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상대가 좌타자라 내가 불리한 입장이지만 홈런을 맞더라도 상대해보고 싶다.”
2015년 7월 선린인터넷고 3학년 재학 당시 스포츠Q와 인터뷰에서 꼭 잡고 싶은 타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영하(20‧두산 베어스)가 내놓은 답변이다. 다른 타자도 아니고 프로에서 15년 이상 정상급 타자로 군림한 박용택(38‧LG 트윈스)을 잡고 싶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당시 동기 김대현(20‧LG 트윈스)과 선린인터넷고의 35년만의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끈 그는 고교랭킹 1위답게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그리고 2년 후 이영하는 박용택 만큼 강한 타자들을 연거푸 돌려세우며 프로 첫 승까지 거머쥐는 감격을 누렸다. 이영하는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서 1⅔이닝 동안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지난 16일 1군 등록 후 불과 13일 만에 두산 마운드의 샛별로 우뚝 섰다.
이날 양 팀이 4-4로 맞선 5회초 무사 3루에서 선발 이현호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이영하는 첫 타자 오정복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3루 주자에게 홈을 허용했지만, 이후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이어 5회말 두산 타선이 6-5로 역전한 덕분에 이영하는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했다.
이영하의 퍼포먼스는 경쟁력이 있었다. 최고 150㎞의 빠른 공을 바탕으로 kt 타선을 잠재웠다. 6회 선두 장성우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정현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고, 마운드를 김승회에게 넘겼다. 1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이영하는 팀이 9-5로 승리하며 데뷔 첫승을 수확했다.
그는 2년 전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마운드에 섰을 때 포수만 보이고 그 주변은 캄캄했다. 심장소리가 들릴 정도로 떨렸다. 프로 데뷔무대에서도 비슷한 감정이 들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2016년 신인 1차 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자마자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 가까이 재활에만 몰두한 이영하의 멘탈은 단단했다.
프로 데뷔전인 이달 19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1이닝 1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1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27일 kt전에선 1이닝을 퍼펙트로 틀어막으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3경기 만에 첫 승에 입맞춤한 이영하는 두산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는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에 “두산의 미래다”라고 했다. 빠른 시간에 곰 군단의 샛별로 떠오른 이영하에게 장원준, 유희관, 이용찬을 잇는 두산 에이스의 기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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