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 Tip!]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 출연배우 중, 단연 눈에 띈 얼굴이 있다. 재혁(김남길 분)의 여자친구 연주 역을 맡은 김주현(29)이다.
김주현은 청순하고 큰 눈망울이 돋보이는 외모와, 재난을 맞은 가족을 구해내기 위해 대형버스를 운전하고 사람들을 나서서 대피시키는 대담하고 정의로운 면모로 시선을 모았다. 신선한 마스크와 캐릭터적 매력으로 주목을 확 끈 셈이다.
올 한 해는 배우 김주현에게 뜻깊은 시기가 될 듯싶다. '판도라'에서 키플레이어적 역할을 맡아 활약했고, 외압 논란으로 캐스팅이 최종 불발되긴 했으나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주연 물망에도 오르는 등 이름을 널리 알린 때였기 때문이다.
[스포츠Q(큐) 글 오소영·사진 최대성 기자] '판도라'의 배우들은 방사능 재앙을 맞은 절체절명을 연기했다. 김주현도 다르지 않았다. 김주현은 이외에도 대형버스와 스쿠터 면허를 따고, 경기도 출신으로 입에 잘 붙지 않는 경상도 사투리를 익히는 등 무던히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 "'판도라' 사투리 연습, '톡'도 사투리로 했어요"
- 촬영 후 1년 반만에 영화가 개봉했다. 기억에 남는 관객 반응이 있다면.
김주현: '판도라'가 드디어 개봉하게 돼 기쁘다. 실시간 반응을 몇 번 찾아봤는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는 글들을 보면 기분좋기도 하고 나 또한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 사투리 연기가 화제가 됐다.
김주현: 화제가 됐다면 잘해서인지 못해서인지 모르겠다. 사투리를 아무리 연습해도, 계속 썼던 분들처럼 완벽해지긴 어려웠다. 경상도 사투리 선생님과 늘 붙어서 대화하며 연습했다. '카톡'도 사투리로 했고,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며 익혔다. '까리하네' 같은 표현은 이번에 사투리를 배우며 알게 됐다.
이전에 '모던파머'에서는 옌벤 사투리를 했는데, 연습 초반에는 두 가지 사투리가 섞이기도 했다. 아무리 많이 연습해도, 감정이 고조되면 내 원래 말투가 나와서 최대한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색한 부분이 눈에 보이더라.
- 스쿠터, 대형버스 면허를 따려면 운동신경이 좋아야 할 것 같다.
김주현: 운동신경이 안 좋고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웃음) 의지력으로 땄던 것 같다. 영화 크랭크인 날이 면허시험날이었는데, 다행히 한번만에 땄다.
- 김남길과의 호흡은 어땠나.
김주현: 김남길 선배님은 '재혁'과 닮은 부분이 많다. 그 덕분에 연기하면서도 거리낌을 느끼지 못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 서로 대화를 많이 했고, 잘 챙겨주신 덕분에 감사하며 찍었다.
촬영 당시엔 많이 도와주셔서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걸 '호흡'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호흡이란 건 함께 연기를 주고받는 건데… 그보단 대단한 선배님들께서 내 부족함을 채워주신 것에 가깝다.
- '판도라' 속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김주현: 초반에 재혁이 연주의 스쿠터를 고쳐주는 장면이다. 가족이 없다는 사실처럼, 연주의 '전사'에 대해 말해주는 장면이라서 좋아한다. 후반부 연주와 재혁 간의 통화 신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많이 준비해서 찍은 장면이었다.
- 연주는 자신의 가족만 챙기지 않고, 마을 사람들 모두를 대피시킨다. 요즘 세상에 쉽지 않은 행동 아닌가. 이런 정의로운 모습이 실제 본인에게도 있나.
김주현: 옳지 않거나 나쁜 것에 대해 못 참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옳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날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멀리하기보다 오히려 그 의견을 많이 들으려 한다.
- 실제 인터뷰를 해보니 영화 속 연주보다 차분하고 조용하다. 실제 본인보다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게 힘겨웠을 듯싶다.
김주현: 아무래도 연주는 에너지가 많아야 하는 역할인 것 같다. 계속 소리를 지르니까. 그런데 사실 체력적으로 힘들단 생각은 하지 못했다.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에 그럴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었다.
영화 속 연주와는 겉모습도 많이 다르다고 하더라. '판도라'엔 연주의 여자친구들이 나오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 없이 동네 오빠, 친구들과 함께 자란 캐릭터다보니 선머슴 같은 모습이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좀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다. 재혁이 연주에게 주눅드는 모습도 나오지 않나. 일부러 살을 찌우고 점퍼 안에 보정물을 넣어 체격을 부풀리기도 했다.
- '판도라'는 방사능의 무서움에 대해 경고한다. 현재 시국과 맞물려 사회문제를 짚은 영화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다. '판도라' 촬영 전후로 김주현 역시 달라진 부분이 있나.
김주현: 아무래도 '판도라'의 시나리오를 읽고 촬영하며, 우리 사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촬영 전에는 특정 개인의 일이나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으니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면 한 학급 안에 어떤 문제, 사건이 생겼을 때 당사자가 아닌 모두가 문제에 대해 얘기하지 않나. 함께 얘기하는 그 자체가 희망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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