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스포츠Q(큐) 글 이세영‧사진 이상민 기자] 높푸른 가을하늘을 가르는 화살. ‘엑스 텐’에 명중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관중들의 함성.
수많은 경기를 치러본 궁사들이지만 이날만큼은 ‘활 쏠 맛’이 진하게 났다.
22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2016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는 그저 한 국내대회 이상의 의미가 있는 일전이었다.
4강전부터 열린 이날은 매 경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특히 이승윤(코오롱)과 구본찬(현대제철)의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매치, 고교생 궁사 김선우(경기체고)와 김우진(청주시청)의 슛오프 대결은 1000석 규모의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이승윤은 구본찬과 4세트까지 세트스코어 4-4로 맞선 뒤 5세트에서 3연속 ‘텐’을 쏘며 29점에 그친 선배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경기 후 이승윤과 구본찬은 명승부를 펼친 것을 자축하며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남자부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 1억원의 주인공이 된 이승윤은 “(구)본찬이 형이 활을 잘 쏘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평소 모습을 생각하니 긴장됐다”면서 “경기가 끝나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포옹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우는 열여섯 나이답지 않은 대담한 슈팅으로 관중들의 탄성을 이끌어냈다.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화살을 쏜 김선우는 김우진과 슛오프까지 갔다. 여기서 두 선수 모두 엑스텐을 쐈는데, 김선우의 화살이 단 8㎜ 차이로 중앙으로 들어와 결승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명승부를 펼친 궁사들에게 이번 대회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승윤은 “일반 대회보다 관중들이 많고 재밌는 경기를 하니, 선수들의 실력이 더 늘어난 것 같다. 양궁의 묘미를 알려드린 대회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양궁을 많이 알리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또, 선수들이 혜택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나 역시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여자부 정상에 오르며 역시 1억원을 품에 안은 최미선은 “우승한 (이)승윤 오빠와 나를 위한 대회인 것 같다”며 운을 뗀 뒤 “오전에는 관중들이 많이 없었는데 오후에 스탠드가 꽉 메워진 것을 보고 놀랐다. 팬들이 많은 게 더 힘나고 좋다”고 말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과 경기해 영광이라는 김선우는 “관중들이 활을 쏠 때는 매너를 지켜주셔서 소음으로 인한 방해는 없었다”며 “팬들로부터 많은 기를 받았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국가대표가 돼야겠다는 꿈이 더 명확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일부터 3일에 거쳐 열린 이번 대회는 태극궁사들이 최대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팬들을 위한 이색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한국 양궁의 대중화와 저변 확대의 기틀을 마련한 자리였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전무이사는 “이번 대회는 국내 최고의 궁사를 가리는 최대 규모의 대회로서, 선수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라며 “이번 첫 대회를 시작으로 양궁 대중화와 저변 확대에 기여해 오랜 전통을 이어가는 한국 대표 이벤트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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