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유민근 기자] 페르난도 토레스가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내고 팀에 8강 진출을 안겼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6일(한국시간)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열린 2014~2015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16강 2차전 레알 마드리드와 홈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1차전 홈에서 2-0으로 이긴 아틀레티코는 합계 4-2의 스코어로 8강에 진출했다.
이날 산티아고 베르나우의 최후의 승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레스 베일, 코케도 아니었다. 모두가 기대하지 않았던 토레스였다. 그는 전반 1분과 후반 1분 각각 득점에 성공하며 멀티골을 기록해 레알을 탈락시켰다. 친정 복귀 후 첫 득점이 이 중요한 순간에 나온 것이다.
토레스는 주전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가 고열로 경기에 나설 수 없어 어부지리로 선발 출장했다. 그의 몸 상태에 의문 부호가 달릴 것은 사실이지만 마르카, 아스 등 스페인 언론은 만주키치의 선발 출장을 예상했다. 하지만 경기 한 시간 전 발표된 명단에는 19번이 새겨진 토레스의 이름이 있었다. 그는 환상적인 활약으로 보답했고 후반 12분 투란과 교체돼 나오면서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스페인 스포츠지 아스의 축구 저널리스트 이냐코는 토레스의 웃음에 대해 “영화 더 오브 월스트리트에 출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우월감을 나타내는 표정같았다”고 표현했다.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도 토레스에 매우 흡족해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토레스가 선발 출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의 의문을 가졌지만 그는 잘해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토레스는 “매우 만족스럽다. 1차전 결과로 우리는 편안한 상태서 경기에 임했다”며 “아름다운 밤이다. 나에게 어시스트한 앙트완 그리에츠만에게 고맙다”고 행복감을 나타냈다.
토레스는 최근 5년 동안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5000만 파운드(888억원)에 리버풀에서 첼시로 이적했지만 골문 앞에만 서면 작아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AC밀란으로 이적해 반전을 노렸으나 10경기 1골의 처참한 성적만 남겼다. 그가 마지막으로 택한 방법은 어릴 때부터 뛰었던 아틀레티코로의 복귀였다.
결국 AC밀란은 토레스를 계약기간 끝까지 아틀레티코에 임대했다. 토레스는 지난 8일 코파 델 레이 1차전에 선발 출장해 2763일만에 복귀무대를 가졌지만 슛을 하나도 날리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이번 경기로 그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레알이라는 세계 최고의 클럽을 상대로 2골을 성공시키면서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게 됐다.
1차전 0-2로 패배했던 레알은 최소 2골 이상이 필요했다. 때문에 공격적인 라인업을 꾸렸고 가능한 베스트 11을 총출동시켰다. 최전방에는 호날두, 벤제마, 베일이 나섰고 허리는 하메스, 크로스, 이스코가 출전했다. 포백은 마르셀로, 세르히오 라모스, 페페, 다니엘 카르바할로 구성했다. 골문은 케일러 나바스가 지켰다.
이에 맞서 아틀레티코는 토레스를 원톱에 두고 그 뒤를 그리에츠만이 받쳤다. 미드필더진은 왼쪽부터 코케, 마리오 수아레스, 티아고 멘데스, 라울 가르시아로 구성했다. 왼쪽 수비에는 몸 상태에 의문을 남겼던 시케이라가 출장했고 중앙수비는 디에고 고딘과 주앙 미란다가 호흡을 맞췄다. 오른쪽 풀백에는 후안 프란이 선발 출장했다. 골키퍼 장갑은 신예 골키퍼 미겔 모야가 착용했다.
경기 시작 전 2014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수상을 한 호날두와 크로스, 하메스, 라모스가 트로피를 들고 팬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기분 좋게 경기에 임한 레알 선수들의 꿈은 전반 1분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페페는 뒤에 커버가 없었음에도 성급한 수비로 그리에츠만에게 돌파를 허용했고 그리에츠만이 가운데 토레스에게 패스를 찔렀다. 토레스는 왼발 슛으로 선취골을 뽑았다.
이 골로 사실상 이번 경기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레알에는 4골이 필요했기 때문.
발등에 불이 떨어진 레알은 주도권을 쥐고 공격작업을 시작했다. 동점골은 늦지 않게 나왔다. 전반 20분 레알은 오른쪽 측면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았다. 올시즌 프리메라리가 패스 성공률 1위를 달리고 있는 크로스는 정확한 크로스를 전방에 연결했고 뛰어 들어오던 라모스가 헤딩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레알에 남을 골 수는 아직도 3골이였다. 이후 레알은 계속 공을 점유하며 아틀레티코를 두들겼지만 전반을 1-1로 마쳤다.
레알은 급한 마음으로 후반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던가. 레알의 성급함은 독이 됐다. 후반 1분만에 아틀레티코의 그리에츠만이 라모스의 볼을 가로채 토레스에 연결했다. 토레스는 페페를 슛동작으로 제치고 오른발슛으로 골문 구석으로 정확히 밀어넣었다. 멀티골이였다.
이 골로 다시 4골이 필요해진 레알은 8분 뒤인 후반 9분 베일의 크로스를 호날두가 헤딩슛으로 연결해 동점을 만들었다. 레알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페페가 갈비뼈 부상으로 바란으로 교체됐다. 이어 부진한 하메스를 헤세로 교체하며 역전을 노렸지만 많은 골차 앞에 쉽게 골이 나지 않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6강에서 엘체를 제압한 바르셀로나와 오는 22일 캄푸 누에서 8강 1차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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