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지난해 넥센 히어로즈의 깜짝 스타가 신재영(28)이었다면 올 시즌에는 최원태(20)다. 외국인 투수가 모두 빠진 가운데 최원태가 연일 공격적 투구를 펼치며 이닝이터로 거듭나고 있다.
최원태는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94구 4피안타 8탈삼진 1실점(무자책) 호투, 시즌 4승(4패)째를 수확했다.
지난해 5이닝을 채우기 버거워하던 최원태는 이제 없다. 평균 7이닝씩을 꼬박꼬박 소화하며 KBO리그 최고의 이닝이터로 거듭나고 있다. 이날 8이닝을 소화하며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 57⅔이닝), 라이언 피어밴드(kt 위즈, 57이닝)에 이어 최다이닝 3위에 올랐다.
경기 후 최원태는 “9회말 라커에서 TV를 보며 이닝이 종료 될 때까지 기도했다”며 “1승씩 추가할 때마다 기뻤지만 오늘은 1점차 상황이라서 더 짜릿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원태는 지난해 2승 3패 평균자책점 7.23을 기록했다. 시즌 중반 이후 선발로 꾸준히 기회를 얻었다. 11차례 선발 등판해 5회를 넘긴 것은 단 4회. 경기 초반 잘 던지다가도 이닝이 거듭될수록 흔들리기를 되풀이했다.
올 시즌엔 완벽히 변신했다. 스프링 캠프 기간 완벽히 선발수업을 마쳤고 시즌 초반부터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앞선 선발 등판한 7경기에서 48이닝을 책임졌다. 매 경기 7이닝 가까이 던졌다. 이날 투구는 달라진 최원태의 결정체였다.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한화 타선은 최원태의 호투에 쩔쩔맸다. 4회초 2사에서야 이날 경기 처음으로 외야로 플라이를 날렸다. 5회 김태균이 좌전안타로 체면 치레를 했지만 이후에도 최원태를 흔들지는 못했다. 8회 넥센 박정음이 양성우의 중전안타를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한 것이 빌미가 돼 1실점했지만 최원태의 자책점으로 기록되지는 않았다.
과감한 승부로 투구수를 절약했다. 이닝 당 투구수는 12구가 채 되지 않았다. 지난해 9이닝 당 사사구가 4.28개에 달했지만 올 시즌엔 1.29개로 크게 줄었다.
마음가짐의 변화가 효율적 투구의 요인이 됐다. 최원태는 “등판할 때 마다 볼넷을 주지 말자고 마음 먹는다. 안타를 잘 맞지 않다보니까 더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를 던지게 되더라”며 “작년에는 세게만 던지려고 했는데 경험이 쌓이다보니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더 정확히 던지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최고 구속 144㎞의 투심 패스트볼(62구)과 체인지업(18구), 커브(14구)를 던지는 스리피치 투수지만 적절한 배합으로 상대 타선을 제압하고 있다. 8개의 탈삼진도 체인지업(4개), 투심 패스트볼, 커브(이상 2개)를 골고루 활용해 잡아낸 결과였다. 세 구종 모두 결정구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넥센의 신데렐라로 떠오르며 신인왕을 거머쥔 신재영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지난해 시즌 개막 후 8번째 등판까지 신재영은 47⅔이닝을 소화하며 5승 3패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했다. 이날 투구를 마친 최원태의 기록은 56이닝, 4승 4패 평균자책점 3.21이다. 타선의 지원이 적어 평균자책점은 같고 이닝 소화 능력에서는 더 뛰어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최원태를 2017년 넥센의 신데렐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유다.
발전을 향한 의지도 강하다. 최원태는 “더 강한 선발과 싸우고 있는데 이겨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것들이 성장하는데 더욱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최원태와 이보근이 완벽히 막아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앤디 밴헤켄은 컨디션 문제로, 제이크 브리검은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지만 장 감독이 조급해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 올 시즌 최고의 히트상품 최원태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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