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플랜B'는 전혀 상대팀을 위협하지 못했다. 실패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고민을 안은 것은 분명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 오후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쿠웨이트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A조 리그 2차전에서 남태희(24·레퀴야)의 선제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0으로 신승했다.
원했던 승리, 그리고 승점 3을 얻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분명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경기였다. 우승을 목표로 뛰는 팀의 경기력이라고는 수준이 떨어졌다.
2연승을 달린 대표팀은 오만을 4-0으로 완파한 호주와 함께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날 호주는 전반 27분 맷 매케이, 전반 30분 로비 크루스의 연속골에 이어 전반 추가시간 마크 밀리건의 페널티킥골로 전반에만 3-0으로 앞선 뒤 후반 25분 토미슬라프 유리치의 추가골로 대승을 거뒀다.
나란히 2승을 거둔 한국과 호주는 오는 17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호주와 A조 3차전을 통해 조 1위를 놓고 다툰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경기력이라면 2경기에서 8골을 넣는 막강한 화력을 자랑한 호주를 이기기가 어렵다.
이기지 못하면 골득실에 밀려 조 2위로 밀려 B조 1위와 8강전을 치러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오늘부로 한국 대표팀은 우승 후보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 역시 경기력에 큰 실망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 손흥민·이청용 공백 절감…상대 수비진 전혀 공략 못해
감기 몸살로 컨디션이 떨어진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과 오른쪽 정강이 뼈에 실금이 가면서 소속팀으로 돌아가게 된 이청용(27·볼턴 원더러스)의 빈 자리는 더없이 컸다.
대신 김민우(25·사간 도스)와 남태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나 김민우는 손흥민이 아니었고 남태희는 골을 넣었지만 이청용의 빈자리를 대체하기엔 모자람이 있었다. 쿠웨이트의 밀집 수비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손흥민이 나왔을 때 대표팀의 주 공격 전술은 바로 활발한 스위칭이다. 손흥민과 이청용이 계속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놓는 것이다.
하지만 김민우는 왼쪽에서 활동 영역이 제한됐고 남태희 역시 이청용의 파괴력이나 돌파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측면 공격 역할을 맡은 이들이 수비를 끌고 다니면서 공간을 창출하지 못해 이근호(30·엘 자이시) 등 공격수들의 공격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이는 전반 기록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한국의 첫 슛이 전반 30분 김민우의 찔러주는 패스를 받은 이근호(30·엘 자이시)에서 나왔다. 이근호의 슛은 골키퍼의 손을 맞고 아웃됐지만 30분을 치르면서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전반 36분 남태희의 골은 차두리(35·FC 서울)가 만들어줬다고 해도 모자람이 아니다. 차두리의 오른쪽 돌파로 쿠웨이트의 측면이 한순간에 무너졌고 크로스에 이은 남태희의 골이 나왔다.
전반 볼 점유율에서도 55-45로 조금 앞섰을 뿐 쿠웨이트를 압도하지 못했다. 70-30까지 볼 점유율을 보였던 지난 오만전과 하늘과 땅 차이였다.
◆ 처음으로 맞춰본 김영권-장현수 조합도 불안
기성용(26·스완지 시티)과 박주호(28·마인츠05)의 수비형 미드필더 조합은 오만전 때나 다름없이 맹활약했다. 크게 흠잡을 것이 없었다. 특히 기성용의 공수 조율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과 장현수(24·광저우 푸리)의 조합은 흔들렸다. 김영권과 장현수의 조직력이 맞지 않았고 실수가 잦았다.
전반 18분 경고를 받았던 장현수는 전반 24분 볼 트래핑 과정에서 실수를 하는 바람에 위기를 맞았다. 상대와 어깨 싸움을 벌이면서 필사적인 방어를 하는 과정은 불안불안했다. 이 과정에서 상대 선수가 큰 동작으로 넘어졌거나 밀렸다면 자칫 경고를 하나 더 받아 퇴장당할 수도 있는 아찔한 장면이었다.
또 구자철 대신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 이명주(25·알 아인)도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명주가 앞선부터 쿠웨이트의 공격을 잘 끊어내긴 했지만 공격에서는 활로를 뚫어주지 못했다.
그나마 공격진에서 제 몫을 해준 선수가 남태희였다. 이청용이 소속팀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남태희는 앞으로 이청용의 대체로 계속 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쿠웨이트전에서 경고를 한차례 받아 호주전이 부담스럽게 됐다. 호주전을 무사히 넘기더라도 자칫 8강전에서 경고를 받으면 경고 누적으로 4강전에 나설 수 없게 된다. 남태희의 파울 관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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