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진정한 프로 스포츠 발전과 스포츠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두려워해선 안된다."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스포츠 산업 전문가들이 한 곳에 모여 스포츠 에이전트(대리인) 제도 도입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3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을 열고 에이전트 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과 프로 스포츠 현장에서 스포츠 산업 발전이라는 대승적인 목표를 위해 에이전트 제도를 수용해줄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국내 프로스포츠 현장에서는 에이전트 제도 도입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다. 스포츠 산업의 진정한 발전과 선수 인권 보호 측면을 위해서는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이 나오고 구단 운영진은 선수와 협상이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고 몸값 폭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맞선다.
하지만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면 선수들은 몸값 협상을 놓고 구단과 갈등을 빚고 스트레스를 받을 염려 없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다. 또 구단 역시 법률 전문가와 협상을 통해 적정한 몸값을 책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정부 역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도입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까지 몇몇 종목은 스포츠 에이전트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르게 된다.
이에 따라 법률 전문가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스포츠 에이전트가 변호사들 등 법률 전문가들의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에이전트 회사인 IMG 역시 미국의 변호사인 마크 맥코맥이 창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 "에이전트 제도 없어 오히려 분쟁 발생, 법적 근거 마련돼야"
첫 번째 주제로 '스포츠 에이전트 관련 규약의 제도적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발표한 강래혁 변호사(대한체육회 법무팀장)는 일부 종목에서 에이전트 제도를 거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얘기하며 오히려 관련 제도가 없기 때문에 분쟁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프로축구의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의 에이전트 자격제도가 있다"며 "하지만 프로야구는 2001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음에도 10년 넘게 시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에이전트 제도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약을 개정하긴 했지만 부칙을 통해 현재까지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여자프로농구 등에서도 아직까지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이대호의 연봉조정 분쟁 사건과 김연경의 자유계약선수(FA) 분쟁 사건, 방성윤 입단계약 분쟁 사건 등 일련의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강 변호사는 "구단은 에이전트 제도가 선수와 협상 때 악재로 작용하거나 몸값 폭등의 원인이 될까 우려하고 선수들도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지 않을까 경계하지만 일본 프로야구의 사례를 통해 기우라는 것이 증명됐다"며 "프로 스포츠를 단순히 기업의 홍보수단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산업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국내 프로 스포츠도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고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선웅 변호사(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국장)는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시행과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KBO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어기는 것에 따른 벌칙을 피하기 위해 야구 규약에 제도의 근거를 마련하긴 했지만 시행시기를 무기한 보류해 사실상 명령을 위반하고 있다"며 "프로야구의 경우 시장의 확대 등 변화된 환경을 봤을 때 에이전트 제도의 도입과 시행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BO는 에이전트 제도의 시행을 부칙에 한국 프로야구의 여건 및 일본의 변호사 에이전트 제도 시행결과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하고 KBO, 구단, 선수협회의 전체 합의를 조건으로 무기한 연기했다"며 "게다가 변호사 1명당 선수 2명 이상을 대리할 수 없도록 해 사실상 변호사가 전문적으로 에이전트를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한국 프로 스포츠가 아마추어리즘을 극복하고 단순한 대기업의 사회공헌이나 재벌들의 유희수단이 아닌 스포츠 산업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개선점이 필요하다"며 "이 가운데 에이전트 제도는 프로 스포츠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 "몸값 협상 등 매니지먼트는 일부분, 마케팅 능력도 갖춰야"
그러나 스포츠 에이전트가 단순히 몸값 협상에만 그쳐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법률 전문가로서 선수들의 법적 에이전트 역할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마케팅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는 "에이전트의 역할을 크게 보면 매니지먼트와 마케팅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며 "매니지먼트는 몸값 협상과 함께 스케줄 관리와 이적 추진, 재정 자문, 법률문제 해결, 은퇴 후 진로모색으로 나뉘고 마케팅은 선수의 경기력 및 이미지를 통한 다양한 마케팅 사업 개발, 팬클럽 운영 관리, 언론 매체 노출, 홈페이지 관리, 광고주 유치, 이미지 관리 등으로 나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예계의 큰 손인 SM 엔터테인먼트도 에이전트 회사의 하나다. 이들은 단순히 연예인들의 매니지먼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까지 모두 담당하면서 선수들의 부가가치를 높인다"며 "스포츠 에이전트로 진출하려는 변호사들도 이런 마케팅 감각을 지니지 않고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또 이용욱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과 사무관은 "프로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스포츠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에이전트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임을 고려해 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며 "다만 사적인 영역임을 감안해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 규제보다는 프로 스포츠 활성화와 시장 확대를 위한 산업적 육성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관이 선수 에이전트 양성 및 교육기관을 지정하고 자격 및 자격 검정 등 양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등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러나 당장 변호사들이 스포츠 에이전트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미 세마나 IB스포츠 등 스포츠 에이전시가 있기 때문에 이들과 협업을 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박창주 대한축구협회 고문 변호사와 최익성 저니맨 야구육성사관학교 대표 역시 프로 선수들의 인권과 스포츠 산업 발전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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