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속죄포’라는 말을 사용하기에 이보다 적절한 수 있을까. 답답한 부진과 ‘거수경례 논란’으로 야구팬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김태균(한화 이글스)이 가장 극적인 상황에서 한 방을 날렸다.
김태균은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3차전 대만전에서 10회초 쐐기 투런 홈런을 날렸다. 대표팀은 11-8로 최종전 승리를 거뒀다.
앞서 이스라엘, 네덜란드전에 중심타선으로 출전해 7타수 무안타로 긴 침묵을 이어가던 김태균은 첫 안타를 이번 대회 대표팀의 첫 홈런으로 장식했다.
김태균은 이날 경기 전까지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선수였다. 타격 부진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네덜란드전을 앞두고 국민의례 때 거수경례를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옆에 자리한 이대은이야 경찰청 소속이기 때문에 모자를 벗지 않고 거수경례를 하는 것이 맞지만 김태균은 그럴 이유가 없어 의아했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모자를 벗고 가슴에 손을 올렸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가대표로서 경기에 집중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일부 누리꾼은 장난을 치는 것 같이 느껴진다며 불쾌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논란의 한 가운데 선 김태균은 이날 몸살을 이유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전날 몸살로 인해 응급실에 갔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
경기 초반 대량 득점에 성공하며 8-5로 앞서가던 대표팀은 6회 2점, 7회 1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10회초 양의지의 1타점 희생플라이로 균형을 깬 대표팀에게 1점 차는 안심할 수 없었다. 팀에 가장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 김태균에게 기회가 왔다. 김인식 감독은 박건우 타석에 김태균을 내보냈다.
김태균은 대만 천홍원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를 벌인 끝에 7구를 통타,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2점 아치를 쏘아 올렸다. 개인 통산 WBC 대회 4번째 홈런. 이승엽(5홈런)에 이어 대표팀 선수 중 2번째로 많은 홈런을 날렸다.
논란을 의식한 듯 김태균은 경기를 마친 후에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김태균은 중계사 인터뷰를 통해 “몸 관리를 못한 것은 실력이다.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며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대회라고 생각해 컨디션도 빨리 끌어올리며 대회를 준비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잘 준비한 노력에 대해서도 안 좋은 평가를 받아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경기를 잘 마무리해 기분이 좋다”며 “선수들이 노력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음 대회에는 꼭 우승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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