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팔 수 없는 물건' 개업식에 가보니 물건에 흠이 있어 도저히 팔아줄 수 없다는 얘기다. 위장전입에 대해 사과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이틀 간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날린 독설이다. 한마디로 개업식에서 마수걸이로 사줄 수는 없다는 것인데 일국의 내각을 책임질 총리를 향해 물건에 비유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언주 부대표는 26일 당내 회의에서 "정말 이렇게 문제가 심각할 줄은 저희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정부출범 초기이기 때문에 잘 협조하자고 시작했는데 인사청문회가 끝난 지금에 와서 보면 정말 어떻게 이런 분을 추천했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총리 인사청문회를 비유하는데 이언주 부대표는 개업식을 끌어왔다. 그는 "저희가 봤을 때는 정말 심각한 후보자를 내놓으셔서 개업식에 와있는 심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업식에 와서 웬만하면 물건을 팔아주고 싶은데 물건이 너무 하자가 심해서 도저히 팔아줄 수 없는 그런 딜레마에 봉착해있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이낙연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는 아무리 위장전입 등의 흠결이 나왔다고 해도 4선 의원에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지낸 총리 후보자를 물건에 비유한 것은 과하지 않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좋게 해석해도 국민에게 팔 수 없는 물건이라고 하지만, 누리꾼들은 "어떻게 사람을 물건에 빗대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앞서 25일에도 이언주 부대표는 위장전입 문제가 제기된 이낙연 후보자를 향해 "호남 총리라기보다는 강남 총리, 특권층 총리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후보자"라고 깎아내렸다.
이렇게 독설이 이어지자 이언주 부대표에게는 이른바 '문자폭탄'이 쏟아졌다. 24일 청문회 첫날부터 이어진 문자메시지 항의에 시달린 이 부대표는 26일 오후 여당 파트너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회동하는지 알고 시간을 딱 맞춰서 문자폭탄이 오는지 모르겠다"며 항의했다.
그는 "자제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지. 그러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언주 부대표로서는 오랜만에 맞은 '문자폭탄' 악령이어서인지 이같이 청문회 때 야권에 쏟아진 문자메시지 전송자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말을 옮겨탔던 이언주 의원은 문자폭탄과 악연이 있다.
이언주 부대표는 지난 4월 CBS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당이 새로운 정치 실험을 많이 하고 있어 함께하기로 했다"는 국민의당행 이유를 밝히면서 문자폭탄도 탈당에 '심리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문자폭탄과 관련해 그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심리적으로는 영향을 아무래도 받았겠죠"라며 "왜냐하면 거기 보면 뭐 빨리 꺼져라 부터 시작해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온갖 얘기들이 많고 또 어떨 때는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만 수천 통씩 받아서 업무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어떤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분풀이를 하는 내용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뭐냐 하면 그런 내용이 단순히 일반 지지자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저희가 봤을 때는 당 내부 사정을 굉장히 잘 알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얘기들이 꽤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자폭탄에 대한 당내 조사도 미진했다고 본 이언주 의원은 당을 옮겨 대선 이후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지명 절차와 관련해 야권에 대한 홀대문제를 짚었다.
지난 15일 가톨릭 평화방송과 인터뷰에서 "관례적인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협치는 고사하고 예의는 지켰으면 한다"며 "최소한의 관례라는 게 있는데 과거 보수정권하에서도 야당에 최소한 오전 정도에는 통보했었다. 그런데 전혀 통보조차 없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언주 부대표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굉장히 놀랐다. 어떻게 이런 관례적인 통보조차 안 하느냐. 협치는 고사하고 예의는 지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이언주 부대표가 민주당과 앙금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공당의 원내 수석부대표로서 위장전입 등 흠결을 지적하는 당당한 비판이 후보자를 물건에 비유하는 수위로 넘어가면 그 또한 협치의 명분을 깎아내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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