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한국의 국기 태권도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배웠던 운동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호신술로 다양한 격투 종목들이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태권도는 한국을 넘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격투 종목이다.
한국의 국기를 위해 파이터들은 항상 “태권도의 강함을 증명하겠다”라며 의지를 불태우곤 한다. 한국에서는 ‘태권 파이터’ 홍영기(33‧팀강남/압구정짐)와 ‘타격왕’ 문제훈(33‧옥타곤짐)이 대표적이고, 한국계 미국인 레오 쿤츠(34‧아메리칸 탑 팀) 역시 태권도를 수련해 애정이 있다.
홍영기는 격투기 오디션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 시절부터 MMA계에 태권 파이터로 이름을 알렸다.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 선수생활을 꾸준히 해오다 태권도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MMA에 도전했다. 스스로 “태권도가 없는 홍영기는 홍영기가 아니다”라며 MMA에서도 태권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홍영기는 처음해보는 그라운드 기술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단기간에 늘 수 있는 기술이 아니기에 열심히 노력해도 쉽게 실력이 올라오지 않았다. 태권도 킥을 활용한 타격만 날카로울 뿐, 홍영기는 ‘반쪽짜리 파이터’라는 오명을 썼다.
자신의 단점을 뼈저리게 느낀 홍영기는 이를 보완하기 시작했다. 태권도 킥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레슬링, 주짓수 등 다양한 종목을 배웠다. ‘만두귀’가 될 정도로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 결과 홍영기는 태권도를 MMA에 가장 잘 접목시킨 파이터로 평가받고 있다. 태권도 킥을 활용한 그의 공격은 MMA에서 최상급 타격 스킬이다. 빠르고 정확한데다 강력하기까지 해 웬만한 파이터들은 그의 킥을 견제하기 바쁘다.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로드FC의 대형 프로젝트 ‘로드 투 아솔’에 홍영기가 참가하는 이유도 태권도의 강함을 알리기 위해서다.
홍영기는 “강한 선수들 사이에 출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태권도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주먹이 운다’에 도전했던 것처럼,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승 상금이 욕심나서 도전하는 것 보다는 강자들과 싸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강자들이 모두 모이는 무대인만큼, 태권도의 강함을 전 세계에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100만 달러 토너먼트 인터내셔널 예선이 열리는 로드FC 036에 출전하는 문제훈 역시 태권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파이터다. 그의 왼쪽 가슴에는 ‘태권도’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다. 문신에서도 볼 수 있듯, 문제훈은 뼛속까지 태권도인이다. 그 역시 홍영기와 마찬가지로 태권도의 강함을 MMA에서 증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홍영기에 앞서 태권도를 MMA에 접목시켜 활용한 선배이기도 하다.
그는 “초창기 격투기 시절 태권도 파이터들이 많이 패배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태권도는 격투기에 전혀 쓸모없다. 발차기가 약하다. 주먹이 없다. 태권도를 했기 때문에 격투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서 ‘태권도 선수도 주먹을 잘 쓰고, 태권도 발차기도 격투기에 맞게 잘 사용하는 선수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태권도가 약하다는 편견들을 다 없애고 싶었다”라며 MMA 전향 초기의 마음을 전했다.
문제훈은 오랜 노력 끝에 누구나 인정하는 태권도 베이스의 파이터가 됐다. 그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 스타일로 오퍼가 오면 누구든지 환영했다. 로드FC 경량급에서 웬만한 강자들과는 다 붙었다. 그가 맞붙은 파이터들을 보면 ‘아시아 최강’ 김수철, ‘코리안 모아이’ 김민우, ‘플라이급 챔피언’ 송민종, ‘로드FC 밴텀급 전 챔피언’ 이길우 등 라인업이 화려하다. 로드FC 경량급에서 챔피언이 되려면 문제훈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밴텀급에서 활동하던 문제훈은 플라이급과 밴텀급을 오가며 그동안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파이터들에게 복수할 예정이다. 그에 앞서 나카하라 타이요와 대결해 플라이급을 경험한다.
문제훈은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다. 더 강해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스스로도 기대하고 있고, 팬들에게 기대 받는 경기를 보여줄 자신이 있다. 준비 됐으니까 보여줄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100만 달러 토너먼트에서 홍영기와 맞붙을 레오 쿤츠 역시 태권도에 대한 사랑이 깊다. 레오 쿤츠는 어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미국인. 자신의 뿌리인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처음으로 배운 격투 종목이 태권도다. 태권도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그가 격투기 선수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비록 베이스가 태권도는 아니지만, 레오 쿤츠는 태권도를 시작으로 다양한 운동 종목을 경험했다. 스스로 ‘프리스타일’이라고 자신의 베이스를 정의하지만, 레오 쿤츠의 킥은 태권도를 수련했기에 날카로울 수 있었다.
다음달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로드FC 036에 홍영기, 문제훈, 레오 쿤츠가 모두 출격한다. 이들이 케이지에서 어떤 킥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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