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꿈을 잡았다. 그러나 곧 경쟁이라는 현실과 맞선다. 한국 프로야구 야수 출신 최초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직행하게 된 강정호(28)의 얘기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구단은 17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한 강정호와 2019년 구단이 행사하는 옵션 1년을 포함한 '4+1년' 조건으로 총액 1650만 달러(178억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제 '넥센의 강정호'가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피츠버그 강정호'가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피츠버그는 결코 만만한 구단이 아니다. 한때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에서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클린트 허들 감독의 지휘 아래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빅마켓은 아니지만 몸값이 아직 비싸지 않은 유망주들을 앞세워 나름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팀이다.
강정호가 300만 달러(32억원)에 약간 못미치는 연봉을 받았지만 피츠버그로서는 포스팅 금액을 포함해 적지 않은 투자를 했다. 그런만큼 초기에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회를 십분 잘 살려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실망만 안길 수 있다. 그동안 MLB 진출이라는 꿈을 좇았고 이를 잡았다면 이젠 경쟁이라는 현실과 맞딱드린 것이다.
◆ 헌팅턴 단장 "벤치에서 시작하겠지만 마이너 보낼 생각 없어"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은 이날 피츠버그 트리뷴-리뷰와 인터뷰를 통해 "일단은 벤치에서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헌팅턴 단장의 얘기는 너무나 당연하다. 유격수 자리에는 조르디 머서(29)가 있고 강정호가 맡을 수 있는 2루수와 3루수에도 닐 워커(30)와 조시 해리슨(28)이 버티고 있다. 모두 지난 시즌 피츠버그를 NL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에 진출시킨 주역이다. 특급 선수가 아니고서는 이들을 밀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헌팅턴 단장이 "강정호를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생각이 조금도 없다"며 "MLB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포스팅을 위해 500만2015 달러(54억원)를 투자했고 연봉만 300만 달러 가까이 주는 상황에서 강정호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낭비다. 300만 달러가 얼마 안되는 금액처럼 보이겠지만 지난해 피츠버그에서 300만 달러를 넘긴 선수는 8명에 불과했다. 피츠버그가 300만 달러를 낭비할 정도로 부자구단도 아니다.
결국 강정호의 첫번째 기회는 다음달부터 시작하는 스프링캠프다.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조금 더 나은 곳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 있다.
피츠버그의 스프링캠프인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파이리츠 시티는 강정호가 프로에 데뷔했던 2006년 현대의 스프링캠프지였다.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던 그가 9년만에 이번에는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현실을 맞게 됐다.
◆ 피츠버그가 기대하는 것은 역시 장타력과 강한 어깨
스프링캠프에서 보여줘야 할 것은 역시 강한 어깨와 장타력이다.
메이저리그닷컴은 강정호와 머서의 유격수 경쟁은 수비에서 판가름날 것이며 강정호는 자신의 수비범위에 대한 우려를 강한 어깨로 상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머서는 MLB 네트워크에서 집계한 유격수 순위에서 6위에 오를 정도로 수비범위가 넓기 때문에 강정호의 경쟁력인 강한 어깨를 보여줘야만 경쟁을 펼칠 수 있다.
피츠버그가 더 크게 기대하는 것은 역시 장타력이다. 아무리 MLB라도 유격수로 40홈런을 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MLB닷컴은 파괴력있는 타격과 강한 어깨, 자신감이 피츠버그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강정호의 '패키지'라고 소개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2루수를 맡을 수 있는 준비도 해야 한다. 현재 2루를 맡고 있는 워커는 지난해 연봉이 575만 달러(62억원)에 달한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되면 몸값이 더 뛰어오를 수 있다. FA가 되기 전에 비싼 가격에 다른 팀으로 넘길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경우 강정호가 워커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3루수를 맡게 된다면 이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내야를 모두 맡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피츠버그가 강정호에 대한 '현미경 분석'을 통해 데려왔다고는 하지만 역시 한국 프로야구 시장에서 선수를 데려온 것은 대단한 모험이다. 피츠버그가 스몰마켓 팀이기에 더욱 그렇다.
탄탄한 피츠버그 내야진 안에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멀티 포지션, 강한 어깨, 장타력 등 피츠버그가 원하는 세 가지를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 '해적선' 새 선원 강정호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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