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V리그 여자부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3라운드 들어 10경기 중 4경기가 풀세트 승부다. 20일에는 줄곧 중위권에 머무르던 한국도로공사가 GS칼텍스에 완승을 거두고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지난 시즌 하위권을 형성했던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이 확 달라진 것이 이유다. 그 중에서도 12승18패로 5위에 머물렀던 배구 명가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에는 반환점을 돌기도 전인 시점에서 4분의 3에 해당하는 9승을 올렸다.
외국인 선수 폴리나 라히모바는 1,2라운드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쥘 만큼 빼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전성기를 지난 듯 보였던 황연주는 화려한 부활포를 때리고 있다. 국내 최고 센터 양효진 역시 변함없이 건재하다.
그러나 배구는 리시브로 시작되는 법. 후방에서 세터에게 안정적인 공 배급을 해주지 못하면 레오도, 시몬도 ‘벽치기’를 할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에는 궂은 일을 자처하는 ‘미소천사’ 김주하가 있다.
◆ 시련의 2년, 마침내 터진 잠재력
목포여상을 나온 2010~2011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했다. 하지만 수준급의 수비형 레프트 윤혜숙이 버티고 있어 두 시즌 동안 백업 역할에 만족해야만 했다. 2012~2013 시즌 윤혜숙이 IBK기업은행으로 옮기며 비로소 기회를 잡게 됐다.
그러나 시련만 가득했다. 지난 시즌 팀내 유일한 리베로 자원인 김연견의 부상 속에 리베로와 레프트를 오가며 리시브를 전담해야만 했다. 허리 상태가 심각할 정도로 좋지 않아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운 것도 수차례일 정도였다. 팀의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지난 9월 KOVO컵에서부터 점차 빛을 보기 시작했다. 김주하는 준결승까지는 레프트, 결승에서는 리베로로 활약하며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컵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김주하는 이번 시즌 들어 리시브 3위(세트당 3.04개), 수비 5위(세트당 5.67개)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시즌간 갈고 닦은 무회전 서브는 상대 수비 라인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서브에이스 세트당 0.37개로 당당히 7위에 자리하고 있다. 폴리, 문정원(한국도로공사), 루크(흥국생명), 데스티니(IBK기업은행) 등 공격수들과 경쟁하고 있다.
◆ 잃지 않는 미소, “리시브는 어차피 내 것”
스포트라이트에서 늘상 비껴나 있는 그이지만 수비와 어택 커버, 디그를 위해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몸을 날리는 그에게 코칭스태프는 박수를 보낸다. 한 경기에서 점수를 많이 올려봐야 5점이지만 50점 버금가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진짜 배구팬들은 잘 알고 있다.
힘든 일을 자처하면서도 그는 미소를 잃지 않는다. 팀이 득점을 하면 누구보다 해맑게 웃는다. 지난 8일 IBK기업은행전 3세트에서는 세터 염혜선과 머리를 부딪쳤음에도 금세 훌훌 털고 일어나 괜찮다며 오히려 팀원들을 다독였다.
김주하는 6연승 후 인터뷰를 통해 “리시브같은 경우 어차피 내가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어떻게든 올려놓기만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언니들이 잘해줘서 잘 풀리는 것”이라며 상승세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현대건설은 6연승의 파죽지세를 달리다 2연패를 당하며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1위 한국도로공사보다는 2경기, 2위 IBK기업은행보다는 1경기를 덜 치렀다. 스타만 갖고는 우승할 수 없다. 현대건설은 든든한 알짜 수비수 김주하가 있어 내심 챔피언을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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