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투수 파트가 가장 염려된다.” (김인식 한국 감독)
“투구진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궈타이위안 대만 감독)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마운드가 받쳐줘야 팀에 힘이 생긴다는 이야긴데, 이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같은 단기전에서 더 잘 드러난다. 4년 전 한국은 1라운드 첫 경기 네덜란드의 선발투수를 공략하지 못해 탈락의 쓴맛을 봤다. 그만큼 투수력은 사령탑들이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7 WBC 1라운드 A조 감독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인식 한국 감독을 비롯해 헨슬리 뮬렌 네덜란드 감독, 제리 웨인스타인 이스라엘 감독, 궈타이위안 대만 감독 중 대부분은 WBC에서 걱정되는 부분으로 마운드를 꼽았다.
강점과 취약점을 꼽아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장 먼저 마이크를 든 김인식 감독은 “투수들이 잘 던지면 괜찮겠지만 마운드가 가장 염려된다”고 속내를 표현했다.
“그래도 그동안 한국 투수들이 WBC에서 잘 던졌다”고 평가한 김 감독은 “그러나 이번 대회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항상 걱정되는 부분이 투수력이다. 이게 우리 팀의 취약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한국 투수진은 앞서 일본 오키나와에서 치른 3차례 평가전에서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했다. 한국으로 넘어와 치른 평가전에서도 쿠바와 두 번째 경기에서만 6점을 내줬을 뿐, 나머지 두 경기에선 1점, 3점만을 허용했다.
준수한 성적을 냈음에도 김인식 감독은 마운드에 대한 걱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계투진의 부진이 아쉽다. 한국은 장시환이 쿠바와 2차전에서 2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을 기록했고, 마무리로 나온 원종현도 1이닝 2피안타 2실점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호주전에서는 이대은이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2실점을 기록, 김인식 감독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계투진이 분발해야 한국이 2라운드로 가는 길이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대만 역시 투수진이 걱정이다. 궈타이위안 감독은 “이번 우리 대표팀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본다. 그 중에서도 투수진이 걱정”이라면서 “투수진을 꾸리는 것부터 힘들었다. 투수들의 당일 컨디션과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대만의 마운드 전력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이번 대회 투수진 중 현역 메이저리거가 단 한 명도 없다. 더군다나 더블A와 트리플A에서 뛰고 있는 후즈웨이, 왕웨이중, 황웨이지에, 천핀슈에, 쩡런허, 뤄궈화 등도 모두 불참을 선언해 팀 입장에서 아쉬움이 크다. 이에 대만은 천관위(지바 롯데 마린스), 궈진린(세이부 라이온스), 쑹자하오(라쿠텐 골든이글스) 등 일본파 3인방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은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을 앞세워 돌풍을 노리고 있다. 제리 웨인스타인 이스라엘 감독은 “다양성이 우리 팀 마운드의 강점이다. 투수들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흡족해했다.
다른 팀보다 많은 16명의 투수를 28인 엔트리에 포함시킨 이스라엘은 투수진의 리더 역할을 할 제이슨 마키에 기대를 걸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124승 평균자책점 4.61을 기록한 마키는 빅리그에서만 15년을 뛴 베테랑 우완투수다. 124승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달성한 승수와 같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이 강점으로 꼽힌다. MLB 통산 539경기에 출장한 좌완 불펜요원 크레익 브레슬로우도 주축 자원이다. 그는 2013년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6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8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헨슬리 뮬렌 네덜란드 감독은 “투수들이 잘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팀원들 간 협동심을 1라운드 통과의 키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서로 다른 리그에서 뛴 선수들이 네덜란드 대표팀이라는 이름 아래에 뭉쳤다. 선수들이 아직 많은 시간 호흡을 맞춘 건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협력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연 어느 팀이 안정된 마운드를 뽐낼까. A조 4개국 감독들은 마운드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도 누군가는 제 몫을 해줄 거라는 믿음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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