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박상헌(13·서울 마포구)을 보면 이대호가 떠오른다. 별명도 ‘리틀야구 빅보이’다. 지난해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한국 대표팀에 유일한 초등생으로 합류했을 만큼 기량이 출중하다.
신장 180㎝, 몸무게 80㎏의 거구인 박상헌은 지난해 11월 한국리틀야구연맹이 주최한 2016 리틀야구 올스타전에서 홈런 2방 포함 3안타 7타점의 원맨쇼로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홈런더비 1위도 그의 차지였다.
2015년 11월 박상헌은 기자에게 “이번 시즌 홈런 10개를 때리고 싶다”고 했고 시즌 종료 후 목표치의 2배를 달성했다. 6학년 때는 12세 이하 대표팀에서 중학생 형들을 제치고 3번 타순에 섰다.
조상진 마포구 감독은 “상헌이는 성장세가 더뎌졌는데도 180㎝이다. 단점으로 지적됐던 유연성도 한결 나아졌다”며 “이번 전지훈련에서는 지방 리틀야구 팀들을 상대로 3경기 연속 홈런을 날렸다”고 설명했다.
리틀야구연맹 관계자도 “박상헌은 상황에 따라 알아서 다양한 플레이를 한다”며 “최고의 타자로 클 자질이 있다.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발도 빠르다. 두뇌가 좋아 주루도 잘한다”고 극찬을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큰 장점은 ‘경험’이다. 박상헌은 5학년인 2015년부터 1년 선배들을 제치고 서울 마포구의 주전을 꿰찼다. 지난해에는 팔스윙이 빠르고 변화구 각이 큰 미국 투수들을 만나 고전하며 더 성장했다.
박상헌은 “(월드시리즈 이후) 타석에서 빠른볼 대처가 잘 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투타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내 어떤 포지션을 맡을지 앞으로 2년을 지켜보자는 게 박상헌을 지켜본 지도자의 생각. 조상진 감독은 “키가 10㎝ 정도 더 크면 투수로 가겠지만 현재로선 방망이 재능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던질 때 팔이 아파 피칭은 최소화하고 있다. 박상헌은 “마운드에서 코너워크로 직구를 잘 던지게 됐는데 던질 때 팔이 아파 자꾸 뒤에서 나온다”며 “공을 앞에까지 끌고 나와야 하는데”라고 걱정을 토로했다.
부상 없이 잘 자란다면 박상헌은 6년 후 이대호, 박병호, 최정의 대를 이을 오른손 거포 자원으로 주목받게 된다. 조상진 감독은 “중학교와 리틀야구를 왔다갔다 하다보면 힘들 수 있다”며 “상헌이가 부담만 덜 가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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