 다친 영화기도 하다. 워낙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성격에다 ‘안전 우선주의’라 유년 시절을 빼고는 몸에 상처 하나 없이 곱게 컸다. 그는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통증은 둘째 치고 정말 펑펑 울었다”고 고백했다. 고작 5회차 상영. 단편이지만 총 6개의 챕터로 이뤄진 ’리턴매치‘는 장편 이상의 공이 필요한 영화였다. 스포츠 영화라는 특성상 38분이라는 러닝타임에 비해 다뤄야 할 종목만 5개가 넘었다. 방대한 촬영분량으로 인해 ‘과연 다 찍을 수 있을까?’란 의심이 서러움으로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 배우 되기 위해 모범생 설정, 영화 넘어 뮤지컬까지
“어느 순간부터는 진도가 나가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다치니 아예 멍석을 깔아준 셈이었죠.(웃음) ‘자 울어봐. 맘껏!’ 이렇게요. 제 욕심이 과했다는 걸 펑펑 울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부담을 더니까 연기가 훨씬 잘됐고, 지금은 연기에 있어서 선행학습을 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어요. 배우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 단 한 번도 연기로 희열을 경험하지 못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됐어요.”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극원에 재학 중인 그는 배우가 되기 위해 인생 계획표를 짜 부모님을 설득할 정도로 타고난 ‘계획 소녀’였다. 원하는 대학은 무난히 합격할 정도로 모범생이었으나 배우가 되기 위해 반 등수를 상위권에서 떨어트리지 않는 지능적인 10대였다. 어느 대학에 들어가 몇 편의 작품을 언제까지 소화할 것인지, 장르는 무엇이고, 어떤 배우가 될 것인지를 세세하게 작성해온 딸의 열정에 부모님은 든든한 지원자로 돌아섰다.
드라마 ‘드림하이2’ ‘오로라 공주’로 인지도를 넓히고, 영화 ‘늦은 밤’ ‘손님’으로 해외 호평을 받았지만 정연주의 목마름은 가시지 않았다. 그는 “최선은 다 했지만 희열이 느껴지지 않은 시점에 ‘리턴 매치’를 통해 위로받았다”고 고백했다. 정연주가 느낄 또다른 짜릿함은 뮤지컬 무대에서 예정돼 있다. 오는 6월 개막할 패션 소재 창작뮤지컬 ‘뮤즈’의 여주인공 클로에 역을 맡아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평소엔 조용하고, 다소 어두운 편인데 연기를 통해서 치유받는 것 같아요. 함께 연기한 이지훈씨와 개봉 첫날 100석을 채우면 관객에게 프리 허그와 뽀뽀를 하기로 약속했어요. (두 팔로 어깨를 감싸 안으며)전 포옹 너무 좋아해요. 마음이 따듯해지잖아요.”
[취재후기] 영화에 “진짜 운동을 좋아하면 승부가 아니라 즐기는 것”이라는 대사가 있다. 배우의 길에서 ‘승부’가 여우주연상 수상과 해외 진출이고, 즐기는 게 ‘필모그라피’라면 10년 안에 정연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여배우가 되지 않을까. 데뷔 때부터 ‘제2의 OOO'라는 말을 많이 들은 그이지만 멀지 않은 시점에 ’제2의 정연주‘로 불리는 존재가 등장하지 않을까.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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