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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1) 시련 이겨낸 세계볼링 3관왕 최복음, '복된 스트라이크'의 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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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1) 시련 이겨낸 세계볼링 3관왕 최복음, '복된 스트라이크'의 힘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1.09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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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12년차 영광과 좌절, 볼링선수 출신 아내와 함께...올봄 태어날 '주복이'에도 자랑스런 대디

[300자 Tip!] 볼링은 전국 각 지역마다 동호인 리그가 있을 정도로 생활체육으로 활성화된 스포츠다. 하지만 최근 유소년 선수들이 줄어드는 추세이고 제반시설 등 외부 조건이 열악해 아직 엘리트 체육으로는 깊숙이 자리 잡지 못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안방에서 열린 대회임에도 결승전 외에는  TV 중계가 되지 않았다. 이 대회에서 한국이 금메달 7개, 은메달 1개, 동메달 6개를 획득하며 종합우승을 차지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거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볼링. 그래서 국가대표 12년차를 맞은 최복음(28·광양시청·더블유스포츠마케팅)의 책임감도 막중하다. 그는 한국 볼링의 중흥을 이끌 선수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을미년 새해에도 부지런히 뛸 참이다.

[태릉=스포츠Q 글 이세영 기자·사진 최대성 기자]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남자 스포츠 스타들은 일찌감치 가정을 꾸려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운동하기를 원한다. 일찍 결혼한 몇몇 선수들은 기량을 만개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대표적인 예로 ‘라이언 킹’ 이승엽(39·삼성)과 ‘테리우스’ 안정환(39·MBC 축구해설위원)을 들 수 있다. 2002년 만 스물여섯에 화촉을 밝힌 이승엽은 다음해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웠고, 2001년 만 스물다섯에 결혼한 안정환도 이듬해 한일 월드컵에서 결정적인 두 골을 넣으며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었다.

▲ 출산을 앞둔 아내와 곧 태어날 주복이는 최복음에게 책임감을 일깨워주는 존재다. 이제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해 힘찬 스트라이크를 보여줘야 하는 그다.

두 선수의 도약에서 알 수 있듯 결혼은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한다. 배우자의 내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200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선수 최초로 개인종합 금메달을 거머쥔 최복음 역시 결혼의 힘으로 도약했다. 4년 전 치명적인 부상을 극복한 뒤 2012년 웨딩마치를 울렸고 지난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 볼링 남자 5인조에서 금메달, 3인조에서 동메달을 땄다.

아울러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남자볼링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종합과 2인조, 5인조를 독식하며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4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한 최복음은 “부상을 안고 나간 대회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더 의미 있었다”며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출전을 놓고 고민하던 중에 어머니께서 ‘경기에 나가는 것은 선수로서 본분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고 털어놨다.

◆ 곧 태어날 '주복이', 볼링공만큼 무거워진 책임감

최복음은 오는 3월 중순 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 2012년 볼링 국가대표 선수인 강혜은(31·서울시설공단)과 화촉을 밝힌 그는 결혼 3년 만에 아빠가 되는 기쁨을 누린다.

2년간의 구애와 5년의 연애, 그리고 결혼생활 3년 만에 아빠가 되는 최복음에게 아내와 아기(태명 주복이)는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이다.

“2004년 고등학교 3학년 때 태릉선수촌에서 아내와 처음으로 만났어요. 스무 살 때부터 좋은 감정이 생겨서 쫓아다녔는데, 세 살 연상인 아내는 저를 동생으로만 생각하더라고요. 그렇게 2년 정도 구애를 했고 2007년 7월 7일 마침내 교제하게 됐습니다.”

5년간의 연애기간 동안 강씨는 최복음에게 큰 힘을 불어넣었다. 2011년 갑자기 찾아온 허리부상으로 선수생활의 기로에 섰을 때 강원도 평창에 있는 재활센터를 추천해준 것도 지금의 아내다.

대도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주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이것이 몸과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됐다. 연애하던 시절, 옆에서 용기를 북돋아준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의 존재도 크게 느껴졌다.

▲ 최복음이 지난해 세계선수권 3관왕의 영광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다음주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이 그 첫 무대다.

최복음은 “당시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했을 정도로 허리 상태가 안 좋았다. 당장 걷기가 불편할 정도였다”며 “하지만 아내의 도움으로 재활을 하니 몸과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이것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아내와 일주일간 신혼여행을 다녀온 그는 “배우자가 같은 볼링선수이기 때문에 장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남편이 시간대별로 무엇을 하는지 알기 때문에 굳이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운동 때문에 힘든 것을 이해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머지않아 아빠가 되는 것에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엄마 뱃속에서 태동할 때마다 신기한 건 있다”고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딸이 강하게 반대하지 않는다면 최복음은 주복이에게 볼링을 시킬 생각이다. 여자선수로서 가르쳐보고 싶었던 게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어릴 때부터 볼링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여자 프로볼러로서 한 획을 긋는 선수로 키우고 싶은 게 꿈입니다.”

