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앞선 두 차례 무기력했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손에 땀을 쥐는 승부였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대만을 꺾고 체면치레를 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대만과 최종전에서 장단 18안타를 터뜨린 타선의 화력에 힘입어 연장 10회 11-8 승리를 거뒀다.

한국과 대만은 2패 팀끼리 꼴찌를 가리기 위해 맞붙었다. 한국은 뒤늦게 1승을 챙기며 이스라엘(3승), 네덜란드(2승 1패)에 이어 A조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대만(3패)은 4위.

한국은 2021년 대회에서도 지역 예선 없이 바로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반면 대만은 다음 대회에서는 예선부터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은 역대 최악의 성적이라는 오명은 지울 수 없게 됐다. 2013년 대회에서 2승 1패를 거두고도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던 한국은 자존심을 구겼다.

2패를 당한 팀들 간 대결답지 않게 경기는 박진감이 넘쳤다. 2경기에서 1득점에 그쳤던 대표팀은 1회초부터 선취점을 내며 앞서갔다. 2회 서건창의 2타점 적시타, 민병헌의 희생플라이, 이용규의 우전 1타점 적시타, 손아섭의 1타점 내야안타로 빅이닝을 만들었다. 2회에 점수 차를 6점까지 벌렸다.

4회에도 2점을 추가한 한국은 이대호의 1타점 적시타로 선발 전원 안타를 달성했다. 한국이 WBC에서 처음 작성한 기록.

매서운 타격감을 보인 타선과는 달리 투수진은 부진했다. 양현존이 3이닝 3실점, 심창민이 1이닝 2실점, 차우찬이 2이닝 2실점, 장시환이 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투수진의 난조로 한국은 결국 8-8 동점을 허용했고 9회말 선두타자 장즈셴에게 2루타를 내주자 결국 오승환을 투입했다. 앞서 이스라엘전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오승환 투구의 위력은 압도적이었다.

득점권에 주자를 두고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4번타자 린즈셩을 삼진으로 잡아낸 오승환은 2루타 2개를 쳐낸 친 린이쥐안을 상대로 무리하지 않고 비어 있는 1루를 채웠지만 가오궈후이를 삼진, 천융지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10회초는 프리미어 12 데자뷔와 같았다. 1사에서 오재원이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손아섭의 좌전 안타 때 오재원은 3루까지 내달렸다. 양의지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동점의 균형을 깼다. 점수는 9-8. 타석에는 대회 내내 부진했던 김태균이 나섰다. 7구를 받아쳤고 타구는 쭉쭉 뻗어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이번 대회 한국의 첫 홈런이자 승부를 종결짓는 쐐기포였다.

앞서 7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던 김태균은 첫 안타를 투런 아치로 장식했다. 개인 통산 대회 4번째 아치. 한국 선수 중 이승엽(5홈런)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홈런이다.

10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삼진 하나와 1루 땅볼, 2루 땅볼로 승리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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