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모녀가 나란히 영어의 몸으로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받는 상황은 피하게 됐다. 국정농단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3일 기각됐다.
서울중잉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정유라 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뒤 고심 끝에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청구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강부영 판사의 기각 결정 이후 이날 오전 2시 20분께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정유라 씨는 '법원 결정을 어떻게 판단하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유라 씨는 "많은 분께 심려 끼쳐 드리고 이런 일이 벌어지게 해서 정말 죄송하다. 정말 죄송하다. 앞으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범죄인 인도에 따라 덴마크에서 압송된 정유라 씨는 5월 31일 입국 첫날부터 어머니 최씨가 수감된 서울남부구치소와 검찰을 오가며 조사를 받아왔다.
정유라 씨의 구속을 피하하게 된 것은 영장실질심사 등에서 "모른다. 엄마가 알아서 했다"라며 펼친 전략이 효과를 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부영 판사는 "영장청구된 범죄사실에 따른 정씨의 가담 경위와 그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에 비춰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그리고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기각 결정 사유를 밝혔다.
강부영 판사는 지난 3월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영장전담판사다.
정유라 씨는 2일 오후 2시부터 3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최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 등이 나서 신병을 확보하려는 검찰과 맞서 불구속을 주장한 결과, 기각 결정을 이끌어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경재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 뒤 "반드시 구속해서 조사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라며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키자고 호소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정유리 씨는 직접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또 심사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범행에 대해 구체적으로 '모른다'고 호소했다는 게 변호인이 전했다.
정유라 씨는 강부영 판사가 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지난해 9월 독일로 출국한 지 249일 만에 귀가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정 씨가 지난 1월 덴마크에서 체포된 뒤 국내 송환을 거부하고 소송전을 벌이는 등 사실상 해외도피 생활을 벌인 점을 들어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유라 씨 측은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는 모친 최순실 씨가 주도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주장하며, 덴마크에서 항소를 취하하고 귀국길에 오른 점을 들어 불구속을 호소한 게 통했다.
강부영 판사의 기각 결정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마지막 피의자로 지목된 정유리 씨를 구속한 뒤 삼성의 승마 특혜 지원 등 뇌물혐의 등을 수사하려던 검찰의 로드맵에 변수가 생긴 것만은 틀림없다.
영장기각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된다면 정유라 씨가 제대로 국정농단의 '마지막 퍼즐'로서 진술을 할 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날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어머니 최씨 소유인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으로 간 정유라 씨는 오전 10시 50분쯤 건물 밖으로 나왔다.
방송 보도에 따르면 정씨는 변호사 면담차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취재진 질문에 "제가 자세한 것은 잘 몰라 죄송하다"고만 말한 뒤 "이경재 변호사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다. 최씨의 변호를 맡은 이 변호사와 면담을 마친 정 씨는 오후 2시 40분쯤 미승빌딩으로 돌아왔다. 면담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검찰이 시간이 촉박해 혐의 사실 적시가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 속에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정유라 씨는 변호사 면담에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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