◆ 투기종목 연상케하는 '지옥훈련' 소화

최복음이 볼링과 사랑에 빠진 시기는 여수 부영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8년 10월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볼링을 접한 그는 입문하자마자 두각을 나타냈다. 한 달 만에 출전한 도내 대회에서 6경기 평균 177점을 올린 것. 연습 때 170점이 채 나오지 않았는데 실전에서 최고기록을 달성했다. 기량이 가파르게 올라 이듬해부터 전국대회에 출전했다.

짧은 시간 안에 기량이 상승한 비결은 바로 ‘선행학습’이었다. 부영초 5학년 당시 담당 지도자였던 김정국 코치가 고등학교에 볼링부를 창단했는데, 소속 선수들과 최복음을 같이 훈련시켰다. 신체적인 조건이 열등하기 때문에 형들을 따라가기 버거웠지만 김 코치가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하며 실력 향상을 이끌었다.

▲ 볼링이 좋아서 고등학교 형들과의 혹독한 훈련도 견딘 최복음은 남들보다 일찍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레슬링과 씨름 같은 투기종목처럼 훈련을 치열하게 했습니다. 매일같이 운동장을 달렸고 동계와 하계로 나뉜 전지훈련에서는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거나 차가운 겨울 바닷물에 들어가기도 했지요. 그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제 한계를 시험하고 인내심을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공을 들고 있지 않을 때는 수없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레인에 선 뒤 공을 들고 굴리는 자세를 떠올렸다. 볼링은 경기시간이 타 종목에 비해 길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어린 시절부터 혹독한 훈련을 소화한 것이 성인대회에서 승승장구한 밑거름이 됐다.

◆ "왼손잡이 어드밴티지? 오일이 더 중요해"

고교 졸업반이던 2004년 국가대표에 뽑힌 뒤 2005년 마카오 동아시아대회 때부터 국제대회 메달을 휩쓸었다.

당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딴 그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4년 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물론 피나는 훈련이 위대한 업적을 세운 첫 번째 원동력이지만,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또 있었다. 바로 볼링공이 굴러가는 레인에 칠해진 오일이다. 이 오일에 볼러들이 울고 웃는다는 것이다.

“레일에 발라진 오일의 양에 따라 공이 많이 휘기도, 적게 휘기도 합니다. 공이 일정 궤적을 많이 지나가면 오일이 금방 사라지지요. 공에 오일이 묻으면 밀려나가기도 하고 오일 자체가 움직이기도 합니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코스를 썼기 때문에 공에 회전을 주기가 까다롭습니다. 반대로 왼손잡이는 그 코스를 적게 사용하기 때문에 회전을 시키는 데 용이합니다.”

▲ 최복음은 왼손잡이의 이점과 레인 배정 덕분에 지난달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왼손잡이인 최복음이 덕을 본 대회가 있었다. 바로 지난해 12월 치른 세계선수권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그는 왼쪽 오일이 덜 마모된 레인에 배정받아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왼손잡이임에도 성적에서 불이익을 보기도 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에게 맞지 않은 레인에 배정된 그는 개인전 14위에 그쳐 아쉬움을 삼켰다.

최복음은 “오일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볼 수 없지만 레인이 좋을 때와 나쁠 때 편차를 줄이는 것도 실력”이라며 아시안게임 개인전 부진을 외부환경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 "육아 위해 태극마크 잠시 반납할 수도, 은퇴 후 꿈은 지도자"

지난해 12월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의 감흥을 잠시 접어둔 최복음은 오는 15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다시 담금질에 들어간다.

현재 손목 부상이 있는 그는 훈련과 함께 재활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세계선수권 이후 4주 동안 공을 잡지 않았기 때문에 감각을 익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개인적인 목표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욕심이 있지만 곧 태어날 주복이와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 걸음 쉬어갈 수도 있다. 가을에는 전국체전에서 마스터스 7연패에 도전하고 몸 상태가 나아진다면 미국프로볼링(PBA) 투어 진출도 노려볼 참이다.

한창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최복음은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들에게 관심이 많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란다.

“예전에는 말없이 솔선수범하는 게 후배들을 가장 잘 가르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바뀌었습니다. 그냥 놔두니까 정말 가만히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잔소리를 많이 합니다. 제가 특별히 관심이 있는 선수들에게 더 많이 주문하지요.”

▲ 최복음은 "은퇴 후 기회가 된다면 외국 국가대표팀 지도자를 맡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최복음은 은퇴 후 지도자의 꿈을 꾸고 있다. 자신이 어렸을 때 코치에게 받았던 것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선수들과 함께 뒹굴며 합숙하는 게 그의 조그마한 소망이다.

“기회가 되면 외국에 나가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습니다. 제가 가르친 선수가 성장해서 잘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할 것 같습니다.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저로 인해 훈련 여건이 좋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수십 년 후 볼링 전도사로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최복음. 그의 ‘볼링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취재후기] 볼링은 현재 아시안게임에서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을 뿐 올림픽 정식종목은 아니다. 때문에 동호인 사이에서 맴돌고 있는 관심이 일반 대중으로 넘어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최근 2020년이나 2024년 올림픽에서 볼링이 정식종목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복음은 “그때가 되면 내가 선수생활을 하기는 힘들어도 후배들이 큰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며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미래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의 모습에서 한국 볼링의 밝은 내일을 엿볼 수 있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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